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길환영 KBS 사장 "절대로 사퇴하는 일 없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길환영 KBS 사장 "절대로 사퇴하는 일 없다"

기자협회 및 노조에 선전포고 "그 어떤 사장보다 엄중히 책임 물어"

길환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청와대의 눈치를 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노동조합 및 기자협회에 대해서도 격렬히 비난했다.  

앞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길 사장이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사사건건 보도에 간섭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라 KBS 기자협회는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 또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21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길 사장은 21일 오전 사내 방송을 통해 발표한 특별담화문에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선동과 폭력에 절대로 사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노조의 사퇴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불법 선동과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장보다 엄중히 그 책임을 물어”라는 표현도 나왔다. 제작 거부와 파업 준비를 각각 불법 선동 및 불법 행위로 규정한 것. 이어 그는 “명분 없는 불법 파업으로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헛된 꿈은 접어라. 정치적 선동으로 KBS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려는 불법적인 시도가 있다면 나의 직을 걸고 사규와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보도국장은 ‘대통령 관련 뉴스를 20분 이내에 보도하는 원칙이 있었다’라고 주장했었다. 군사정권 시절 ‘땡전뉴스’를 연상케 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길 사장은 “대통령 뉴스가 20~30분대에 배치되면 지역에서 방송이 나가지 않는 경우가 있어 한두 번 그런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성격이 꼼꼼하다. 궁금한 것은 놓치지 않는다. PD 출신이라 질문도 하고 좋은 의견도 있으면 전달을 했다”라는 말도 했다. 사장 위치에서 보도국장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압력이 아니라 질문과 의견이었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사전 면접’ 의혹이 일고 있는 백운기 전 보도국장을 김 전 보도국장의 후임으로 임명한 데 대한 해명도 나왔다. 백 전 보도국장은 리더십과 친화력이 장점이며, 보도본부 분위기가 소통이 가장 필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부사장 및 보도본부장과 심사숙고한 끝에 결정한 인사일 뿐이라는 해명이다. 길 사장은 “정말 오비이락 격으로 그날 백운기 전 국장이 삼청동 근처에 가서 누구를 만났다라고 하는 것이 노조를 통해 알려졌는데 그것은 백 전 보도국장의 인사와는 연관이 없는 일”이라며 “청와대의 어떤 지시를 받아서 우리가 인사를 한 적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 다음은 길환영 KBS사장이 21일 발표한 특별담화문 전문.


존경하는 사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우리 KBS문제가 사회적 파문의 중심에 서서 많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고 특히 KBS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위기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KBS를 대표하는 사장으로서 참으로 사원여러분께 송구스런 마음이고 이런 사태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말씀드립니다.

우선 문제가 되었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사적 발언 논란으로 야기된 이번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원인을 살펴보면 몇 차례의 단계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데 그 때마다 정확한 팩트를 밝히기 위한 회사의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태를 악화시킨 주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사석발언에 대해 김 전 국장이 해명하면 될 것으로 간단히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유족들에게 사과할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또 사태 수습을 위해 김국장의 진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파면만은 안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김 전 국장은 큰 상처를 입었고 급기야 이 같은 사태로 발전했다고 봅니다. 지금 생각하면 사장인 제가 직접 나서서 그때 그때 즉각적인 해명과 대응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랬더라면 지금 사내 여론이 김시곤 전 국장의 과장 왜곡된 일방적 주장을 마치 진실인양 받아들여서 이처럼 회사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별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김 전 국장 주장중 “KBS보도에 사사건건 간섭”을 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제가 성격이 꼼꼼한 편입니다. 그래서 궁금한 것은 놓치지 않습니다. 김 전 국장도 전화로 그날의 주요 리포트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했는데 사장이 PD출신이어서 보도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질문도 하고 좋은 의견이 있으면 전달해 주기도 하곤 했습니다. 김 전 국장 답변도 항상 “연구해 보겠습니다”였지 “알겠습니다”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사장이 회사업무의 총괄책임자의 입장에서 통상적인 업무범위 내에서, 때로는 시청자 입장에서 의견을 말한 것이었지만 사장의 의견 제시에 김 전 국장이 부담을 느낄 것이란 점을 헤아리지 못한 저의 불찰이 큽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포괄적으로 사사건건 간섭했다는 표현으로 비판하는 것을 보고 저는 매우 당혹스러웠습니다. 만일 김 전 국장이 그때마다 그것이 보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간섭하는 것이라고 느꼈다면 왜 보다 강력한 의견제시를 하지 않았는지도 여전히 궁금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9시뉴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아이템 취재지시를 하거나, 기사를 빼라, 리포트 내용을 바꿔라... 한 번도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청와대 외압설, 기사 관련해서 그런 전화 받은 적 한 번도 없습니다.

대통령 관련 20분 이내 소화하라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로컬뉴스타임 때문에 지역에서 방송이 나가지 않는 경우가 있어 1~2번 정도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해경관련 보도 지시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당시 분위기가 해경 격려로 반전되던 무렵이었습니다. 시신 찾기 독려가 더 절실한 상황에서 해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시신을 찾아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가 빗발치던 시기였습니다. 해경에 대한 비판 기사를 늦추고, 해경을 독려해 실종자를 찾는 쪽으로 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요구 반영되지 않고 그대로 방송되었고, 내용 정리 잘되었다고 오히려 다음날 국장 격려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얼마 전 보도본부 부장단 회의에 가서 분명히 취재 보도 시스템 상 개선할 것이 있으면 지혜를 모아 달라 그러면 적극 수용토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기자협회총회에서 결의된 제도개선에 관해서도 회사에서 적극 모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또, 백운기 전 보도국장 임명과 관련한 루머에 대해서도 말씀드립니다.

지난 10일(토)저녁에 류현순 부사장에게 지시를 했습니다. 즉 보도국장 자리가 공석으로 오래가면 안되니, 임명을 위해 후보를 5~6명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장단점을 가지고 그 다음날 보고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가져온 명단 중에 맨 처음에 백운기 국장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장점 단점을 볼 때 리더십, 친화력이 장점으로 있었습니다. 보도본부 분위기가 소통이 가장 필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부사장, 보도본부장 3명이 심사숙고한 끝에 결정한 인사입니다. 오비이락 격으로 삼청동에서 누구를 만났다고 하는 게 노조를 통해서 알려졌지만, 이는 백 국장 인사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것입니다. 청와대 지시로 인사를 한 적은 단언코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보도본부 부장단이 방송사상 처음으로 제작거부를 결의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최소한 경위파악이라도 제대로 한 뒤에 벌어졌다면 모르겠습니다.

단 한 차례 당사자인 사장과의 대화를 통한 진상규명 절차도 생략한 채 엄청난 보직사퇴가 결행된 것입니다.

5.16 발표된 부장단 성명서에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전임 보도국장의 폭로에 따르면 사장은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서 KBS보도를 사사건건 간섭해 왔다고 한다. 우리는 그간 길사장의 행보에 비춰볼 때 그런 폭로를 충분히 사실로 받아 들일만하다.” 라고 돼 있습니다.

도대체 팩트를 확인도 하지 않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과장 왜곡된 주장만을 전제로 부장단이 보직사퇴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인 기자협회의 합리적 이성적 결정이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습니다.

또 성명서에는 “사장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면담요청을 거부하며 버티다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머리를 조아렸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이 보직사퇴의 이유라고 되어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밝혀 드리겠습니다. 저는 5월9일 아침 8~9시 사이에 이미 임창건 보도본부장에게 유족을 만날 것을 주선하라고 지시해 두었습니다. 정무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은 제가 유족을 만나겠다고 유족 측에 의사를 전달한 이후인 11시~12시 사이로 기억합니다. 그때 정무수석은 오전에 유족대표들을 만난 후 유족들의 격앙된 정서를 전하면서 “유족들이 KBS문제로 여기까지 왔으니 최대한 노력을 해서 어떻게 좀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큰 틀에서 당부를 했지만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빨리 와서 사과하고 누구를 사임시키라는 식의 구체적인 요구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효자동에 간 것이 마치 청와대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그것이 KBS가 청와대에 예속된 증거라고 논리적 비약을 합니다. 제가 효자동에 가서 사과를 한 배경은 KBS 문제로 촉발된 것이기에 결자해지 차원해서 행한 것입니다. 저는 청와대로부터 기사를 부탁받은 적이 전혀 없습니다. 지금 청와대는 물론 어떤 기관도 언론 장악은 고사하고 마음대로 취재부탁도 못하는 현실입니다. 사회가 그렇게 바뀌었습니다.

효자동에 간 것도 제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결정한 것이고, 김 전 국장 사퇴도 제가 김 전 국장을 설득해서 내린 결정이었음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김 전 국장 사퇴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5월9일 아침부터 오전 상황은 효자동으로 간 유족들의 분위기가 격앙되어 있었고, 두 세 차례 유족 대표 측과 전화로 확인한 결과 그분들의 요구조건 두 가지는 매우 강경했습니다. 그쪽의 주장은 “두 가지 조건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효자동으로 올 필요도 없다.” 사장의 공개사과와 김 전 국장에 대한 파면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사태를 더 큰 혼란으로 키우지 않기 위해 김 전 국장을 불러 사태수습을 위해 자진 사표를 요구했습니다.

처음에는 강하게 반발. 10여분 설득 뒤 “알겠습니다. 기자회견 후 수용하겠습니다” 그렇게 사의 표명 결심을 받고 저는 2시에 회사를 출발해서 효자동으로 간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에 기자회견 중 김 전 국장에 의해서 그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아, 어떻게 사장과 조직에 대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그날 그 사태를 겪고 그래도 저는 저녁에 퇴근을 하면서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나 하자 제의했습니다. 김 전 국장 이해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괜찮다. 그렇지만 김 전 국장은 어떻게 사장님 얼굴을 보냐며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기자협회 총회에서 다시 2차 발언을 한 것을 보고 그야말로 충격과 배신감에 놀랐습니다.

왜 두 번씩이나 사장과 KBS조직에 그런 일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원 여러분

더 이상 한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우리 조직이 이처럼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려서야 되겠습니까? 이제 6.4지방선거는 보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월드컵도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보다도 재난방송 주관사로서 이번 세월호 참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할 공적책무가 놓여있습니다. 하루빨리 우리의 KBS가 이 위기를 벗어나서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사원여러분 모두의 힘을 모아 주실 것을 사장으로서 간곡히 호소합니다.

사원여러분

김 전 국장의 확인되지 않은 사석 발언에서부터 비롯된 결과를 놓고 양 노조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명분과 절차로 보아도 파업을 결행한다면 이것은 분명한 불법파업입니다. 며칠 전 KBS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KBS보도국 윗선에서 서울 지하철사고 보도를 키우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발표하면서 “KBS가 청와대 부속기관이도 여권 승리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습니다. 김 전 국장도 코미디라고 일축했습니다.

또 사장의 해외출장비를 국제협력실이나 예능국에서 지불한 것이 마치 불법이고 비리를 발견한 것 인양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이번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 앞장서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사원 여러분.

저는 또 사장으로서 KBS노조와 본부노조에 제안합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의도적으로 근거 없는 폭로를 하지 말고 사장인 제가 직접 참석하는 특별 공정방송위원회를 열 것을 노조에 제안합니다. 그곳에서 근거 없는 선동이 아니라 구체적인 팩트를 가지고 진실을 밝힐 것을 제안합니다.

KBS는 민주적인 노사 간 소통장치를 다른 어떤 언론사보다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합리적으로 논의할 수 있습니다.

명분 없는 불법파업으로 회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접으시기 바랍니다. 4700여 직원들 중 침묵하는 다수가 양 노조의 명분 없는 투쟁을 무력화시킬 것입니다. 다수의 국민들도 양 노조의 정치적 행위를 더 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오늘 확인된 시청자 상담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시청자가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으로서 불법파업이 일어난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닙니다. 공영방송이 모처럼 신뢰받고 영향력도 가장 앞선 상황에서 스스로 발등을 찍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또한 KBS노조와 본부노조에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저는 불법 선동과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장보다 엄중히 그 책임을 물어 kbs가 힘으로 밀어붙이고 정치세력에 휘말리는 구태적인 문화를 척결하고, 일하는 사람이 존경받고 존중받는 조직 문화를 반드시 만들어 낼 것입니다.

사원여러분.

저는 KBS 사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KBS 직원들이 직종을 불문하고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보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영방송인의 순수한 노력을, 선거를 앞두고 특정 목적을 위해 이슈화하기 위해 매도하고 왜곡하고, 그것도 부족해 KBS 전체를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들려는 행위에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공영방송 KBS는 어떤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세월호 참사를 성실하게 보도해야 합니다. 또 6.4지방선거가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월드컵 중계도 중요한 우리의 소임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임무를 성실하게 완수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우리의 의무이며 도리인 것입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 데는 사장인 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임직원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소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이번 사태가 발생한 보도본부의 정서를 살펴보면서 저는 PD출신 사장으로서 기자사회의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밤 11시에 방송되던 뉴스라인의 편성시간대 이동이라든지, 베를린 지국 폐쇄를 통한 다른 해외 지역 특파원 정원을 늘리는 문제이라든지, 이번 사태의 와중에 뉴스 안 나와도 된다는 식의 막말을 사장이 했다더라는 소문이 퍼지는 등, 직종간의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조그만 갈등이 시간이 가면서 누적됨으로써 상대에 대한 엄청난 오해와 불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저의 불찰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뉴스가 안 나와도 된다”는 말을 한 적이 결코 없습니다.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중의 하나인 뉴스가 방송되지 못한다면 KBS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데 사장이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식의 오해는 비단 보도본부 뿐만 아니라 타 직종 본부에도 해당되는 일일 것입니다. 이점은 저의 불찰이고 늘 소통을 외치면서도 소통이 부족했던 점이라고 뼈아프게 반성합니다.

사원여러분,

저는 사장이 되는 과정에서,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정치권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았습니다. 아니 받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KBS에서 성실하게 근무한 그냥 일반 PD였을 뿐입니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여러분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직원이었습니다.

이제 제가 무슨 욕심이 더 있겠습니까? 제 평생직장이었던 KBS를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국으로 우뚝 세워놓는 것, 세계적인 공영방송의 반석에 올려놓는 것이 제 꿈이고 저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KBS인들에게 정치권을 통하지 않고도 성실함과 전문성만으로 사장까지 오를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것이 수신료를 내 주시는 시청자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KBS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KBS의 모든 민주적인 절차와 수단을 동원해서 진실을 밝혀내고, 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머리를 맞댈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선동으로 KBS를 또 다시 나락으로 떨어뜨리려는 불법적인 시도가 있다면, 그 어떠한 불법 행동에 대해서도 제 직을 걸고 그 누구보다 엄중하게 사규와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사원여러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작거부와 불법적인 파업시도를 접고 하루속히 일상의 업무로 돌아와 주십시오. 그리고 국민의 방송을 지켜 주십시오.

그리고 제의합니다. 노조든 협회든 만나겠습니다. 터놓고 대화하면서 서로가 쌓였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사내외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수용하는 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막내 기수 기자들의 진정어린 호소, 노동조합과 각 협회의 걱정 어린 고언들을 살펴보고 헤아리겠습니다. 우선 불합리한 보도시스템과 관행을 개선하자는 보도본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 결과가 반드시 나타나도록 하겠습니다.

4700여 사원 여러분, 퇴직사우를 비롯한 모든 KBS가족 여러분.

국민의 방송 KBS를 이 위기로부터 지켜 주십시오. 그래서 진실로 국가와 민족에 봉사하는 참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게 해 주십시오.  

사장인 저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온 신명을 바쳐 KBS를 정상화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기쁜 마음으로 물러 날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선동과 폭력에는 절대로 사퇴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KBS가 무너지면 우리사회가 흔들립니다.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지금 우리가 가야할 길을 냉정하게 찾아봅시다.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의 장을 열고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