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인 육군 6사단 남모(23) 상병의 후임병 폭행 및 강제추행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이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센터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익명을 요구한 한 현역 장교로부터 입수한 A4용지 한 장 분량의 '헌병대 속보' 내용을 공개했다.
이 기록은 남 상병의 헌병대 진술 내용을 압축한 것으로, 헌병대 속보란 헌병대 수사관들이 피의자 진술 등을 인트라넷에 올려 공유하는 수사기록의 일부다.
이 자료에 담긴 남 상병의 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는 그간 언론에 공개된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심각했다.
자료에 따르면, 남 상병은 지난 4월 초부터 이달 초까지 4개월에 걸쳐 경계근무지에서 업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피해 일병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7차례에 걸쳐 총 50회 폭행했다.
특히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까지 생활관에서 자신의 성기를 또 다른 피해 일병의 엉덩이에 비비고 성기를 툭툭 치는 등 성추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군 당국은 남 상병이 피해 후임병의 턱과 배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 또 다른 후임병을 뒤에서 껴안거나 손등으로 바지 지퍼 부위를 치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군 내부의 수사기록에서 이보다 구체적이고 심각한 내용의 성추행 혐의가 드러난 셈이다.
이를 두고 군인권센터는 "군 당국이 강제추행죄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빼고 폭행 횟수를 축소해 발표했다"면서 군 당국의 사건 축소 및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강제추행죄와 관련해 군 당국이 발표한 '지퍼 부위를 손등으로 쳤다'는 행위만으로는 사안이 비교적 가벼워 불기소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염두에 둔 군이 일부러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이 군인권센터의 주장이다.
특히 군 당국이 이례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하지 않은 점, 남경필 지사에게 사건을 알리고서도 첫 보도가 나오기까지 5일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의도라고 군인권센터는 주장했다.
이밖에도 군인권센터는 6사단 헌병대가 2012년 임모 상병에 대한 강제추행 및 폭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해자에게 인권침해를 한 전력이 있다며 이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와 국방부 검찰단에 이첩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날 오전까지도 6사단 헌병대가 남 상병을 구속 기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남 상병의 범죄가 위중함에도 불구속 수사 방침을 명시하고 있다"며 "이는 증거 인멸의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6사단 헌병대는 이날 군인권센터의 브리핑 직후 남 상병에 대해 후임 폭행 및 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남 상병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날 중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군이 남 상병을 입건한 지 6일 만에, 그것도 시민단체의 사건 관련 브리핑 당일에서야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을 두고 뒤늦은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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