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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안 정치', 통치술인가, 무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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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안 정치', 통치술인가, 무능인가?

[박근혜 정부 1년] 공안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유난히 공안 관련 이슈가 많았던 1년이었다. 지난해 2월 25일 취임식으로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첫 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처럼 국가정보원이 주도한 공안 의제가 1년 내내 끊이지 않고 신문 정치면을 뒤덮었다는 것이다. 간첩사건 증거 조작 논란이라는 태풍의 한 가운데에서 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게 된 것은 상징적이기까지 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안사건이 '정치'를 대체하다시피 하게 된 것은 우연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공안 이슈 운용이 일종의 통치술 단계로 와 있는 것이 아닌가 보기도 한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커다란 프레임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한편으로는 안보 영역(의제)을 주도해 나가고, 사회적으로는 공안정국을 주도해서 자신이 의도하는 프레임 속에서 정책을 추진해 나가려는 것"이 아니겠냐고 한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도 "정책이 보수화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핵심 의제로 만들지 않으려는 '의제 회피' 전략"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나아가 유권자의 지지를 동원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적 기능이라고 할 때, 공안 의제야말로 한국에서 가장 효과적인 정치적 전술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저들(정치적 비판세력)을 어떻게 분열시킬 것이냐고 한다면, 공안 문제를 '선(線)'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공안 의제는 유권자를 명확하게 양분화하고 있고, 공격하는 쪽에서는 단합과 결속이, 공격받는 쪽에서는 분열과 이탈이 일어난다는 것은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목되는 지점이다. 김 교수는 "야권연대를 못 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도 했다.

공안의 의제화 메커니즘에 대해 김 교수는 "국정원 등 대공·안보 라인이 권력의 중심에 서 있고 이들은 대통령과 밀착 관계에 놓여 있다. 또 새누리당도 사실상 대통령의 지휘통제를 받는 양상"이라면서 "정권의 핵심이 안보라인 중심으로 돼 있고, 이들 간에 의사소통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고 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들을 뜯어보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황교안 법무장관은 공안검사 출신이고,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4성 장군 출신이다.

김 교수는 "권력 작동의 양상 자체가 (공안 의제가) 원활하게 작동하게끔 만들어져 있고, 그런 면에서 안보국가, 반공국가 형태를 띤다고 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반공보수의 정체성을 갖고 있으니 그런 메커니즘을 짠 것이고 그런 인선을 한 것"이라고 했다. 정권이 공안사건을 '기획'하려는 의도가 있든 없든 "그런 사건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맥락이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간첩사건 증거조작 논란에서 드러나듯, 국정원이 앞장서면 공안 검찰이 뒤를 받고, 여당과 보수언론은 여론전을 통해 이를 지원하는 것이 '구조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영화 <변호인>이 1100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단순한 '노무현 향수'를 넘어 이 지점을 시의적절하게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검사 성추문 사건 등 숱한 사건사고가 터졌음에도 박 대통령은 이들 권력기관의 개혁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이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사건도 결론은 국방부의 '셀프 감시 강화'였다. 여야 합의로 만든 국정원개혁특위도 정부와 여당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끝에 국정원'강화'특위가 됐다.

'박근혜가 만든 공안정국'은 아니라지만…문제는 남은 4년

논란 지점은 '의도'의 여부에 있다. '종북 세력'을 막아내서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겠다는 것이 정권의 나름 순수한 '의지'라면, 이를 끊임없이 정치 의제화하고 그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느냐는 '의도'의 영역이다.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정권 차원의 의도가 작용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박 대표는 "관료들에 대한 통제도 안 되고, 국가 운영에 대한 기획도 없고, 그런데 선거는 이겨야 하다 보니 국정원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 공안적 의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국정원이 울며 겨자먹기로 관용되는 느낌"이라고 논평했다. 박 대표는 "박 대통령이 촛불집회며 인터넷에서 먹는 욕들을 다 감수하고 과거 대선 때 잘못을 저지른 조직을 전면에 내세워 정부를 운영할까? 만약 한다면 그건 굉장한 용기겠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서 "제한된 인재 풀에서 어리석은 결정을 반복하는 게 아닐까 한다. 정부의 의도적 결정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그는 "만약 정권 차원에서 조율돼서 'NLL문제는 이렇게, 다른 문제는 저렇게' 하는 식으로 결정된 거라면 정말 '공안정국'에 준하는 정치학적 개념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럴 실력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1년이 '공안 정국'이라는 세간의 평에 대해서도 "국가기구가 공안적 두려움을 통해 사회와 반대 세력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을 '공안 몰이'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공안 정국'이라면 1990~91년의 역사적 사례처럼 '집권파에 대한 반대세력인 야권의 조직된 힘이 매우 강해서 정상적 법의 지배로는 이를 통제하기 어려울 때 공안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텐데, 지금은 야권의 힘이 강한 것도 아니고 '공안 정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남은 4년 동안 이런 공안 의제의 운용이 계속될지 여부와 그 효과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윤철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한 박근혜 정부가 밀고 갈 프로그램은 안보 문제밖에 없다"며 "박근혜 정부가 처해 있는 구조적 환경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전략적 선택의 수는 포기됐다.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조성대 교수 역시 "현재 박근혜 정부가 복지나 경제민주화 이슈를 의제로 내건다면 진보의 프레임 안에서 게임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결코 그들에게 유리한 게임이 될 수 없다"면서 "대중적 압력이 강하지 않은 이상 (박근혜 정부가) 이를 의제로 적극 추진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 교수는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대표적 케이스"라며 "2010년 이후 유권자들의 의식이 안보 면에서 상당히 보수화됐다. 이런 보수화된 안보 프레임으로 정국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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