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의 세 예비후보들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며 싸움을 벌였다. 공교롭게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현 서울시장도 같은날 아침 라디오에 출연해 여당 후보들의 공약을 비판했다. 여야의 주요 서울시장 선거 주자 4인이 같은날 아침 라디오에 '동시 출격'한 꼴이 됐다.
정몽준 "김황식, 경선 망칠 참모들 통제 못하는 무능한 후보"
새누리당 내 후보 적합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몽준 의원은 1일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2위 김황식 전 총리를 날카롭게 비난했다. 정 의원은 앞서 김 전 총리 측에서 자신과 3위 이혜훈 최고위원 간의 '빅딜설'을 제기한 데 대해 "김(황식) 후보께서는 이런 되는 이야기, 안 되는 이야기 잔뜩 해놓고는 '나하고 관련 없다' 하신다"며 "그게 더 문제인데, 정말 김 후보하고 상관없이 이런 흑색선전이 나오고 있다면 그 참모는 경선을 망칠 수 있는 위험한 사람들이고 김 후보는 참모들을 전혀 통제 못하는 무능한 후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어제 제가 텔레비전을 보니 핵주먹 타이슨이 경기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권투경기를 하다가 상대편의 귀를 물어뜯으니까 당연히 그 사람은 권투계에서 아주 쫓겨났다. 정치판에서도 이런 식의 반칙을 하는 사람들은 좀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김 전 총리의 '빅딜설' 제기를 전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핵이빨'에 비유했다.
정 의원은 또 자신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고비 100억 원을 집중 지출했다는 의혹을 김 전 총리 측에서 제기한 데 대해 "그런 얘기 좀 안 하셨으면 한다"면서 "김 후보는 대법관 하셨다, 감사원장 하셨다, 정부의 최고 책임자인 총리 하셨다, 이런 것을 자랑하신다. 그런 식이라면 선거 기간에는 그런 모든 기관, 대법원·감사원·행정부 모두 홍보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역공했다.
정 의원은 전날 발표된 상대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서도 상반된 평가를 했다. 그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와도 인터뷰를 갖고 "이혜훈 후보는 서울에 여러 국제금융센터를 유치하고, 세운상가 지역에 커다란 공원을 만들겠다는 좋은 말씀 하셨다"고 평가한 반면 "김 후보는 강남에서 은평 가는 지하철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전에 다른 정부에서도 발표한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김황식 "정몽준은 현대중공업 사실상 소유…억지 논리"
김 전 총리 측은 발끈했다. 김 전 총리 측은 '현대중공업 광고'와 관련해서 "대법관, 감사원, 총리실이 김황식 후보의 개인 소유 기업인가"라며 "시중에서 현대중공업 광고 문제가 회자되는 것은 정 의원이 현대중공업을 사실상 소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라고 의혹에 부채질을 했다. 김 전 총리 측은 "억지 논리"라며, 특히 타이슨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제발 말씀에 논리와 품격을 지켜 달라"고 했다.
또 이날 MBC 라디오 방송에서 정 의원이 자신에 대해 "박원순 시장하고 비슷한 공부도 하셨고 경력도 비슷하다"고 평한 데 대해 김 전 총리는 같은 방송에 출연,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말씀이다. 박 시장은 때때로 법을 무시하고 또 시민운동가의 길을 걸으셨고, 저는 40여년 이상 법을 준수하면서 정말 공직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고 반박했다. 진행자가 '박 시장이 언제 법을 무시했냐'는 취지로 묻자 김 전 총리는 2000년 낙선·낙천운동을 언급하고 이어 "그밖에 국가보안법과 관련해서 국민전체 정서에 어긋나는 그러한 의견을 발표하신 경우가 많았다"고 색깔론을 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같은날 MBC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 전 총리 측의 '빅딜설' 제기에 대해 "김 후보 캠프에서 계속 지속적으로 사실이 아닌 음해를 하고 있다"면서 "저는 좀 이해가 안 되는 게, 김 후보가 칩거를 하고 경선 일정을 모두 보이콧한다 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하신 행보가 딱 그거다. 매일 계속 똑같은 보도자료 내신 것. 그런데 제가 고소한다 하니까 실명으로 내지 못하시고 '캠프'라는 이름으로 내신다"고 꼬집었다.
박원순 "새누리당 후보들 공약, 시대착오적 '묻지마' 개발"
한편 박원순 시장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죄송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의 공약이 우려스러운 것은, (서울) 동북 지역의 역사나 문화, 자연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무조건 개발하겠다는 개발만능주의, 시대착오적인 '묻지마 개발' 이런 공약이 아닌가" 하는 것이라며 "경제성, 역사성이라든지 사업 방식이라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공약 이행률이 자체 점검 결과 85.6%, 법률소비자연맹 조사 결과 80%이고, 당선 전후의 공약 변경 여부를 따지는 '공약 일치율'은 100%라고 자신의 성과를 적극 홍보하면서 "공약이라는 것이 결국 약속을 지키는 것이잖나. 무리하게 했든 안 했든 다 지킬 생각이고, 이런 신뢰가 쌓여야 정치·시정(市政)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는 최근 가장 뜨거운 정치현안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폐지하는 것을 박근헤 대통령과 새누리당 쪽에서도 약속한 것이지 않나? 그러면 그걸 지켜야 되는데 안 지키는 것"이라고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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