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표정관리 모드다. 6.4 지방선거에서 '박근혜의 힘'에 기대 새누리당이 선방한 결과가 나와 내심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아직 세월호 참사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은 정국을 살피는 기색이다.
지방선거 개표가 마무리된 5일 오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방선거에 관한) 공식 논평을 하지 않기로 정리됐으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지방선거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도 "모르겠다"고 했다.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 온 국가 개조와 비정상의 정상화, 공직사회 개혁,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오전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선거가 끝나고 추진해야 할 정책들이 차질 없이 진행 되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자는 논의와 보고가 주류였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와 함께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지방선거의 문턱을 비교적 무난하게 넘은 만큼 세월호 참사로 타격을 입은 국정의 동력을 서서히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방향이라면 박 대통령의 국정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우선 후임 국무총리 인선을 비롯한 내각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이나 총리 내정자의 낙마 사태를 겪은 만큼,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인사 발굴이 우선적인 과제가 됐다.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 개편 여부도 주목된다. '심판론'을 피해간 지방선거 결과를 정부에 대한 지지로 해석할 경우, 김기춘 유임과 동시에 소폭 개편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줄곧 비판을 받아온 '만기친람'과 '불통'의 통치 스타일도 변화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인적 개편이 세월호 정국 수습의 마침표가 되기를 기대하는 눈치지만,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야권이나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가능한 통합형 인사보다는 국가 개조라는 국정 목표 수행에 걸 맞는 정실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방선거 관문을 넘어 향후 2년간 전국단위 선거가 없다는 점도 박 대통령을 '성과 지상주의'의 함정으로 유혹하는 요인이다. 이와 함께 '박근혜 마케팅'으로 선거를 치른 새누리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장악력이 여전하고, 야당도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비판의 동력을 적지 않게 상실한 만큼 견제세력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정치 환경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국정 운영은 시민사회와 지속적인 마찰과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특히 전국 민심의 선행 지표인 서울의 각급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대패해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의 확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를 비롯해 '미니총선'으로 불리는 7월 재보선 등 정치권의 일정도 여전히 박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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