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복집 사건 때 김기춘 실장이 '우리가 남이가' 해서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잖아요? 거기에 대한 비난이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 나름대로 윗선을 향해서 많은 로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구속이 됐다. 그것을 환기시키는 것인지도 모르죠."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의 증언이다. 세월호 참사 사건과 관련해 구원파 수련시설인 금수원 앞에 붙어있던 '우리가 남이가' 현수막에 숨은 의미를 심 전 고검장은 이렇게 해석했다. '김기춘 실장, 갈데까지 가보자' 등 구원파는 유독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한 현수막을 잇따라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심 전 고검장이 25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 출연해 밝힌 증언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심 전 고검장은 1991년 7월 20일 오대양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해 열흘 뒤인 30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다가 체포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검 차장이던 그는 당시 최고의 '칼잡이'로 통했다.
그러나 심 전 고검장은 유 전 회장이 구속되기 전날인 31일 돌연 대전지검을 떠났다. 8월 1일자로 서울 남부지청 차장검사로 발령났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7월 25일 검찰 발표한 정기인사에 따른 것.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다. 인사조치 결과, 수사팀이 바뀌었고 유 씨에 대한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이에 대해 심 전 고검장은 "당시에는 제가 체포하고 구속한 다음에 인사발령이 났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좀 어려웠다"고 했다.
김 실장이 인사를 통해 수사를 방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심 전 고검장은 특히 "김 실장은 당시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고 무관심이라든가 방관 또는 어떤 면에서는 (수사팀에) 도움이 되지 않게 방해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국가적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럴 때는 조금 유예를 하든지, 다른 보완책으로 수사 검사들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했어야 정상적인데, (김 실장이) 무관심 또는 사태의 본질을 방기한 면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심 전 고검장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는 해명을 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26일 "당시 인사는 미리 예고돼 있던 정기인사였다"며 "고검 검사급 129명과 일반 검사 135명의 자리 이동이 있었고, (심재륜) 대전지검 차장검사 외에도 그 동기 3명 모두가 인사이동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민 대변인은 "대전지검 차장검사 인사는 오대양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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