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역사 7단체 "문창극·김명수? 대한민국 침몰시킬지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역사 7단체 "문창극·김명수? 대한민국 침몰시킬지도"

'식민 사관 망언' 문창극과 '교학사 옹호' 김명수 내정 철회 요구 공동 성명

한국사 학계의 중추를 이루는 7개 학회가 16일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지명자의 내정을 철회하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중세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는 이날 '한국역사학계가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역사와 민족의 이름으로" 두 사람의 내정을 철회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사 7단체는 논란이 된 문 지명자의 발언들을 "21세기 대한민국 총리 후보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반민족적·반역사적 망언"으로 규정했다. "서구의 오리엔탈리즘과 일제의 식민 사관"에 바탕을 두고 "반민족적 역사관을 그릇된 기독교 신앙으로 내면화한" 문 지명자의 역사관은 "뉴라이트 역사관보다 더욱 편협하고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에 대한 문 지명자의 태도는 "20년 이상 1130회나 수요 집회를 열었던 한국의 피해자와 시민단체의 노력은 물론 UN 등 국제 기구와 미국·유럽연합 등 여러 나라의 호응에 찬물을 끼얹었고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도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역사 7단체는 김 지명자에 대해서도 "친일과 독재를 변호한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했다고 지적했다. 객관적 자료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비판한 역사학계를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매도하고 이념 투쟁 운운한" 김 지명자는 "시대착오적 역사 교육 이념을 지닌 편향된 인물"로서 교육부를 이끌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역사 7단체는 문창극·김명수 후보 내정이 "예고된 참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퇴행적이고 편협한 역사관을 지닌 인물이 현 정권의 인사를 사실상 주도하고 역사 교육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던" 상황에서, 이번 인사는 그런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줬다는 것이다.

역사 7단체는 "국민 일반의 건전한 역사의식과 헌법 정신에 배치되고 외교 관계에서도 참사가 예상되는 인사의 등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혁할 것도 요구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인사를 강행하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잘못된 관행, 제도, 시스템을 개혁하기는커녕 대한민국호를 잘못 인도해 침몰시킬지도" 모른다는 경고다.

▲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 ⓒ연합뉴스

"역사와 민족의 이름으로 문창극·김명수 내정 철회토록 해야"

다음은 역사 7단체의 성명 전문.

한국역사학계가 국민께 드리는 글

역사와 민족의 이름으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 내정을 철회토록 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비탄에 빠져 있는 시점에서 문창극 총리 후보의 지난 발언들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우리 역사와 민족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내용으로 21세기 대한민국 총리 후보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차에 편협한 역사관과 시대착오적 역사 교육 이념을 지닌 김명수 교육부 장관 지명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역사학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문 후보의 발언이 반민족적·반역사적 망언이라 봅니다.

첫째, 문 후보의 망언은 서구의 오리엔탈리즘과 일제의 식민 사관에 입각해 있습니다. 오리엔탈리즘은 '문명 서구 대 야만 비서구'라는 편견에 입각해 서구의 침략과 지배를 문명화란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이념입니다. 그리고 민족성론, 정체성론, 타율성론으로 구성된 일제의 식민 사관은 한국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는 역사관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양자는 반민족적 제국주의 역사관입니다.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것이 우리 민족의 DNA'이라든가, '일제의 식민 지배는 조선 왕조 500년을 허송세월한 우리 민족의 탓'이라는 식의 망언은 이런 역사관의 단적인 사례에 불과합니다.

둘째, 문 후보는 극히 단편적이고 문제투성이인 일부 자료를 근거로 경천동지할 망언을 했습니다. 문 후보자가 망언의 근거로 삼은 자료는 극히 일부 서양인 선교사와 여행가의 보고서·견문록, 그리고 한국인의 일기 등에 불과합니다. 주목할 점은 전자는 오리엔탈리즘적 편견, 불완전한 정보, 그리고 피상적인 견문에 입각한 것이고, 후자는 독립운동 무용론까지 주장했던 대표적 친일파 윤치호의 일기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이런 자료만을 무비판적으로 보게 되면 우리 역사와 민족에 대해 당연히 부정적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문 후보는 최소한의 비판적 안목도 없이 반민족적 역사관에 입각한 망언을 대담하게 한 것입니다.

셋째, 문 후보의 망언은 반민족적 역사관을 그릇된 기독교 신앙으로 내면화한 결과입니다. 저희는 "역사에 대한 자신의 자의적 해석을 하나님의 뜻으로 둔갑시켜"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민족 분단이 하나님의 뜻으로 왜곡하는 것은 "잘못된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부적절한 주장이며…불경스러운 일"로 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성명에 공감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8·15 해방은 독립 운동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는 발언은 수많은 선열의 간단없는 독립 운동과 강렬한 독립 의지가 8·15 해방의 바탕이 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고, '6·25 전쟁은 미국을 붙잡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 '4·3사건은 공산주의자의 폭동'으로 주장한 것은 하나님(하느님)의 뜻을 빙자해 극단적 반공 국가주의 역사관을 펼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문 후보의 역사관은 뉴라이트 역사관보다 더욱 편협하고 위험합니다.

마지막으로 문 후보는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으로 하여금 사과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망언을 했습니다. 주지하듯 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한·일 간 민족 문제일 뿐 아니라 인류 보편적 여성·인권 문제로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사와 역사 왜곡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문 후보는 반역사적인 망언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20년 이상 1130회나 수요 집회를 열었던 한국의 피해자와 시민단체의 노력은 물론 UN 등 국제 기구와 미국·유럽연합 등 여러 나라의 호응에 찬물을 끼얹었고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도 배치됩니다.

한편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채택률이 0%에 가까운 것은 '국가적 수치'이고 '위안부가 (일본군을) 따라다녔다'는 표현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등 친일과 독재를 변호한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했습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무수한 오류와 편향된 가치관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한국역사학계가 객관적으로 지적했음에도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학계를 매도하고 이념 투쟁 운운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일부 독재 국가 등에서나 사용되는 역사 교과서 국정제로의 전환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시대착오적 역사 교육 이념을 지닌 편향된 인물입니다.

이와 같은 역사관을 지닌 인사들이 각각 총리와 교육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것은 예고된 참사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퇴행적이고 편협한 역사관을 지닌 인물이 현 정권의 인사를 사실상 주도하고 역사 교육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던 차였습니다. 작년에도 정부가 한국역사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편협한 역사의식을 지닌 뉴라이트 계열 인사를 한국사 연구 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하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승인과 보급을 위해 온갖 무리수와 편법을 동원하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일반의 건전한 역사의식과 헌법 정신에 배치되고 외교 관계에서도 참사가 예상되는 인사의 등용을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잘못된 관행, 제도, 시스템을 개혁하기는커녕 대한민국호를 잘못 인도해 침몰시킬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민국의 역사를 지켜내야 한다는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아래와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반민족적이거나 편협한 역사관을 가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갖고 국민 일반의 여망에 부응하는 인사를 등용할 수 있도록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혁하라.

2014년 6월 16일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중세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