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고(故)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47) 씨가 28일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나선 지 46일 만이다.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데다 세월호 특별법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더 긴 싸움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김 씨가 입원 중인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전히 협상에 진전이 없어 언제 특별법이 타결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김 씨는 유일하게 남은 딸 유나와 모친 등 가족을 위해, 유족들의 요청과 국민의 염원에 따라 단식을 중단하고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병원에서 어느 정도 몸 상태가 회복되면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가 유족들의 농성에 함께 할 계획이다.
지난 22일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김 씨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거부하고 수액 치료만 받아왔다. 김 씨의 주치의인 동부병원 이보라 내과 과장은 "복식 과정에서 신부전과 호흡부전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하루하루 상태를 보며 복식이 잘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 씨가 단식 중단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가족들의 간곡한 요청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의 둘째 딸 유나 양이 단식을 중단할 것을 간청해온데다, 최근 그의 단식 소식을 알게 된 노모가 충격을 받고 건강까지 악화되는 등 남은 가족들이 괴로워하자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단식 중단이 여당 성과? 부끄러운 줄 알라"…야당 향해선 "국회서 제 역할 해 달라"
아울러 김 씨는 자신의 단식 중단을 계기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동조 단식 역시 끝내줄 것을 요청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김영오 씨가 문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에게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장외 투쟁을 그만두라는 것이 아니라 단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힘을 모아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족들은 김 씨의 단식 중단이 '두 차례 협상을 통한 신뢰 회복의 결과'라고 환영한 새누리당에 대해선 "부끄러운 줄 알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유민 아빠가 단식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기다렸다는 듯 '가족들과 새누리당이 두 번 만난 성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질타했다.
그는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했던 만남을 마치 단식 중단에 큰 공헌을 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세월호 가족들을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식 중단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앞서 밝힌 입장을 철회하거나 사과하지 않는다면 우리 가족들은 당장 대화를 중단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은 착각하지 말고 오히려 부끄러워 해라"고 거듭 질타했다.
그러면서 "유민 아빠가 왜 지금 단식을 중단하는지 궁금해 하겠지만 더 궁금해야 할 부분은 그가 진작 중단했어야 할 단식을 왜 지금까지 계속할 수밖에 없었느냐는 것"이라며 "유민 아빠가 46일간이나 단식한 이유는 성역없는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단 한 명도 성금과 보상금 등 단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이 문제로 루머나 마타도어를 양산하고 퍼뜨리는 사람들에겐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법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용우 가족대책위 상황실장은 '긴 싸움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유민 아빠가 광화문으로 돌아갈 필요없이 마음 놓고 회복에만 전념할 수 있게 속히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국민들께서 더욱 힘을 모아주시고 대통령 및 여당은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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