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제2차 집단 휴진이 24일로 예정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원격 진료 입법과 병원의 영리 자회사 허용을 묵인하되, 제도 도입 시 의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한 협의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정부와 의사협회는 17일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원격 진료,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허용,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구조 변화 등에 대한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의협은 논란이 된 '의료 영리화 정책'에 대해 '의견 수렴' 형식의 논의 절차를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협의는 사실상 원격 진료와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허용을 그대로 수용한 내용이라서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의정은 △ 6개월간 원격 진료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 △ 영리 자법인 설립 시 전문가 단체가 참여하는 논의 기구 마련 △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하는 건정심 공익위원 구성 등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개원의들이 가장 반발했던 원격 진료 입법에 대해서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원격 진료의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6개월간 시범 사업을 먼저 시행하고,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기로 했다. 선 시범 사업이라는 의견을 관철시키기는 했으나, 의협이 사실상 원격 진료 허용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미 산자부가 원격 진료 시범 사업을 한 상황에서 6개월 내 안전성과 유효성이 제대로 검증될지도 미지수다. 단, 원격 진료 시범 사업의 기획, 구성, 시행, 평가는 의협의 의견을 반영해 의정이 공동 수행하기로 했다.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허용에 대해서도 "영리 자법인 설립 시 진료 수익의 편법 유출 등 우려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의협,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가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도록 의견을 전달하되, 영리 자회사 설립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는 시민단체의 반발 속에 '영리 자회사 허용'이 의료법 개정 사항이 아니라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어서, 이번 의정 협의 결과가 통과되면 사실상 영리 자회사가 허용되고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가 대폭 확대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서는 건정심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구성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연내에 추진키로 했다. 건정심은 건강보험 보장성과 의료 수가, 건강보험료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기구다.
의협은 또 "수가 협상이 결렬되면 공정한 수가 결정이 가능하도록 건정심에서 수가를 결정하기 전에 가입자가 공급자가 참여하는 중립적인 조정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연내에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건정심 구조 변화에 대해서 보건의료단체연합, 보건의료노조 등 노동시민단체는 "의사협회와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 건강보험 가입자 등 모든 이해 관계자가 들어간 사회적 논의 기구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어 일부 반발이 예상된다.
의협은 17일 오후 6시부터 20일 오전 12시까지 의사 회원들을 상대로 찬반 투표를 실시해 결과를 투표 종료 직후 발표하기로 했다. 회원 투표 결과 협의안이 채택되면 의협은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예정된 총파업을 철회하고, 의정 공동 합의안을 공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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