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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에게 쓸개 먹인 자들이 국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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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에게 쓸개 먹인 자들이 국회에 있다"

[현장] 십자가를 멘 세월호 유족, 900km 순례 마쳐

십자가를 메고 38일 간 도보행진을 벌였던 세월호 도보순례단의 일정이 대전월드컵경기장 앞에서 끝났다.

단원고를 출발해 팽목항을 거쳐 대전으로 이어지는 900km의 대장정을 마친 순례단은 14일 오전 9시께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순례를 함께해 주시고 도와준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900km 메고 온 십자가, 교황에게 전달 예정

이들이 도착한 대전월드컵경기장은 하루 뒤인 오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리는 곳이다. 이 자리에서 세월호 유족들은 순례 기간 동안 어깨에 메고 온 십자가를 교황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도보순례 행렬에는 대전지역 천주교 신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300여 명이 함께했다. 세월호 희생자 고(故) 김웅기 학생의 아버지 김학일 씨와 고(故) 이승현 학생의 아버지 이호진 씨와 승현 학생의 누나 아름 씨가 행렬 선두에 섰다. 김학일 씨가 십자가를 어깨에 멨고, 시민들은 '세월호를 잊지말아주세요. 기도해주세요', '특별법제정 진상규명', '교황님, 별이 된 304명을 잊지말아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를 들었다.

▲ 세월호도보순례단. ⓒ프레시안(최형락)

"304명 눈물 닦아줘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행진이 끝나자 순례단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글썽였다. 기자들 앞에 선 김학일 씨는 "‘사랑합니다 모두를….’ 이 말은 4월 16일 제 아들 웅기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떠난 아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했던 도보순례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순례 기간 내내) '웅기와 승현이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생각, 고통스럽게 죽은 304명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며 자신을 순례에 동참하게끔 한 이호진 씨(고(故) 이승현 학생의 아버지)와 문규현 신부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그는 "예수님에게 쓸개를 먹게 한 사람들이 국회에 있다"고 했다. 단식 중인 김영오 씨 (고(故)김유민 학생 아버지)에게 "제대로 단식을 하면 벌써 실려가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막말을 한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을 겨냥한 말이다.

▲ 세월호도보순례단. ⓒ프레시안(최형락)

"'가만히 있으라'고 한 어른들 말을 믿고 하늘로 간 304명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미어져"

이호진 씨는 “(행진을 했던) 38일 간 길에서 만난 분들을 잊지 않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행진에 함께했던 이들이 “(세월호 희생자인) 승현이, 웅기가 뿌린 씨앗, 다른 304명의 영혼이 뿌린 씨앗이 잘 자라도록 거름 주고 물 준 것”과 같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보다 함께 살고 싶어서 배에 바닷물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으라'고 한 어른들의 말을 믿고 하늘 간 304명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미어진다"며 "한평생 지고 가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총 900km, 2200리, 180만 보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었다"며 "지금도 팽목항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10명 모두에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고 소신을 지키라는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순례는 오늘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 순례가 끝났다고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마음을 계속 이어 가서 제대로 된 진실규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우선되는 사회. 그래서 모든 이가 안전하게 사는 우리나라”가 되도록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세월호도보순례단. ⓒ프레시안(최형락)

"양말 갈아 신다가 남몰래 울었다"

이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김학일 씨는 "순례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에 속아서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이었다, 정말 속상하고 화가 났다"며 "세월호 특별법은 당연히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38일 간의 순례는 50대 나이인 그들에게 육체적으로도 큰 고통이었다. 이호진 씨는 “순례를 시작한 지 2~3일 지난 뒤부터 발에 집중적으로 물집이 생겼다”고 말했다. 발의 부상은 순례 기간 내내 큰 고통이었다. 이 씨는 “양말 갈아신는데 발가락에 핏물이 괴어서 남몰래 울었다”고 말했다.

▲ 세월호도보순례단. ⓒ프레시안(최형락)

간단한 환영식을 마친 도보순례단은 다시 걸어서 유성성당으로 향했다. 유성성당에서는 '두 아버지의 2000리 완주기념 세월호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이 음악회는 '세월호 게릴라 음악인'이 주관해 진행됐다.

도보순례를 마친 유가족들은 이날 저녁 7시 30분 대전역 서광장에서 세월호참사대전대책회의가 주최하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며, 15일에는 교황이 집전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해서 900km를 메고 온 십자가를 교황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 ⓒ프레시안(최형락)
▲ 세월호도보순례단.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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