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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영리 자회사가 환자 주머니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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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영리 자회사가 환자 주머니를 노린다

[복지부 보도 자료 반박 기고 ②·끝] 영리 자회사 허용은 의료 민영화

6월 10일 박근혜 정부는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하고,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보도 자료의 말미에 'Q&A'를 통해 이번 정책의 의미를 설명하고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청회 등 국민과 제대로 된 소통 한 번 하지 않고 정부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거기에 대답하는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엉터리 질문, 질문과 맞지 않는 대답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료 민영화 저지 범국본은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된 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아울러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병원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에 이어 28일 서울역에서 있을 '생명과 안전의 물결'을 통해 의료 민영화의 진실을 알리려고 합니다. 돈벌이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병원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필자>


누구를 위한 병원 영리 자회사 허용인가?


[복지부 보도 자료 반박 기고 ①] 병원 노동자 파업, 이유 있다


4. 자법인을 허용하면 의료시설에 대한 투자가 줄어, 의료서비스의 질이 악화되는 것 아닌가?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4쪽. 전제가 모두 틀렸음.

보건복지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법인(영리 자회사)의 수익을 병원의 고유목적사업인 의료 서비스에 재투자하도록 강제하겠다고 주장합니다. 불가능합니다. 가이드라인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자법인은 의료법상 부대사업만 하도록 한정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과 함께 발표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대사업이 광범위하게 확대됩니다. 또한 자법인은 상법상 회사(영리 자회사)로 설립할 수 있고, 이 경우 영리 자회사는 의료법이 아닌 상법의 규율을 받아 아무런 제한 없이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어 이를 제한할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자법인과 모법인인 의료법인은 별개의 회사이므로, 자법인이 애초 설립 취지를 벗어난 행위를 한다고 해도, 자법인은 물론 이를 이유로 모법인인 의료법인을 처벌하거나 제재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하면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에 관하여 가이드라인으로 남용을 견제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전혀 의미 없고, 법적 근거도 실효성도 없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27일 서울대병원 로비 1층에서 파업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출자비율 제한도 의미가 없습니다. 의료법인은 순자산의 30%까지 자법인에 출자가 가능한데, 자법인 주식의 30% 이상만 보유하면 모법인으로서 지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순자산 1000억의 의료법인 병원은 순자산 1000억의 영리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영리 자회사는 주식을 상장하면 더 많은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고유사업인 병원보다 더 큰 사업을 하는 영리 자회사가 생기는 것입니다.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 투자 경쟁은 병원의 고유 업무를 방해할 만큼 커질 것입니다.


의료법인이 운용 소득의 80% 이상을 고유목적사업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도 아무 의미 없습니다. 현재 자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의료법인들은 비영리법인이므로 수익을 배당 등의 형태로 의료법인 밖으로 빼 갈 수 없고, 80%가 아니라 100% 고유목적사업에 써야 합니다. 의료법인의 의료사업에 대한 재투자 의무는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화됩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법인의 운영을 규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법인이 수익을 전액 자기 사업에 재투자해버리면 모법인인 병원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모법인인 병원은 재투자할 수익조차 없게 됩니다. 설령 수익이 나도 모법인의 지분만큼 배당받기 때문에 지분 30%만큼 배당받고 80%를 재투자할 경우, 자법인 수익 중 70%는 외부 투자자에게 배당되어 빠져나가고, 병원에 재투자되는 비중은 24%에 불과합니다. 모법인인 병원은 자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수익을 자법인에 몰아주고, 그 수익의 최대 70%는 외부 투자자에게 빠질 수 있습니다.

5. 결과적으로 의료비가 상승하는 것 아닌가?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14쪽.

정부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부대사업의 확대는 의료업의 수행방식·내용에 영향을 줍니다. 정부는 건강기능식품 판매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의 규정 자체가 복잡하고 모호해서 같은 비타민제라도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식품으로 분류됩니다. 의약외품이나 식품으로 판매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또한 이번 시행규칙에 따르면 병원은 장애인보장구 등의 맞춤제조·개조·수리업도 할 수 있고, 숙박업, 종합체육시설업도 할 수 있습니다. 모두 환자를 상대로 하는 사업이고, 부대사업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환자가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게다가 건물 임대업을 통해 할 수 있는 사업은 무제한입니다. 일부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고하는 사업만 제외하기로 했는데, 그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도 않았고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작년에 밝혔던 계획보다 더 포괄적으로 부대사업을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건물을 임대해서 사업하도록 하는 것은 직접 사업하는 것과 크게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입점 업체의 운영을 직접 관리하고, 수익을 임대료를 통해 빼갑니다. 병원(혹은 자법인)은 더 많은 건물 임대료를 받기 위해 임대한 사업체의 영리 추구를 부추길 것입니다. 그 돈은 다 환자·보호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6. 부대사업 확대와 병원 영리 자회사 허용은 의료 민영화인가?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2쪽.


정부는 병원(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이므로 구성원에게 수익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자회사입니다. 자회사의 수익은 70%가 병원이 아닌 외부 투자자에게 배분될 수 있습니다. 외부 투자자들이 병원에 투자해서 병원에서 발생한 수익을 밖으로 배당해가는 것이 바로 영리병원의 특징입니다. 영리 자회사는 외부 투자자가 병원의 중간 매개고리가 됩니다. 따라서 영리 자회사를 설립한 병원은 사실상 영리병원이 되는 것입니다.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2쪽.


정부는 전 국민 의무가입제를 폐지해서 미국처럼 민간보험으로 공공보험(건강보험)을 대체하는 것이 의료 민영화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그런 미국식 의료보험제도를 향해 한 걸음 나가는 것입니다.


의료비가 오르면 환자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의 부담도 커집니다. 건강보험 재정이 위협을 받게 되고 지출이 자꾸 많아지므로 보장성을 확대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건강보험은 부실해집니다. 반면 민간의료보험은 부대사업 서비스들을 얼마든지 보장 범위에 포함할 수 있고, 특정 병원과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S보험에 가입하면 병에 걸렸을 때 요양을 위해 S병원이 운영하는 특정 의료관광호텔을 이용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S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보다 민간보험이 더 필요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건강보험은 부실해지고, 민간보험은 가입자가 확대되면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커집니다. 미국처럼 저소득층, 노인 등 민간의료보험이 가입을 꺼리는 사람만 공공보험에 남겨집니다. 이것이 병원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 자회사 설립의 미래입니다.


병원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 자회사 설립은 결과적으로 의료 민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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