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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농정 협치', 수준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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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농정 협치', 수준 높이려면…

[협동연대 대안국민농정]<14 > '농정 협치'의 전망은?

지난해 말, ‘농어업회의소법안'이 발의됐다. 농어민들은 비로소 농어업회의소가 그들의 대의 기구로서 정당성을 부여받을 기회가 왔다며 기대하고 있다. 농정 수립과 사후 평가 등에 농·어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와 창구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이미 헌법(123조 5항)에는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해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엄연히 명시돼 있다.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의 법적 토대는 이미 확고한 것이다. 새 법이 제정될 경우, 예견되는 기대효과는 명확하다. 일단 그동안 소극적이거나 비판적이었던 관련 기관과 농·어민단체가 더 적극적으로 공론의 장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농민단체 등 농업 현장에서는 당연히 법제화를 환영한다. 현장에 맞는 농정 개발을 위해서는 농업회의소의 법제화로 ‘논두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중론이다. 그동안 농정에서 배제됐던 농민의 목소리, 농업현장 특유의 색깔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농민과 행정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과 이견들이 조화롭고 성숙된 합의로 도출되는 장치로서 기대가 크다. 농업회의소 같이 행정과 주민 사이의 중간단계 지원조직이라야 그 역할을 능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까지 농업회의소를 법제화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해놓고 있다. 국민공감농정위원회에서 건의, 농업농촌식품발전계획에 못을 박아놓은 상태다. 그렇다고 민간에서는 정부의 속도와 조치만 쳐다보고 있을 게 아니다. 이 정부가 농정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불신받는 정부라 더 그렇다. 농정 협치는 오히려 농민의 자세와 역할이 더 중요하다. 나서서 자꾸 정부를, 관을 추동하고 주도할 필요가 있다.
농업회의소는 농민이 정부와 협업해 농정과제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농정발전소'라 할 수 있다. 농민들은 농정의 주변인이 아니라 당당한 이해당사자이자 농정의 주체라는 사실을 늘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실천하고 행동해야 한다. 일단 이번에 법제화 등 농정 협치의 틀과 토대가 마련되면 농민이 정부와 국회를 체계적이고 일상적으로 상대하는 농정 거버넌스가 작동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농업회의소 추진과정에서 농정 협치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농민들이 농정 주체로서의 자각과 행동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 정부의 분부와 조치만 바라보는 경우마저 있었다. 그래서 농정 협치를 이루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지나간 시행착오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홍성 홍동면 마을활력소. ⓒ정기석

'한국형 농·어업회의소의 보수 관변 단체화를 경계해야

협치(거버넌스, Governance)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와 시장, 시민사회의 파트너십에 의한 상호 협력적 조정양식"을 뜻한다. 좁은 의미로는 "시민사회의 사회적 리더십을 강조하며, 국가(정부)·시장(기업)·시민사회(NGO) 간 상호작용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거버넌스'라는 단어 자체에 '자발적 협력과 경쟁을 통한 협조'가 이미 함축되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에서 거버넌스로서 '농업회의소'는 농업의 양적·질적 위축, 이에 양극화 등 사회적 갈등이라는 시공간적 환경에서 도출된 현안이자 화두다.

특히 농정의 지방화, 분권화가 진전되면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책과 사업이 속속 도입되었다. 중앙정부도 공모사업을 통한 '상향식' 농정추진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포괄보조금제도 도입에 따라 지방정부의 권한과 역할도 높아졌다. 지자체가 성숙하면서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창구가 강화되고 참여도도 고양된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전농, 한농연 등 전국 규모의 농민·농업단체는 각각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주장과 요구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든, 국민들에게는 잘 들리지 않는다. 존재감도 크지 않다. 농민(농업인) 모두를 대신하는 통일된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998년 이후 농업인 단체를 중심으로 농정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농어업회의소 설립이 꾸준히 제기, 추진되고 있는 이유다.

이때 '농·어업회의소'는 "농·어업인의 민의를 수렴하여 농어업정책에 대한 자문 및 건의, 조사와 연구, 교육과 지도, 국가와 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각종 사업을 통해 지역의 농어업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만든 중앙 및 지방정부의 공식적이고 유일한 농·어업정책 파트너"를 목적이자 정체성으로 삼는다. 즉, "농·어업인의 의견을 수렴, 조정하며 농·어업정책에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짐으로써, 한정된 지역의 농·어업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만든 반민·반관 형태의 농·어업인 자조 조직"인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농·어업회의소, 또는 '한국형 농·어업회의소'는 김대중 정부 초기에 처음 논의가 시작되었다. 1998년에는 농업인 단체를 중심으로 설립이 시도되었다. 1998년 2월, 범농업인21C농업개혁위원회에서 농업회의소 설립이 처음으로 주장됐다. 1998년 10월 법제화를 추진했으나 결국 무산되었다. 당시에는 공감대가 채 형성되지 않았다. 여기에 법적, 제도적 지위 확보나 전국단위 조직 추진 노력 등 추진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생겨 결국 국회 입법화 단계에서 무산되고 말았다. 법제화 작업을 중심으로 중앙 주도의 하향식 추진 방식이 문제였다. 농업계 내에서조차 공감대 확보가 미흡했다. 국회심의과정에서 관련 조항 누락 등 법안 마련 실패로 추진동력을 상실하면서 무산된 것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 시 한농연 등 농민단체에서 농정분야 공약으로 '농업회의소'를 다시 제안했다. 마침내 2009년 12월 농림수산식품부 업무계획에 '농어업회의소' 항목이 포함, 2010년 12월 농식품부가 농·어업회의소 시범사업 대상지로 평창군, 진안군, 나주시를 선정했다. 이후 18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약으로 가시화됐다. 2010년에 진안군, 나주시, 평창군을 1차년도 , 2011년에 고창군, 봉화군, 거창군을 2차년도, 2012년 9월 영주시, 남해군을 3차년도 대상지로 각각 선정해 농·어업회의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어업회의소가 설립되면 농·어민과 농·어민단체 등이 그곳을 통해 종합되고 조정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이 목소리는 여과 없이 농정에 반영, 정책의 실효성과 집행력을 높일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정부정책을 홍보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농업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정부 또는 정책 실패'의 부담과 불신을 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칫 농·어업회의소가 관변단체로 전락, 농정의 방패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정부는 농·어업회의소에 대해 "다양한 국내외 농·어업단체를 아우르고 대표하는 법적 대의 기구로서 농·어업계 의견을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정부 농정파트너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시군 농·어업회의소는 자문 등 낮은 단계부터 시작해 지역별 특성과 역량에 따라 지역 농정의 파트너로 역할을 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역 민의를 대변하고 정부의 포괄보조금제 도입과 지역 현안, 중요 사업 등을 종합하게 된다.

하지만 농정방향과 기조에 대한 정부와 농민단체 간의 합의 없이 조직만 만들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농업 현장에서는 농·어업회의소를 만드는 목적이 불명확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농정방향에 대해 정부와 농민단체가 합의한 가운데 농·어업회의소가 설립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농·어업회의소 설립의 진정한 의미는 농민이 농정의 주인이 돼 정부와 협의해서 농정의 방향과 과제, 사업을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농·어업회의소는 농민단체의 주도권 보장여부가 불투명하다. 농·어업회의소가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농정에 개입할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거창군 농업회의소 창립총회. ⓒ정기석


한국 농정 협치는 '농·어업회의소' 사업모델의 정립과 활성화가 관건

정부는 2014년에 '농·어업회의소 운영 활성화 지원 사업'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새 정부의 협치 농정, 스마트농정 실현을 위한다는 정책명분이다. 시군 농·어업회의소에 대해 민간주도의 원칙에 따른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가 간접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농·어업회의소 활동 강화를 위한 초기 운영 활성화를 거들겠다는 목적이다. 지원대상은 설립 등기 이후 6개월이 지나고 농가 수 대비 10% 이상 농·어업인이 회비를 내는 시·군 농·어업회의소다. 시·군 농·어업회의소별로 일정금액(100만 원 이내)을 지원한다. 지원금액 규모는 전년도 시·군 지원금 및 회비 납부액 규모를 고려한다.

기본적으로 시군 농·어업회의소의 재원은 회원의 회비와 시군의 출연금 또는 보조금으로 충당되어야 한다. 초기 교육 및 컨설팅비용은 중앙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다. 시군 농·어업회의소에서 가장 절실한 실무 전문인력 지원도 우선으로 필요하다. 농업 경영체 전문인력 육성사업 등에 준하면 가능하다. 농·어업회의소에 사업 수행을 위탁할 수도 있다. 정책 자문 및 대의기능, 임직원 및 회원에 대한 교육서비스 제공, 시군 농·어업발전계획 수립 참여 등 조사 연구 사업 등이 가능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중앙과 지자체에서 수행하는 농지이용실태조사, 농업경영체등록사업의 현장 확인 업무, 농업경영 및 농촌지역개발사업 연구 및 컨설팅 등이 적합하다. 농·어업회의소 위탁 사업 발굴도 가능하다. 현재 농식품부는 부처 사업 중 농·어업회의소에서 추진 가능한 사업을 파악, 추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을 비롯한 농촌정책국 주관사업부터 우선 고려되고 있다. 앞으로 시·군 단위 농·어업회의소에서 추진이 쉽고 시행주체가 지자체(시·군)인 사업을 위주로 위탁사업을 수탁받아 별도의 수익사업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농·어업회의소 활성화를 위해선 법제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농·어업회의소는 공법에 의한 유일한 농·어업인 대의 기구로서 확고한 위상을 확립하고 있다. 농정자문 등 농·어업회의소의 기능과 역할을 제도화하고 농업인 대의 기구로서 대표성을 부여하자면 법제화가 필수적이다.

농·어업회의소의 고유사업 및 안정적 재정확보의 제도화도 필요하다. 지자체장 개인적 의지와 취향에 따라 사업이 왜곡되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법제화 과정에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토론의 장이자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농·어업인 대의 기구이자 정책파트너로서 정책적 지원의 정당성과 지지를 형성할 수 있다. 특히 농·어업회의소의 고유사업 정립 및 법제화에 따른 다른 농림수산식품 기구 및 사업, 법안과의 충돌 요소를 도출하고 조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각 시군 농어업회의소는 국내 사례가 없는 상태에서 설립 초기에는 출범 자체에만 집중했다. 따라서 고유 역할을 수행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게 사실이다. 법제화를 통한 장기 로드맵과 청사진은 가지고 있지만, 제도화 이전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재정자립 구조 취약 등 현실적 문제에 직면한 시군 농·어업회의소에서는 중앙정부의 직접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정부의 지원에만 기댈 수는 없다. 민간 주도의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가능하면 관의 물질적 지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어업회의소의 자생적, 자율적 사업모델 정립이 관건이다. 농·어업회의소가 농·어업인 자조조직이자 대의 기구로서 공익적 위상을 확보하기 위한 선행조건이다. 이로써 대표성과 위상도 더불어 높일 수 있는 토대와 정당성이 확보됨은 물론이다. 이때 기존 농정기구와 업무중복과 상충 요인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농·어업회의소가 수행할만한 주요사업과제는 정책자문대의기구 농·어업인력육성, 조사 및 서비스, 지역특화사업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자체와 농·어업정책 협의회 운영, 지자체 운영 각종 위원회 참여, 인력지원센터 운영, 멘토링 및 컨설팅 지도사업, 귀농·귀촌센터 운영, 조사·모니터링 및 연구개발 사업 등을 주요사업으로 들 수 있다.

또 농·어업회의소가 진정한 농어업정책 대의 기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향식 농정 참여 활성화가 시급하다. 지향점과 추구하는 목표도 명확해야 한다. 농·어업회의소는 "농어업인이 정책추진의 주인으로서 정부와 협의 속에 농정의 방향과 과제, 사업을 결정하는 것을 주로 한다"는 게 일반적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농·어업회의소는 농민단체가 얼마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 사업 시작부터 시범사업의 신청과 선정과정이 하향식으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현장에서부터 상향식으로 시·군 단위 모델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몇 년간 진행하고 난 후, 성과를 평가하고 판단해 중앙단위 농·어업회의소를 건설하는 상향식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현장의 지론이다.

농정개편 또는 농정혁신 요구도 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농정의 모든 것을 다 다루겠다"는 백화점식은 곤란하다. 지역과 상황의 특성, 우선순위를 고려해 지자체별, 시기별 지향점과 목표를 분명히 고민해서 적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민단체는 2015년 농협 조합장 동시선거 시기에 연동해 농·어업회의소 대의원 선거도 함께 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로써 전국 156개 시·군(현재 농업기술센터 설치 지자체)에 농·어업회의소를 설립하고 2017년까지는 농·어업회의소의 안정적 운영 체계를 정착시켜보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농정 협치'의 성공 해법은 '법', '네트워크', '중간지원조직'

역시 한국 농정 협치의 성공은 법제화가 출발 지점이다. 헌법 제123조 제5항에는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해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자조조직 육성방안으로 상공회의소법이 1952년 제정, 이 법을 근거로 설립된 상공회의소는 그동안 상공업자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과 상공업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했다. 하지만 아직 농·어업인 대의 기구 역할을 해야 하는 자조 조직인 농·어업회의소는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단지 50여 개의 농·어민 민간단체가 난립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의 선행조건인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역시 지지부진, 표류하고 있다. 농·어업회의소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서는 농·어업인의 대의 기구로서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현재 시범사업지의 시·군 조례 정도로는 광역, 중앙단위 농·어업회의소에 대한 규범을 통일하기 어렵다. 중앙단위의 통일된 법제화를 통해 농·어업인의 자조 조직, 유일한 대의 기구로서 정당성과 민주성, 대표성,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제화는 우선 대의 기구로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또 일정 부분 정부지원의 근거도 필요하다. 농·어업회의소가 민간의 자조 기구 성격이기는 하지만 자생력을 갖추기까지 정부의 행정 및 재정지원을 부분적으로 불가피하다. 농협 등 농수산 관련 기관의 유기적 역할분담도 지원해야 한다. 소극적인 농·어민이 의사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지름길로서 정책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한다. 이로써 전국적인 조직의 체계화도 가속화될 것이다. 농·어민 유관단체의 운영 투명성도 보장할 수 있다. 나아가 대북농정, 통일 농정을 정부와 더불어 추진하는 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른바 ‘협동사회경제 네트워크’도 구축되어야 한다. 이는 ‘사회적 결사체’ 및 ‘사회적 합의구조’의 최적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추진된 농촌지역개발 정책은 내생적 발전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 상향식 사업계획, 주민 역량강화사업(S/W), 민관 거버넌스 등으로 특징된다. 하지만 여전히 ‘관 주도 하향 일방통행식 보조금 사업’의 틀에서, 실질적으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형식적 행정지원모델에서 내생적 발전에서 이른바 ‘자조적 발전’의 모델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협동조합은 그동안 농촌정책에서 견지해온 농촌의 내생적, 자조적 지역사회 발전전략을 개선하는 대안으로 어느 정도 적합한 방안으로 보인다. 인구밀도와 생활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사회에 적정한 가격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협동조합이 유력한 수단과 경로가 될 수 있다. 농촌 지역사회에서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인적 자원이나 사회자본도 따라서 증가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 중간지원조직도 성공적인 농정 협치를 견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민관협력 거버넌스 형태의 중간지원조직으로 '지자체별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전략이다. 마을 만들기, 귀농․귀촌, 마을기업(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포함) 등 마을공동체 활성화 관련 지원사업을 총괄하는 센터 역할을 책임지는 것이다.

ⓒ정기석

이때,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적서비스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체로 하여금 정부지원금 의존 비중을 줄이고 자체 수익사업을 개발하고 자립기반을 조기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농정의 정책과 행정의 기조를 ‘시혜형 보조지원 방식에서 투자형 사업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관련 시설, 장비, 물품 등 하드웨어(H/W)보다 프로그램, 콘텐츠 등 S/W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관련 인프라(Infrastructure) 구축보다 운영시스템(System) 개발 및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관련 제도 시행(개선)보다 전문인력(Human Ware) 양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마을공동체 중간지원조직(지원센터)의 핵심과제는 우선 기존 사회적 서비스 사업조직의 경영 및 서비스시스템을 혁신하는 일이다. 전문·적정 인력 수급체계의 원활화 및 처우 개선, 관련 경영 컨설팅 및 멘토링, 대민(사회적 취약계층 등 소비자) 서비스 교육 등이다. 또 기존 사회적 서비스 사업 조직의 사회적 기업화를 통한 운영 효율성 및 효과성을 제고하는 일이다. 기존 사업 조직의 마을 기업,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법인격, 경영 방식 등 전환 유도 및 지도, 신규 사업조직 창업 컨설팅, 사회적 서비스 사회적 경제의 책임 경영 및 자립기반 구축 등이다. 분야별, 지역별, 기능별 사회적 서비스 사업조직의 연계 활성화 및 협업 네트워크 구축도 중요하다. 지역특화 사회적 서비스(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공동체사업 모델 발굴·확산, 관련 홍보·마케팅 등 시장개척 지원, 사회적 경제 각 사업주체 간 협력 및 협업 네트워크 구축 등의 소임이다.

민·관 협치 농정의 숙제를 풀려면 '관'도 '민'도 모두 변해야

▲진안군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정기석
다행히도, 최근 협치, 거버넌스(governance)에 관한 논의, 사례, 그리고 기대가 활발하다. 다양화, 복잡화, 정보화 등으로 함축되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성장에서 논의의 수요를 찾을 수 있다. 이제 지난날처럼 행정주도의 일방적 정책수립과 집행에는 한계가 있다. 당시 개발독재시대에는 토건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행정이 주도했다. 그 수법이 주효했다. 하지만 시대와 환경이 달라졌다. 시민의식이 성장했다. 이제 그런 개발독재의 일방통행 하향식 행정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시행은 고사하고 논의 단계에서 반론과 저항에 부딪히기 쉽다.

행정의 시대는 가고 시민참여의 시대가 왔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시민이 참여하고 이후 운영 단계에서도 지속해서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를 제안하고 운용하는 주체인 지역의 시민과 주민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행정에 주민이 저마다 제 역할에 맞게 참여할 수 있는 토대와 통로를 열어주는 것, 이게 바로 협치(거버넌스)의 효능이자 가치라 할 수 있다.

농업과 농촌 영역에서는 농·어업회의소가 민관 거버넌스의 구체적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농촌지역개발이나 마을공동체사업 같은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는 다양한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중간지원조직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대체로 지역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3대 사업주체에서 비롯된다. 바로 ‘행정, 주민, 전문가’의 자세와 역량의 한계 때문이다. 행정은 진정성과 공정성이 미흡하다. 주민은 이해도와 참여도가 부족하다. 전문가는 전문성과 책임감이 기대에 못 미친다. 농정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농정 협치가 유력한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 행정과 주민을 원활하게 소통, 연결해주고 전문가로서 역량 있고 책임 있는 임무를 수행할 민관 거버넌스형 중간지원조직이 주목받는 이유다.

성공적인 협치를 위해서는 먼저 행정이 바뀌어야 한다. ‘갑’이 먼저 변해야 한다. 어깨와 목의 힘을 빼야 한다. 기존의 ‘갑’의 관성으로 민간을 대한다면 민관 거버넌스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행정이 민간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 ‘을’인 주민들도 해야 할 일이 있다. ‘갑’인 행정을 대하는 데 있어서 신뢰와 평등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행정과 주민은 상호 호혜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애초 거버넌스(협치·協治)의 본뜻도 “정부 주도의 정책 수립 및 결정 과정에서 벗어나 시민·사회단체가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농업분야에서는 ‘협치 농정’이라 부른다. 협치 농정을 통해 현장과 따로 노는 정책, 농민 대다수를 대변하지 못하는 현장 농민단체의 해묵은 숙원을 해결해야 한다.

오늘날의 유명무실하거나 형식적인 ‘낮은 협치 농정’의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협치의 격을 높여야 한다. 농정 협치는 농정 난제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유력한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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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농촌] '협동조합'의 사회적 경제 - '() 중심'으로
13. [농촌] '농촌마을만들기'의 출구전략 - 사회생태적 '마을살리기'
14. [농촌] '농정협치(거버넌스)'의 가능성 - '한국형 농업회의소'의 법제화를
15. [농촌] '에너지자립마을'의 전환 - '지역순환농업' 기반으로

16. [농정] '식량주권'의 정책목표 - '양적 식량자급''질적 먹거리 안전'
17. [농정] '농정 재정'의 개선 방향 - 중앙집중에서 '지방분권'으로
18. [농정] '도시농업'의 역할 -'국민농업'의 학교이자 전진기지
19. [농정] '지역공동체'의 발전전략 -'지방재정'의 균형부터
20. [농정] '농협'의 개혁 해법 - '경제협동조합'으로 환골탈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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