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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본부 부장단 '총사퇴'…길환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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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본부 부장단 '총사퇴'…길환영 압박

"모든 책임 통감… 저널리즘 망친 길환영 물러나라"

한국방송공사(KBS)의 세월호 관련 보도에 대한 '윗선' 개입 논란이 결국 보도본부 부장단 총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18명의 부장단은 총사퇴를 선언하며, 김시곤 전 보도국장과 마찬가지로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KBS 보도본부 부장들은 16일 사내게시판에 '최근 KBS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제하의 글을 올려 "뉴스의 최전선을 지켜온 우리 부장들부터 먼저 책임지겠다. 부장직에서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길환영 사장에게 요구한다.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게 사과하는 길환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프레시안(최형락)

부장단은 성명서 첫 머리에서 "참담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들은 "20년 이상을 뉴스현장에서 보낸 우리들은 지금 우리의 보람이자 긍지여야 할 KBS가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련의 세월호 보도, 전임 보도국장의 부적절 발언 논란과 충격적 폭로 등이 지금 사태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그것은 뇌관이었을 뿐, 폭약은 이미 차곡차곡 쌓였고 터질 때를 기다려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길 사장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다 청와대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황급히 사과한데 대해 "공영방송 KBS의 최고 책임자의 품격과 위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는 자의 측은함뿐"이라고 질타했다.

세월호 관련 부적절 발언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이들은 "우리의 결의가 당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결코 아니"라며 "세월이 좋을 때는 사장의 충실한 파트너였다가 일이 틀어지니까 폭로에 나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지난 12일 기자협회 총회에서 제작 거부 투쟁 결의를 한 이후부터 줄곧 사퇴 논의를 해왔으며, 결국 이날 점심 부장단 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총사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단이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아직 수리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뉴스 제작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사퇴가 현실화될 경우, 보도국에 남는 부장단 이상급 인사는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취재주간 세 명 뿐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길 사장을 향해 "공터에 홀로 버려진 낡은 축구공 마냥 쓸쓸할 것"이라면서 "이제 영욕의 세월은 잊고 겸허하게 국민 앞에 고개 숙이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부장단이 쓴 총사퇴 성명서 전문.

최근 KBS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참담하다. 20년 이상을 뉴스현장에서 보낸 우리들은 지금 우리의 보람이자 긍지여야 할 KBS가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다 KBS가 끝내 쓰러지는 것일까. 피해는 결국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다.

일련의 세월호 보도, 전임 보도국장의 부적절 발언 논란과 충격적 폭로 등이 지금 사태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뇌관이었을 뿐이다. 폭약은 이미 차곡차곡 쌓였고 터질 때를 기다려왔다. KBS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때마다 KBS는 폭발을 향해 한발씩 나아갔던 것이다.

누구 탓을 하랴. 일선 기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뉴스의 최전선을 지켜온 우리 부장들부터 먼저 책임지겠다. 최근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우리는 부장직에서 사퇴하고자 한다.

그리고 길환영 사장에게 요구한다. 즉각 사퇴하라.

전임 보도국장의 폭로에 따르면 그는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KBS 보도에 사사건건 간섭해왔다고 한다. 우리는 그간 길 사장의 행보에 비춰볼 때 그런 폭로를 충분히 사실로 받아들일만하다고 본다.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아니,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KBS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KBS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

얼마 전 길 사장은 사과는커녕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며 버티다 그들이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머리를 조아렸다. 왜 그랬나? 청와대가 가질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는가? 그런 그에게 공영방송 KBS의 최고 책임자의 품격과 위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는 자의 측은함, 우리가 그에게서 본 것은 그것뿐이다. KBS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길 사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공영방송 KBS와 그 구성원들을 욕보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시 한 번 길 사장에게 말한다. 당장 사퇴하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도 촉구한다. 혹여 우리의 이런 결의가 당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결코 아님을 알기 바란다. 보도국장 재직 시절 사장의 지시를 받아 KBS 보도를 직접적으로 굴절시킨 책임자는 당신 아닌가. 세월이 좋을 때는 사장의 충실한 파트너였다가 일이 틀어지니까 폭로에 나선 것 아닌가. 보도국장이라면 모름지기 보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당신은 공영방송 KBS의 보도책임자로 부적격자였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는 KBS 뉴스를 지켜야한다는 사명감 아래 그동안 자중해왔다. 하지만 그 자중은 지금까지로 족하다. 뉴스를 지키기 위해, KBS를 살리기 위해, 시청자를 섬기기 위해, 그리고 언론인으로서의 자존과 보람을 지키기 위해, 결연히 나아갈 것이다.

2014년 5월 16일 KBS 보도본부 부장단 일동

이준희 뉴스제작1부장, 유석조 뉴스제작2부장, 곽우신 뉴스제작3부장, 김혜례 라디오뉴스부장, 이춘호 정치외교부장, 박찬욱 북한부장, 신춘범 경제부장, 조재익 사회1부장, 장한식 사회2부장, 이기문 문화부장, 강석훈 과학재난부장, 정인철 네트워크부장, 이재강 국제부장, 정창훈 경인방송센터장, 홍사훈 시사제작1부장, 김형덕 시사제작2부장, 황상무 '시사진단' 앵커, 최재현 대외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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