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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눈물 "너무 일찍 떠난 친구들아, 너희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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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눈물 "너무 일찍 떠난 친구들아, 너희가 왜…"

[현장] 세월호 친구들을 위한 청소년 촛불…"너희를 잊지 않을게"

"마땅히 슬퍼해야 할 시간도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너희를 잊지 않을게."

또래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학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는 묵념 도중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세월호 침몰 이후 처음으로 정부 대응을 규탄하는 청소년들의 촛불 집회가 열렸다. 청소년단체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회원들과 청소년들, 일반 시민 등 300여 명은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친구들을 위한 청소년 촛불' 행사에 참석해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고 실종자 중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모인 참가자들은 저마다 단원고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더불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피켓에 적었다. 한 학생은 "같은 나이에 학교, 집, 학원을 전전하다 너무 일찍 하늘나라로 간 친구들아. 미안하고 보고 싶어"라며 단원고 학생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 세월호 침몰 관련 청소년 촛불 집회에 참석한 한 학생이 세월호 관련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또 다른 학생은 "어른들은 우리한테 바른 삶을 살라고 가르치면서 당신들은 정작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배가 침몰하는 순간에도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선장의 말을 잘 따랐던 학생들이 결국 구조되지 못하면서, 이들의 죽음이 어른들 때문이라는 원망이 담긴 메시지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지지부진한 대응을 규탄했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단원고 학생과 친한 형·동생 사이로 지냈다는 한 학생은 "박근혜 정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매번 청해진해운에만 잘못이 있다고 하면서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안양에 사는 한 학생은 "저희 할머니가 목포 병원 앞에 사신다. 저한테 전화하셔서 '너같이 어리고 꽃 같은 애들 추울 걸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하신다. 내 자식, 내 친구 아니어도 우리나라 국민이면 울음이 나오는 것이 정상"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 이야기를 하고 계신데 학생들 영정 앞에서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학생은 "국민의 대표로서 책임지겠다고 말을 할 것이면, 국민의 대표이기 전에 먼저 국민이 되어 달라"며 박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정부의 안일한 초동 대처가 실망스러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년 시절을 주로 외국에서 보냈다는 2학년 강소형 학생은 "외국에 있을 때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의문을 갖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희생자들이 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어야 정말 자랑스러운 국가라고 믿는데 정부의 초동 대처를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우학교 3학년 진하언 학생은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죽음이 의미 없게 사라지게 놔둬서는 안 된다"며 추모 공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 학생은 "가족을 잃는다는 슬픔은 정말 크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초동 대응 이후에도 허둥지둥했던 정부 행태를 꼬집었다.

진하언 학생은 영화 <타이타닉>에서 침몰 직전 음악가들이 승객들에게 들려줬던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Nearer My God to Thee)이라는 곡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했다. 진하언 학생은 "곡을 선정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렇지만 이 노래는 희망을 바라는 노래다.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 곡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 이우고등학교 3학년 진하언 학생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슬퍼할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 대한민국

이날 집회에서는 현재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을 되돌아보게 하는 학생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산마을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장다은 학생은 "아침에 친구들에게 같이 오지 않겠냐고 물어봤는데 친구들이 학원 가고 독서실 가야 한다고 해서 결국 혼자 왔다"면서 "우리에게는 '이렇게 슬퍼할 시간조차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구나'라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집회에 나가면 불이익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님의 말에 화가 났다는 학생도 있었다. 은혜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진소영 학생은 "집회에 나온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는데 세월호 사건 보고 안타까워하시던 어머니도 나가지 말라고 엄청 반대를 하셨다"면서 "아마 제가 무슨 화라도 입을까봐 그러셨던 것 같은데, 여기 나온다고 화를 입을 걱정을 하는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이 맞나"라고 반문했다.

자신의 꿈을 기자라고 밝힌 강소형 학생은 "진실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기자들을 항상 존경하고 동경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제가 과연 그들을 존경하고 동경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세월호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언론의 행태를 비난했다. 강소형 학생은 "아직 기자의 꿈을 갖고 진실을 알릴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언론 꿈나무들에게 저희의 꿈을 계속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날 몇몇 집회 참가자들은 4년 뒤 투표권이 생기면 제대로 투표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검정고시를 통과했다는 김재일 씨는 "새누리당이든 새정치민주연합이든 상관없이 꼭 투표하자. 투표해야 우리나라가 바뀐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다시는 또래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은 청소년의 간절함이 담긴 호소였다.

▲ 묵념이 끝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학생.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 세월호 영상을 보면서 한 학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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