경찰이 추석 연휴였던 지난 9일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북 청도 삼평1리 지역 할머니들에게 100만~3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할머니들을 회유하려고 돈을 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1일 청도 34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따르면, 청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전모 계장은 지난 9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할머니 6명의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흰 봉투를 건넸다.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이라고 인쇄된 흰 봉투에는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씩 총 8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들은 정보보안과 계장으로부터 "이현희 서장님이 할머니들 병원비 하라고 주고 갔다"는 말과 함께 돈 봉투를 건네받았다고 말했다.
할머니 6명 중 2명은 돈 봉투를 다시 돌려줬고, 4명 중 2명은 100만 원씩을, 나머지 2명은 300만 원씩을 받았다. 할머니들은 돈 봉투를 안 받으려고 했으나, 자식이 대신 받거나 전 계장이 툇마루에 두고 도망가서 어쩔 수 없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평1리 주민인 이억조(76) 할머니는 "우리가 너무 싸우고 경찰한테 끌려다니고 하니, (전 계장이) 약 좀 먹으라는 말은 했다"며 "그래서 나는 '이런 거 필요 없다, 이런 거 받으려고 싸운 거 아니다, 안 받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막무가내였다"고 말했다.
금액이 100만 원, 300만 원으로 각기 다른 이유에 대해서 이보나 공대위 상황실장은 "이현희 서장의 성이 '고성 이 씨'인데, 300만 원 준 할머니들은 같은 성씨라면서 돈을 더 줬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서장이 개인적으로 건넨 돈이라면, 돈의 출처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내 이름으로 (돈 봉투에) 써 놓은 거는 봤는데, 거기까지만 말하고 다음부터는 어떤 답변도 안 하겠다"고 했다. 이 서장은 800만 원의 출처에 대해서도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돈을 건넨 청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전모 계장은 "(누가) 제보를 하는 모양인데, 답변할 수 없다"고 말하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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