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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쉽게 돈 번 이유, 그들이 늘 가난한 이유

[저임금 공단의 오늘·④] 공단 저임금 원인 제공자는 대기업과 경총

서울남부지역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 녹산노동자 '희망찾기', 반월시화공단노동자 권리찾기 모임 '월담', 성서공단 노동조합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녹산공단, 반월시화공단, 성서공단의 네 개 공단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3717명 노동자의 임금 실태와 임금 요구안을 조사했다. 이 조사를 통해서 무려 42.9%의 공단 노동자가 저임금을 받는다는 사실과 낮은 시간당 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야 생활할 수 있는 현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노동자 요구에 근거하여 임금 인상 요구안을 마련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요구안을 전달하였다. 공단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안의 의미, 그리고 왜 공단 노동자들이 저임금일 수밖에 없는지, 대안은 무엇인지를 함께 이야기하고자 <프레시안>과 함께 5회에 걸쳐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편집자>

공단지역에 저임금이 일상화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경영자총협회 건물 앞에서는 서울, 경기, 대구, 부산의 공단 노동자들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노동자들은 4개 공단에서 실시한 노동자 임금 실태조사를 근거로 하여 임금인상 요구액을 발표하고 경총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발표된 공단 노동자 임금 실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전체 임금 노동자 가운데 중위임금(지난해 기준 시간당 6524원)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가 조사대상 응답자의 무려 42.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기준 한국사회 저임금 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24.7%에 달한다. 그런데 이번 조사 지역이었던 4개 공단에서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한국 사회 전체 저임금 노동자 비율에 비해서도 무려 18.2%포인트나 높은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국가산업단지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반월시화공단, 대구성서공단, 부산녹산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절반에 육박하는 인원이 저임금 노동자인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공단 지역은 어떻게 해서 저임금이 일상화된 공간으로 전락하게 된 것인가?

▲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경영자총협회 건물 앞에서는 서울, 경기, 대구, 부산의 공단 노동자들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노동자들은 4개 공단에서 실시한 노동자 임금 실태조사를 근거로 하여 임금인상 요구액을 발표하고 경총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대기업을 정점으로 하는 중층적 모순전가구조

오늘날 한국 사회의 대부분의 공단 지역은 독점 대기업을 정점으로 하는 중층적 하청 구조로 얽혀있는 수많은 중소·영세 사업장이 밀집된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따라서 공단 지역에 일상화된 저임금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독점 대기업 주도로 진행되는 산업 구조조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과거와 같은 고도 성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기업들은 자신이 직접 잉여 가치를 생산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생산된 잉여 가치를 자신의 몫으로 흡수하는 전략을 강화해왔다. 그리하여 대기업은 기존에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생산 기능 중 상당 부분을 외주화해왔으며, 또한 외주화하지 않은 부분에서는사내 하청을 비롯한 다양한 비정규직의 활용을 확대해왔다.

더불어 대기업은 최종재 시장에 대한 독과점을 강화함과 더불어 연구 개발과 기획, 투자, 마케팅 등의 전략적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산업 내 다른 기업에 대한 통제와 지배를 강화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대기업은 하청 기업이 생산한 가치를 자신에로 이전하는 것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외주화가 확대할수록 대기업으로 더욱 많은 가치가 이전되며, 그만큼 하청 기업의 수익성 압박은 심해진다.

원청 대기업으로부터 받는 수익성 압박에 대응하여 하청 기업들은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이를 위해 하청 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전략은 외주화와 비정규직화이다. 그 과정에서 하청 기업들은 원청 대기업이 취하는 단가 인하나 각종 불공정 거래 행위를 외주화한 기업에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원청 대기업으로부터 하위 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이고 중층적인 하청 구조와 비정규직화가 진행된다.

그로부터 발생하는 모순은 하청 위계의 하위 고리를 구성하는 중소·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집약된다. 결국 중소·영세 사업장이 밀집한 공단 지역이 저임금이 일상화된 공간이 된 것은 본질적으로 저성장기 자본 축적의 모순과 위험, 비용 부담을 중층적 하청 구조를 통해, 그리고 노동에 대한 착취의 강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자본 전략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저임금 원인 제공자는 대기업과 경총

지난해 12월 발간된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보고서는 현재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핵심적인 구조적 과제로서 '임금 없는 성장'과 '기업 저축의 역설' 극복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한국경제의 구조적 과제: 임금 없는 성장과 기업저축의 역설')

이에 따르면 한국에서 지난 2008년 이후 실질 노동 생산성은 지속해서 증가한 것과 달리 실질 임금은 햇수로 6년째 계속 정체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 소득 분배율이 2007년 61.1% 이후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고 진단한다. 실질 임금 추이에 초점을 맞추면, 특히 근로 소득 하위 40% 계층에서 실질 임금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반면, 기업들이 투자나 고용에 나서지 않고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내부 유보로 쌓아두면서 2008년 이후 기업 저축률이 기록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기업이 획득한 수익의 몫이 노동자와 가계에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노동자의 저임금을 대가로 대기업이 나 홀로 성장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공단지역의 심각한 저임금의 문제는 근본적 원인 제공자인 대기업과 기업 집단을 대표하는 경총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대기업과 경총의 책임 있는 조치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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