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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 도민준도 300년 전 혜성을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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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 도민준도 300년 전 혜성을 보았을까?

[프레시안 books] 안상현의 <우리 혜성 이야기>

태양계 소천체를 연구하는 나의 일생동안 핼리, 슈메이커-레비 9, 햐쿠타게, 헤일-밥 등의 혜성이 방문했고, 최근에는 홈스와 아이손 혜성까지… 혹시 우리 태양계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닐까? 참, 그리고 내가 강연할 때마다 공룡 멸종의 원인 중의 하나로 인용하는 칙술룹 소행성 충돌이나 퉁구스카 소행성 충돌과 비슷한 사건이 나의 일생 중에 첼야빈스크에서 일어나더니 이번에는 우리나라 진주에서 운석이 떨어졌다. 세상은 모두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우주적 사건이 점점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더군다나 나는 이러한 태양계 소천체를 연구하는 몇 안 되는 한국의 태양계 천문학자이지 않은가? 혹시, 명왕성을 행성에서 뺐다고 태양계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 이유만이라면 억울하다. 그때 나는 그저 새내기 박사였고 그것을 주도한 사람들은 다 외국에 있었다. 그런데 왜 나에게만 이럴까?

나는 지금까지 내가 연구하고 있는 주제에 대하여 이와 같이 주관적인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지만, 나의 개인적인 생각과 연구를 특별한 인과관계 없이 마음대로 연결시켜 자유롭게 생각해 보니 한편 재미있기도 하다.

나의 연구는 논문으로 쓰여서 같은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는 외국인 과학자에게 심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언제나 나의 생각을 그들의 생각과 맞추어야 했다. 아마 이것이 위와 같은 방식을 독특하게 여긴 이유일 것이다. 아직 외국 동료 연구자들에 비해 해야 가야할 길이 멀다고 느끼고 있기에, 순전히 나의 생각이 가는대로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이 사치로 느껴졌던 것이다.

▲ <우리 혜성 이야기>(안상현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사이언스북스
안상현 박사의 <우리 혜성 이야기>(사이언스북스 펴냄)는 혜성을 소재로 하되 저자의 생각대로 마음껏 과거부터 현재를 훑어가고 있는 책이다. 때로는 저자의 수십 대 선조의 이야기도 등장하고, 보물찾기를 하는 듯한 과거의 혜성기록 찾기, 서양과 동양의 혜성 기록 검토 등을 이야기하면서 다양한 보폭과 깊이로 우리나라의 혜성에 대한 관측과 이해를 풀어내고 있다. 머리말에 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은 저자 자신을 위하여 쓴 것이라 혜성 이야기 속에 저자의 이야기가 있다.

예부터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권력과 하늘을 어떻게든 연관 지어야 했다. 이는 결국 밤하늘을 상세히 관측하여 그 변화를 살피는 일을 추동했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밤하늘을 살피고 기록으로 남기는 활동은 매우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상대적으로 늘 고정된 위치에 있는 별과는 달리, 행성, 유성, 혜성 등은 움직이기 때문에 더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때문에 임금에게 그 움직임 등을 준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혜성처럼 하늘에서 특별한 이변이 나타나면 관상감은 즉시 그것을 기록하고 그 현상이 나타나는 동안 매일 관측기록을 적어 천변측후단자를 제출했다. 이것을 책으로 묶어 정리한 것이 <천변등록(天變謄錄)>이다. 이러한 것들은 천문관측에 훈련된 관측자들이 일관되게 기록한 우리나라 고유의 관측 자료로 학술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

작년 말, 태양에 매우 근접하였던 아이손 혜성이 1577년 대혜성과 궤도가 비슷하다고 해서 많은 천문학자들이 대대적인 관측을 준비하였으나 아쉽게도 태양의 높은 온도와 차등중력을 못 이기고 말았다. 1577년 대혜성은 튀코 브라헤의 정교한 관측으로 그의 제자 케플러가 행성운동법칙 이론을 확립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한 혜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혜성을 우리 선조들도 상세하게 관측했으나 그 기록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리고 말았단다.

한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핼리 혜성도 <성변측후단자(星變測候單子)>에 잘 기록되어 있으며, 저자가 우리나라에 일부 남아있는 1759년 혜성에 대한 <성변등록>의 기록으로 궤도 계산을 해 본 결과 안국빈과 관상감의 천문학자들의 관측은 상당히 정확했다고 한다. 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이러한 대부분의 자료들은 조선 왕조의 멸망과 함께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이 자료를 찾기 위한 저자의 노력은 보물찾기처럼 흥미진진하다.

▲ 성변(星變)의 건륭 24년(1759) 성변등록 가운데 3월 11일부터 13일까지의 성변측후단자. (출처 : 네이버캐스트)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전기도 없고 공해도 없는 밤하늘에 반짝반짝 별들과 달이 빛나고 있는 가운데, 희끄무레한 천체가 꼬리를 동반하고 길쭉하게 드리워져 있는 모습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뭔가 불길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혹자는 말한다. 현대에서도 혜성을 소행성과 구별하는 기준은 코마 또는 꼬리의 발견 유무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문학자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하는 질문이 있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에 나오는 목동처럼 별자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나요? 맨눈으로 별보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나요? 뜬금없이 저게 무슨 별인지를 물어도 금방 대답해 줄 수 있나요?……사실 나는 맨눈으로 밤하늘의 별을 오래 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목이 너무 아파서… 물론 별자리 이야기도 잘 모른다. 나는 그냥 혜성 핵의 크기와 밀도, 공극율, 구성성분 등이 어떠해서 태양 빛에 의해 온도가 상승하여, 내부에 있는 물이나 다른 휘발성 가스들이 증발하면서 만들어지는 코마와 먼지꼬리, 이온꼬리 등이 지금처럼 관측되는지 궁금할 뿐이다. 그래서 서두에 언급했던 많은 혜성 방문에도 잠시 맨눈으로 즐겼을 뿐이라 정말 옛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꼈던 건지 궁금하긴 하다.
그동안 꾸준히 우리 태양계에서 혜성과 소행성이 지구에 접근하여 충돌하거나 부서지거나 돌아가거나 해왔겠지만, 인류가 태양계를 이해하는 것은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천천히 때로는 급진적으로 변화해 왔다. 맨눈에서 망원경으로, 영상에서 분광으로, 지상에서 우주로, 원격탐사에서 직접탐사로… 비록 대부분 소실되었지만, 우리 선조들이 그리도 꼼꼼하게 하늘을 살핀 내용을 기록한 것은 그 시대의 최선의 기술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고 살폈듯 후세들도 그리 하라는 무언의 요청이 아닐까 싶다. '우리' 혜성은 없지만 우리 태양계는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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