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막내 아들이 SNS에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이라는 글을 올려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권은희(대구 북갑) 의원이 '덧씌운' 사진과 함께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권 의원은 그 사진의 문제를 인지하고 "자세히 못살펴 죄송하다"며 글을 삭제했으나, 권 의원이 올린 사진의 당사자는 권 의원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21일 경찰에 제출했다.
권은희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선동하는 이들"
권은희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종자 학부모가 마이크를 잡고 울부짖는 동영상과 밀양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 사진을 싣고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며 공무원들 빰때리고 악을 쓰고 욕을 하며 선동하던 이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학부모 요청으로 실종자 명찰 이름표를 착용하기로 하자 잠적해버린 이들. 누구일까요? 뭘 노리고 이딴 짓을 하는 걸까요? 현장에 혼란과 불신, 극한 대립을 일으키는 전문 선동꾼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인지?"라고 썼다.
또, 이 동영상과 사진에 대해 "유가족들에게 명찰 나눠주려고 하자 그거 못하게 막으려고 유가족인 척하면서 선동하는 여자의 동영상입니다. 그런데 위의 동영상의 여자가 밀양송전탑 반대 시위에도 똑같이 있네요"라며 두 사진의 여성이 동일인물인 것처럼 적었다.
권 의원은 이어 "지인의 글을 보고 퍼왔습니다. 온나라가 슬픔에 빠져있는 이 와중에도 이를 이용하는 저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온라인에 도는 터무니없는 비방과 악의적인 루머도 잘 판단해야겠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덧씌운 흔적"…권 의원, 글 삭제
그러나 권 의원은 이 사진이 "조작"이라는 댓글이 이어지자 자신의 글을 삭제했다.
앞서 권 의원의 글을 본 최모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은희 주장은 거짓입니다. 사진도 조작됐군요. 자세히 보시면, 밀양 송전탑 사진 위에 학부모 동영상의 한 장면을 덧씌운 것입니다"라고 지적했고, 김모 씨도 "권의원님 사진을 보니 두 인물이 같은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정부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말씀이신지요?"라는 글을 올렸다.
권 의원은 이 같은 글이 잇따르자 "앞의 글에서 최00님의 글을 읽고 밀양사진을 보니 덧씌운 흔적이 있네요. 지인의 글을 읽고 놀라서 올렸는데 자세히 못살펴 죄송합니다. 그래서 바로 내립니다"라며 자신의 글을 삭제했다.
사진 실린 권모 씨 "처벌해달라" 진정
그러나 권 의원의 이 글과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그 사진의 당사자는 심한 충격을 받고 권 의원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21일 대구 성서경찰서에 냈다.
대구에 사는 권(43)모 씨는 21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세월호 침몰 이후 진도에 전혀 간 적 없고, 육안으로 봐도 그 사진이 조작됐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권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무책임하게 글을 올려 나를 범죄인으로 낙인해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권 의원의 글 밑에는 "자수하라"는 식의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권 씨는 지난해 창원경찰서 앞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했는데, 이 사진이 도용돼 진도 체육관에서 실종자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인 것처럼 누군가에 의해 조작돼 퍼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은희 의원 "루머에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때문에 권 씨는 권 의원과 함께 이 사진을 퍼뜨린 블로거와 '일베'에 글을 올린 17~18명에 대한 처벌도 경찰에 요청했다. 권 씨는 "국회의원은 공신력을 갖기 때문에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면서 "권 의원의 무책임한 행동과 네티즌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분명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권은희 의원은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처음에 그 사진을 보고 두 분이 똑같아 보여 착각을 했지만, 덧씌운 흔적이 있어 얼른 내리고 사과 내용을 올렸다"면서 "글을 올린 목적은 사회가 어려운 틈을 타서 이런 일이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 루머에 대응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추가 취재에 따르면, 권 의원은 22일 새벽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 자체를 삭제했다. 편집자)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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