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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서울 강남이었다면 결과 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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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서울 강남이었다면 결과 다를 것"

[현장] 2만 명 모인 안산 촛불집회…"정부·언론 비판, 진상 규명 촉구"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와 한국방송(KBS) 본관을 찾아간 이튿날인 10일, 경기도 안산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경기도 안산 고잔동 문화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국민 촛불 행동' 집회를 열었다. 시민 2만 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는 단원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참석해 눈물바다가 됐다.
2학년 4반 고(故)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중대 씨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어내려 갔다. 박 씨는 "모두 구출했다는 것이 오보였음이 밝혀졌고, 정부는 숫자를 잘못 집계했다"며 "거짓말하는 공무원의 만행을 용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우왕좌왕하는 공무원들을 보며, 과연 구조 의지와 확실한 구조 계획이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그들은 언론을 통해 자신이 대단한 구조를 한 것처럼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박 씨는 "법과 원칙을 지키라고 아비가 강요만 안 했어도 (살 수 있었다), 좋아하던 음악을 못 하게 해서 미안하다"며 "(피해자들이 안산이 아니라) 강남 집단이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들아, 대한민국의 배신을 용서해라. 위급 상황에서 움직이지 않은 국가를 용서해라. 네가 그래야 못난 나도 그들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저 세상에서는 이 못난 아비를 만나지 말고, 그곳에서는 대한민국 언론은 듣지도 믿지도 말라"고 말했다.

▲ 10일 안산 문화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 2만 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정화영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


단원고 2학년 4반 고(故) 김동혁 군의 어머니는 "제 아들이 '엄마, 아빠 사랑해요. 내 동생 어떡하지?'라는 말을 남겼었다"며 "여기 오기까지 저는 용기 없는 엄마였지만, 방송에서 제 아들이 그랬듯, 오늘은 제가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김 군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엄마, 아빠는 '전원 구조' 보도를 보고 네가 갈아입을 옷을 걱정하며 진도에 갔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에 대한 희망보다 너를 빨리 찾아야 한단 생각에 진도와 팽목항을 동분서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새벽, 엠피쓰리(MP3)와 나타난 너의 시신을 보며 엄마, 아빠는 비통했고, 널 찾은 게 (아직 자녀의 주검을) 못 찾은 부모에게 미안했어"라며 "자는 듯이 예쁜 모습으로 부모 품으로 돌아와 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다.

김 군의 어머니는 "용접공으로 20년간 살아온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던 너였다"며 "2학년 7반 김동혁 엄마로 살게 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세금을 내고 일터에서 소시민으로 살아온 엄마, 아빠가 네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마음 놓고 여행 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 동혁아 사랑해"라고 말하고 오열했다.

▲ 유족이 편지를 읽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생존자 부모도 정부의 부족한 대책을 비판하고, 힘든 심경을 털어놓았다. 단상에 오른 한 생존자의 아버지는 "55명의 아이들, 부모는 힘들었습니다. 살아서 힘들었습니다"라고 흐느꼈다.
그는 사고 당일 "딸이 선내 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갑판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뒤 진도로 갔다"며 "진도에 도착할 무렵 아이가 탈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온 아이들은 구조된 게 아니라 (스스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은 "9일 청와대에서 유가족이 하룻밤 길바닥에서 잤을 때, 생존자들은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했고, 유족들은 '너희가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다"며 "아직 팽목항에 실종자 가족이 있기에 유가족은 마음껏 울지도 못 한다"고 전했다.

박 소장은 "범국민대책기구를 만들어서 정부에 실종자 수색과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정부 책임을 촉구할 것"이라며 "안전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고등학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의 이후식 유가족 대표도 "세월호 사고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며 "해경의 셀프 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민·관·군·경의 유착 비리를 밝히도록 특검을 요구하는 희생자 가족들을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시민 2만 명은 유족들의 편지를 들으며 흐느껴 울었다. 시민들은 "끝까지 밝혀낼게, 잊지 않을게, 끝까지 함께할게"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가 끝난 뒤인 오후 8시 20분께부터 9시 30분께까지 참가자들은 중앙역까지 행진했다.

▲ 안산 문화광장으로 행진하던 한 학생이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앞서 이날 오후 3시에는 안산 화랑유원지의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노란 리본 잇기'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 1200여 명(주최측 추산)은 노란 리본을 700미터로 연결해 합동분향소 주변을 둥글게 에워쌌으며, 노란 풍선 1000개를 날렸다. 이후 3시 50분께 행진을 시작해 5시 10분께 안산 문화광장에 도착했다.

서울에서도 세월호 추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4시 30분 5대종단 시국공동행동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1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세월호 추모 및 정부 부실대응 규탄 기도회'를 열고 북인사마당까지 행진했다. 오후 7시에는 '세월호 참사 시민 촛불 원탁회의'가 청계광장에서 명동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어버이연합 회원 300여 명도 이날 오후 6시 동아일보사 앞에서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열었으며, 자유대학생연합은 오후 4시 서대문구 신촌에서 '추모제 정치 세력화 방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밖에 부산, 광주, 강릉, 원주, 제주 등에서 추모 촛불 행사가 열렸다.
시민단체들은 오는 13일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오는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참사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둘러싸는 노란 리본 잇기 행사에 참여한 시민. ⓒ프레시안(김윤나영)

▲ 안산 화랑유원지의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노란 리본 잇기 행사하던 시민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단원고 앞에 놓인 흙 묻고 빛바랜 추모글과 '배고프지 마라'고 친구들이 놓아둔 빵과 음료. ⓒ프레시안(김윤나영)

▲ 단원고등학교를 지나가는 추모 행렬. ⓒ프레시안(김윤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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