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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제 노역 피해자에게 "조센징은 돌아가라"

[현장] "일본 정부·후지코시의 사죄와 배상 받을 것"

일제 강점기에 12~15세 한국인 소녀 1000여 명을 강제 노역에 동원했던 군수기업 '후지코시(不二越)'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국인 피해 유족을 대상으로 "조센징은 조선으로 돌아가라"는 비하 발언이 나왔다.

'태평양 전쟁 피해자 보상 추진 협의회'와 '제2차 후지코시 강제 연행·강제 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연락회'는 25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지코시 주주총회에서의 혐오 발언 규탄 및 여자 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지난 2월 19일 후지코시의 제13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일본인 주주가 '근로정신대' 피해 유족인 김명배(83) 씨에게 "조센징은 조선으로 돌아가라"는 한국인 혐오 발언을 했다.

1944년 후지코시에 끌려가 강제 노역에 동원된 아내가 숨지자, 대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김 씨는 이날 주주총회에 참여해 "누구나 일을 했으면 보상(임금)을 줘야 한다. 후지코시가 한국인 강제 노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질문했다가 일본인 주주로부터 이 같은 발언을 들었다. 김 씨는 후지코시의 주주로 가입하고 주주총회에 참여했었다.

나카가와 미유키 '제2차 후지코시 강제 연행·강제 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연락회' 사무국장은 "이번 차별 발언은 일본인 주주 한 사람의 소행이 아니다"라며 "후지코시가 지난 10년간 재판에서 보여준 차별적인 생각이 발언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나카가와 사무국장은 "아베 정권이 한국과 중국을 멸시하고 왜곡하면서 일본 우익들의 세가 커졌다"며 "일본 우익들은 공공연하게 '조선인은 조선으로 돌아가라, 조선인을 죽여라'라는 발언을 한다"고 비판했다.
▲ 일본 강제 노역 피해자들이 25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지코시 주주총회에서의 혐오 발언을 규탄'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13살에 끌려가 해방된 줄도 모르고 일만 하다 돌아와"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제 동원 피해자와 그 유족으로서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원고 10여 명이 참석했다. 25일은 후지코시 강제 노역 피해자 13명과 유족 18명이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에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배 청구 소송의 3차 기일이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김정주(81) 할머니는 "13살에 후지코시에 끌려가 단무지 3조각에 밥 한 숟가락만 먹고 종일 혹독하게 일했다"며 "도망가면 다시 잡히기를 반복하며 해방된 줄도 모르고 일만 하다가, 일본에 처음 끌려갔을 때 입었던 군복을 그대로 입고 한국까지 왔다"며 눈물을 삼켰다.

이들 단체는 "후지코시 측은 '강제 연행 문제는 주주총회와 상관없다'며 무시해왔고, 이번 민족 차별 폭언을 만들어낸 책임은 후지코시에 있다"며 "원고들과 함께 후지코시와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공업용 기계와 산업용 로봇 등을 생산하는 후지코시는 태평양전쟁 당시인 1944~1945년 12세~15세 한국인 소녀들을 강제로 데려가 혹독한 노동을 시키고 임금을 주지 않았다.

강제 노동 피해자들은 2003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인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으로 손배 청구 권리가 실효됐다"는 이유로 2011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기각당했다.

그러다 2012년 5월 대법원이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본 법원의 판결은 일제강점기의 강제 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한국 헌법의 가치와 정면 충돌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내 소송이 잇따랐다.

김 할머니는 "박근혜 의원 사무실에도 몇 번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지만 소용 없었고, 일본과 우리나라 모두에 원도 많고 한도 많다"며 "정부에서 우리를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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