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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간 연속 운전…사고 안 나는 게 기적"

공공운수노조 "서울시, 위험천만 버스 준공영제"

"졸음 운전은 늘 있어요. 신호대기 중에 깜빡 조는 건 늘 있는 일이에요. 올해 초에도 지하철 출입구를 한 기사가 들이받았는데 그때도 '꺾기'를 한 상황이었어요. 18시간씩 운전하고 3시간 쉰 후에 다시 운전하고 그러는데 사고 같은 거 안 나는 게 기적이죠.

(사고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회사에선 때마다 '절대 어디 가서 졸음운전 얘기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줘요. 밖에 알려지면 큰일 나니까요. '이건 아니다. 꺾기는 안 하겠다'고 한번 말해봤는데 그럴 거면 다른 회사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서울 ㅅ 시내버스회사 이 모 기사)

지난달 19일 서울 송파구 버스 연쇄 추돌사고 이후 버스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던 '장시간 노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운전자였던 염 모(60) 씨가 사고 전 이른바 '꺾기', 즉 18시간 연속 근무 끝에 졸음운전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염 씨는 사고 당일 오전 5시 30분부터 9시간 근무가 예정돼 있었지만 아픈 모친을 돌봐야 하는 동료의 부탁으로 밤 11시 30분까지 18시간이나 운전대를 잡았다. 이 씨는 "(염 씨가 일했던) 그 회사는 연월차 휴가를 못 쓰는 회사로 유명하다"며 "꺾기(9시간+9시간)가 실제로는 없어질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19일 오후 11시 45분께 서울 송파구 신천동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버스끼리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송파 버스 사고? "서울시의 무책임한 행정이 원인"

서울 시내버스 운전사들이 "서울시가 책임지고 장시간 노동 형태인 꺾기 근무와 격일제 근무를 즉각 폐지, 대당 적정 운전·정비 노동자를 충원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송파 버스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해당 업체의 지도·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서울시의 무책임한 행정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서울경기버스지부는 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꺾기와 같은 장시간 노동이 생긴 이유는 적정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서"라고 주장했다. "버스준공영제 표준운송원가표상의 대당 적정 인원은 2.69명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적은 대당 2~2.1명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적정 인원이 충원되지 않는 이유는 서울시와 업체들의 이해가 같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비로 업체에 지급되는 인건비가 줄면 서울시로서는 운영비가 절약되고, 업체는 서울시에서 1년에 한 번씩 받는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억대의 성과금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1년에 한 번씩 버스 회사들을 2000점 만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0점가량이 '인건비' 관련 항목이다. 서울시 측은 "100점 가운데 30점은 총액으로 평가하고, 60점은 각종 수당으로 평가한다. 금액이 많을수록 감점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설계한 것은 장시간 노동을 줄이라는 차원"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지부는 "버스 업체들이 좋은 평가와 억대의 성과금을 노리고 각종 징계와 편법을 동원해 운전사들의 기본급과 주휴수당, 무사고수당, 상여금 등을 깎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공개한 2009년도 '(서울시) 시내버스회사 평가결과 및 성과이윤 배분액 현황' 자료를 보면, 2000점 만점에 1837.2점을 받아 평가 순위 1위를 기록한 ㄷ 회사는 그해 9억4300만 원을 '성과 이윤액'으로 받았다.

"완전공영제 해야 문제 해결된다"

지부는 "더욱이 운수업은 근로기준법 59조에 따라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해당해 노조와 사업주가 합의만 하면 살인적인 장시간 연장 근로가 가능하다"며 "회사 쪽과 이견이 별로 없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서울시내버스노동조합)은 살인적 연장근로가 가능하게끔 합의를 해주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가 만든 폐해"라고 말했다.

박상길 지부장은 "장시간 노동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관계부서와 그간 수차례 면담을 했었다"며 "서울시도 졸음운전이 빈번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올 초에 각 버스회사에 '꺾기'를 없애라는 명령 공문을 보내기로 해놓고 시행은 업체와 대표노조 반발에 밀려 6월로 유예했다"고 말했다.

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가 도덕적 해이에 빠진 버스 사업주에 대한 지도·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궁극에는 버스완전공영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 측은 "지부에서 얘기하는 2.69명은 적정 인원이 아니라 한도 인원"이라며 "그분들이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2000점 중의 100점 정도를 가지고 서울시가 인건비 하락 압력을 넣는다는 것은 침소봉대"라며 "인건비를 줄이라는 게 아니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라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송파 추돌 사고가 서울시의 무책임한 행정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개인이 근로시간을 임의로 바꾸는 것은 서울시의 관리 영역 밖"이라며 "회사가 적절히 제어했어야 한다. 시가 장시간 근로를 방치했다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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