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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대마초 불법화, 과학적 근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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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대마초 불법화, 과학적 근거 없다"

[분석]미국은 왜 '대마초 합법화' 여론 몰이에 나섰나

'금기'는 깨기 어렵다. 일단 금기의 반열에 오르면 이미 근거를 상실한 규정이라도, 맹목적으로 지키려는 일종의 관습법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규정이 금기처럼 되어갈 때는 역사적 배경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근거가 사라지고 나서도 금기로 남은 규정은 새로운 시대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세계화 시대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의 눈으로 볼 때 이해가 안가는 금기가 바로 '대마초(마리화나) 불법화'다. 그런데 "대마초를 합법화하면 안되느냐"는 질문만 해도 "큰일날 소리"라고 펄쩍 뛸 사람들에게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언론에서 "대마초 합법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을 알면 상당히 충격이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말 사설로 '대마초 합법화'를 촉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일개 논설위원이 집필한 사설도 아니고, 논설위원 전체의 명의로 된 사설을 통해 "연방 차원의 대마초 합법화 운동"을 선언했다. 한국에서는 손에 대기만 하면 구속되고 형사 처벌을 받는 강력범죄 취급을 받는 대마초가 이미 미국에서는 50개 주 중 거의 절반의 주에서 합법화되어 있는데, 이런 현실을 반영해 연방법으로 일종의 추인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뉴욕타임스>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논설위원들이 대마초 합법화를 위한 글을 써낼 것"이라면서 1회성 주장에 그치지 않는 '여론 조성' 차원임을 분명히 했다.

▲<뉴욕타임스>가 대마초 합법화를 위한 여론조성에 총력전을 펼치고 나섰다. ⓒAP=연합뉴스


"알코올과 담배에 비해 별 문제 아니다"

<뉴욕타임스>의 사설 내용이 놀라운 것은 대마초가 금기시된 역사적 배경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당초 대마초 불법화에 갖다붙여온 근거가 과학적인 토대가 아주 부실하다는 점을 공격하고 있다.

지난 26일 대마초 합법화를 촉구한 이 신문의 사설 제목은 '다시 금주령을 폐지하라(Repeal Prohibition, Again)'다. 대문자로 시작하는 'Prohibition'은 1920, 30년대 미국의 금주령(1920~1933년)을 뜻한다. 신문은 사설에서, 금주령이 마피아나 살찌운 악법이었던 것처럼 대마초 불법화도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금주령 폐지에 13년이 걸렸는데, 미 의회가 대마초 불법화를 규정한 법률을 통과시킨 지 40여 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폐지를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특히 신문은 "알코올보다 훨씬 덜 위험한 물질을 규제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대마초 합법화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마초의 위험성에 대해서 유일하게 인정한 것은 청소년을 상대로 한 것이다. 신문은 "청소년기의 뇌 발달에 대마초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타당한 우려가 있다"면서 "따라서 21세 미만에게는 대마초 판매를 금지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관문이론은 상상의 산물"

그렇다면 '대마초 불법화'의 가장 강력한 근거인 '관문이론'은 어떤가? 신문은 "대마초가 더 위험한 약물로 이끌 것이라는 주장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일축했다. 사실 이미 2003년 세계 최초로 대마초 판매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 대마초보다 위험한 약물 소비량이 감소했다는 등 '관문이론'을 반박하는 확립된 연구결과들이 나온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뉴욕타임스>가 대마초를 합법화하자고 해서 규제 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성인에게 적정한 양의 대마초는 별다른 위험을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신문은 "대마초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학자들 사이에서 허심탄회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도 "중독과 의존성에서 알코올과 담배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미약한 문제라는 증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결론을 지었다.

<뉴욕타임스>가 촉구하고 있는 '대마초 합법화'는 한국에서 대마초를 합법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상황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올해 들어 콜로라도과 워싱턴 등 2개 주가 대마초를 전면 합법화했다. 또한 캘리포니아와 버몬트 등 21개 주와 수도 워싱턴은 의학적 목적의 대마초 사용을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주가 하나의 나라와 마찬가지다. 상당한 자치권을 가진 미국 50개 주 가운데 거의 절반이 이미 합법화된 마당이다. 그러니 <뉴욕타임스>는 "연방 차원에서 현실을 인정하라"고 거들고 나섰을 뿐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태도도 <뉴욕타임스>처럼 누가 여론을 조성해주길 기다리는 입장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대마초가 술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사실상 주 별로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은 대마초를 흡입하는 것은 물론 운반, 소지, 타인 제공만으로도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연예인처럼 이른바 '공인' 취급을 받는 인물들은 걸렸다하면 징역형을 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 세계에서 대마초의 규제와 처벌을 가장 엄격히 집행하는 나라에 속한다.

'대마초 합법화' 촉구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

하지만 대마초가 술과 담배보다 덜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뉴욕타임스>의 주장처럼 확고하다면 대마초만 불법화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대마초 불법화'에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아무래도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는 금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대마초 불법화' 정책을 채택하게 만든 미국에서 '대마초 불법화'를 금주령처럼 폐지해야 할 악법으로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것은 '금기를 풀어야 할 역사적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듯 '대마초 불법화'가 규제에 따른 효과는 없고 사회적 비용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미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2012년 65만8000명이 대마초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신문은 "더 고약한 점은, 체포된 사람 대부분이 젊은 흑인 남자들이라는 인종차별적인 결과를 보여주며 그들의 삶을 망치고 전과자를 양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경제대국 미국에서 '대마초 합법화'를 외치는 배경에는 역시 경제적 배경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경제적 이유에서 불가피하다는 지론을 편 대표적 인물이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로 유명한 밀턴 프리드먼이다. 마약 규제는 수요를 전혀 규제하지 못하고 사회적 비용만 초래하는 낭비가 심한 정책이기 때문에 차라리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고 여기에 높은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사용을 통제하는 것이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 것인지 콜로라도 주에서는 마리화나 제조업체에 15%의 세금을 부과하고, 소비세 10%를 물리는 방식으로 대마초를 합법화해서 새로운 세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연방 차원의 '합법화'를 촉구하는 배경이라면 세원 확보 차원을 넘어서는 산업적 측면을 봐야한다. 미국의 여야 정치인들도 대마초 합법화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대마초 성분이 제약업계의 신약물질로 산업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마 성분이 신약 개발의 보고라는 점에서 강대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는 멈출 수 없는 추세라는 것이다. 북미 대륙에서 캐나다는 의료용 대마초 산업이 급격히 발달해서 미국 의료산업계에서 "이러다가는 영영 캐나다에게 뒤쳐진다"며 미 정치권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공화당 내에서도 "비밀투표를 하면 지금이라도 공화당의 절반 이상이 의료용 대마초 합법화에 찬성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남미에서는 이미 재배와 판매, 흡연 등 모든 과정을 합법화하려는 나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루과이는 지난해말 세계 최초로 모든 과정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둔 나라가 되었고,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에서도 대마초 합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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