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5년 전, 1998년에 농림부에 여성정책 전담부서가 처음 생겼다. 여성정책담당관실이다. 비로소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법'이 제정된 건 3년이 더 지난 2001년의 일이다. 정부는 1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2001년~2005년)을 통해 여성농민 육성정책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경영능력 향상 교육과정이 개설되고 출산 여성농민의 농가도우미 지원사업도 도입됐다. 이어 2차 기본계획(2006년~2010년)에서는 제도적 기반까지 다졌다. 농업인 확인서 발급제를 시행하고 농어업경영체에서 경영주 외에 배우자도 등록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처럼 여성농업인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한 주체인 농정당국의 자체 평가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전국여성농민총연합(전여농) 등 여성농민들의 평가는 그렇지 않다. 대체로 비판적이고 불만족스럽다. 여전히 "정부의 여성농민계획과 정책에 문제가 많고 정책체감도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단 여성농민 정책의 시각이나 지평부터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가령 이민여성이나 출산여성 같은 특정 분야에 예산 집행이 편중, 경도되어 있는 식이다. 보육 예산이 여성농업인기본계획 2013년 전체 예산 가운데 84.7%나 차지할 정도니 그런 쓴소리를 들을만하다.
특히 "농업경영체의 공동경영주로 인정하라"는 여성농민들의 숙원은 해법이 요원하다. 그동안 눈에 띄는 해결 노력도 없고 그럴 기미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지금 농정당국에는 여성농민 정책을 추진하는 전담부서조차 사라진 상태다. 그나마 지난해 기존의 농식품부 농촌사회과가 농촌복지여성과로 이름만 개명했을 뿐이다. 또 중앙이나 지방의 '여성농업인 육성정책자문회의'는 심의권이나 의결권도 없다.
역시 허울 좋은 간판과 명패뿐이다. 지자체 마다 여성농업인육성지원조례를 유행처럼 열심히 제정하고 있지만 정작 전담 인력과 내용은 빠져있다. 유명무실하다. 어서 여성농업인 육성법을 개정해 전담부서와 전담인력부터 설치해야한다. 여성농업인센터의 현실은 여성농민 고충상담, 전문교육 등의 고유 목적은 뒷전이다. 보육 등 기타 사업 위주로 자꾸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이처럼 뿌리 깊은 난제들은 우리 여성농민계에 산적하다. 문제를 풀려는 노력이나 시도조차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다. 비록 늦었지만, 갈 길이 멀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다. 다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성보다 남성이 중요하다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한다. 나머지 '하늘의 절반'인 남성이 함께 나서한다. 그래야 해결가능한 일이다. 제도나 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전근대적인 의식과 가부장적인 문화의 원인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50%가 넘는 여성농민들, 농지·주택 소유는 20%도 안돼
오늘날 농촌의 여성인구 비중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여성농민도 늘고 있다. 여성인력의 농촌사회 인적자원으로서 중요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농가인구 가운데 여성 비율은 51.1%(148만8000명)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농업주종사인구 가운데 여성 비율은 1970년 28.3%에서 53.0%(92만9000명)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농업인 노동 중 여성농업인 노동 비중은 더 진폭이 크다. 1970년 31.6%에서 2010년 60.5%로 2배나 증가했다. 국제결혼, 귀농촌 등으로 여성농업인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농촌지역(읍·면)의 국제결혼비율은 10.3%로 전국 6.3%에 비해 단연 높다. 2005년 0.5%였던 여성농업인 중 결혼이민여성 비율도 2015년에는 3.7%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농업경영체 등록수 또한 2012년 100만3000명에서 2013년 9월 현재 114만5000명으로 증가 추세다. 정부는 경영주가 아닌 협업 여성농업인의 국민연금 가입을 유도하고 보험료도 지원하고 있다. 정책위원회의 여성 참여비율도 확대되고 있다. 농식품부 및 지자체 9곳 평균 30% 수준이다. 농협의 여성 조합원 및 임원 비율도 각각 31% 및 5%에 달한다. 일단 외형적인 수치로는 여성의 지위가 호전되고 있다.
또 정부는 여성농업인의 경영능력, 리더십 등 역량강화를 위해 연 10만 명 수준의 교육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주도 소규모·공동 창업활동, 귀농촌 여성, 결혼이민여성 등 신규 유입인력의 정착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여성농업인을 농촌 지역개발 리더, 복지서비스 인력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도농교류·지역개발사업, 농가도우미 사업, 농촌형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주력 일꾼으로 육성한다는 정책목적이다.
특히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은 농가 생활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지원책이다. 고령자 공동이용시설 확충(공동생활홈, 공동급식시설, 작은 목욕탕), 농업안전보건센터, 농촌공동아이돌봄센터, 농촌지역 보육교사특별근무 수당 지원 등이 시행되고 있다.
2014년 여성농업인 육성 시행계획은 새로운 농정기조를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6차 산업화, 복지 공동체 활성화 등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농촌여성 관련 부처와 협업, 농촌 특화형 사업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여성농업인센터, 지역농협 등 농업유관기관과 연계, 농촌특화 창업형 새일센터 등도 추진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여성농민의 현주소는 아직 안녕하지 않다. 편안하지 않다. 오늘날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연동해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여성농업생산자의 역할은 확대, 확장되고 있다. 특히 농산물 가공, 도농교류, 직거래 등 농업의 6차 산업화에서는 여성농민의 역할이 보다 다양화, 복합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여성농민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에도 여성농민의 지위는 여전히 취약하고 불안하다. 농가의 핵심자산인 농지, 농가주택 등 부동산은 80% 이상 남성(남편) 명의로 소유권이 등기되어있다. 토지 매매, 영농자금 대출 등 의사결정에 여성이 관여하지 않는 비율은 40%에 달한다. 가정에서도 이런 상황인데 지역사회에서 여성농민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도시도 크게 다를 게 없지만, 농촌남성들은 더욱 가부장적이다. 농촌에서도 여성의 경제·사회활동, 가령 마을 밖을 벗어나 활동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여성농민 스스로는 63%가 경제활동을 다른 어떤 활동보다 우선시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남성·여성의 일을 나누는 전통적인 성별 분업에 반대하는 의견이 높다.
하지만 현장에서 변화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여성 이장이 이제는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농협의 여성이사, 지방의회 여성농민의원 등도 흔히 눈에 띈다. 이제 여성농민의 사회적 지위 향상은 시대적, 사회적 요구이자 당위다.
여성농민이 '합당한 지위'와 '절반의 영농권'를 찾으려면
문제는 역시 돈이다. 여성농민 정책을 제대로 개발하고 시행하려면 역시 '돈'이 필요하다. 농식품부, 농진청, 산림청의 관련 사업에서 성인지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2011년~2013년 이들 농업관련 3개 부처의 성인지 예산 비율은 1~3%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여성농민 정책을 시행하는 데 충분한 예산이 편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명백한 지표다.
법도 문제다. 여성농민은 안정되고 당당한 법적 지위부터 쟁취해야한다. 현재 여성농민의 법적 또는 서류상 지위는 농가경영체 등록 종사자 등재, 농지원부가족란 추가, 공동협약 확대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도 지난 2차 기본계획의 성과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팍팍하고 누추하다. 여성농민이 지역농협 조합원으로 가입하려면 본인 명의의 농지가 있어야 한다. 농지를 소유한 여성농민은 그리 많지 않다. 또 여성농민이 '농업경영체등록' 의 '공동경영주'로 등재될 수도 없다.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농장단위'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근본취지에 어긋나고 규정상으로도 어렵다. 이게 여성농민의 지위를 바라보는 농정 당국의 입장이고 의식수준이다.
여성농민의 정책 참여는 형식적이다. 현재 농식품부 여성농어업인 정책자문회의는 정책 심의 및 의결권한이 없다. 또 많은 지자체에 여성농업인육성지원조례가 제정되어 있지만 전담 인력과 부서가 없다. 실제 정책 집행과정에 여성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기회나 공간이 사실상 차단된 셈이다. 가령 중앙 및 지방에 여성농민정책 민관 거버넌스를 주도할 여성농업인정책협의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여성농민 교육의 전문성, 다양성도 절실히 요구된다. 현행 농진청, 농협 등 특정단체 중심, 주도의 교육시스템 및 프로그램으로는 다양하고 전문적으로 여성농민들의 역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여성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농촌지역개발사업의 실무역량, 농업 후계세대 양성을 위한 실용적 교육프로그램이 시급하다.
이런 열악한 사회적, 경제적 처지의 우리 여성농민의 삶의 질이 높을 리가 없다. 다행히 여성농민의 노후생활을 위한 사업들이 속속 추진되고 있기는 하다. 여성농어업인 국민연금보험료 지원, 경로당·마을회관 등을 활용한 공동취사 및 가사도우미 지원, 취약계층을 위한 공동생활형 홈 모델 시범사업 등이다. 특히 농어촌 취약계층 주거지원을 위한 공동생활형 홈은, 독거노인, 고령 농어가 등 취약계층을 위한 특화된 공동생활형 주거 모델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른바 여성농민 주도형 6차산업 활성화도 중요한 과제다. 박근혜 정부에서 핵심 농정과제로 내걸고 있는 6차산업화는 여성농민들이 할 일이 많은 영역이다. 기능과 역할도 여성에 적합하다. 우선, 여성농민 주도의 농가단위 소규모 농식품가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 등 법과 제도의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특히 이주여성농민, 귀농촌 여성, 노령여성농민 등 소농, 영세농들을 대상으로 농산물 생산 및 농식품, 가공 연계 소득창출지원 정책이 집중 지원되어야 한다.
여성농민에게는 농사 말고 다양한 일자리도 필요하다. 농가의 가계경영 안정을 위해 농업 외에 다양한 부업을 통해 농가소득을 보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이른바 '여성농민 일자리 발굴 및 알선 지원센터' 등 정보와 예산을 쥐고 있는 행정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여성 가사노동의 사회화도 고민과 실천을 구체화해야 할 때다. 지난 2007년 나주에서 '마을공동 급식지원 사업'이 시작됐다. 어느 정책토론회에서 한 여성농민의 문제제기가 발단이 됐다. 경북에서도 2007년부터 도 시책사업으로 '농촌마을 공동급식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후 각 전남 순천, 영암, 전북 완주, 무주, 경남 등에서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 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농민이 농업노동과 가사노동을 병행하지 않도록 공적으로, 사회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가령 마을 단위로 공동급식을 운영해 가사노동의 일정 부분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여성농민의 가사노동 부담 경감이라는 실리는 물론, 공동 급식을 통한 공동체 문화 활성화, 농민들의 건강 증진 등의 효과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다.
2012년 충북에서는 전국 최초로 '복지 바우처(Boucher)' 제도를 시행했다. 음성과 보은에서는 3000여 명의 여성농민에게 3억5000만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했다. 지원대상은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고 실제 영농에 종사하는 20세 이상 ~ 65세 미만 여성농어업인으로 자부담 2만 원을 포함해 연간 10만 원까지 지원한다. 기존 영화관, 서점 등 문화바우처 사용처를 포함, 병·한의원, 종합병원, 약국 등 실생활에서 여성농어업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비처들이 주요 사용처로 지정되어 있다.
여성농민에 대한 공공의료 서비스도 취약하다. 2008년 충남지역조사 결과, 어깨 결림, 손발 저림 등의 농부증을 앓고 있는 여성 농민의 비율이 남성 농민보다 17.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농업노동으로 가사노동에 대한 이중부담을 안고 있는 여성농민이 겪고 있는 질병에 대한 공공 의료의 질 개선이 시급하다. 여성·농민 관련 질병을 담당하는 의료 기관을 최소 1개 군에 1개소는 의무 설치할 필요가 있다. 면 단위 여성농민 건강권 증진을 위한 종합 건강복지센터도 절실하다. 마을단위 보건소 장비 및 인력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성농민 정책의 해법은 '여성농민 공동경영주 제도'부터
2009년 기준으로 현재 농업 주종사 인구 중 여성의 비율은 53.3%이지만, 농업경영주 비율은 18.3%에 그쳤다. 2009년에 여성농민의 직업적 지위 인정을 위해 농어업경영체 등록제도를 마련했지만 여성농민들은 그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다.
마침내 2013년 4월, 농어업경영정보를 등록하는 농어업 경영체가 농어업인인 경우 가족을 공동 경영주로 등록할 수 있도록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여성농민을 공동 경영주로 인정하도록 농어업경영체등록제도를 개선하려는 목적이다. 현재 농어업경영체 등록제도의 신청서 양식에서는 여성농민은 가구에서 경영주가 아닌 경우, '경영주 외 농업인'으로 명시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여전히 비협조적이다. 제도의 취지가 농장단위 등록이라 공동경영주는 초점이 좀 다르다고 강변한다. 경영주 등록시 '별도 경영주'로 각각 등록하는 방법을 충분히 활용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2010년에는 농어업인의 경영체 등록률 제고를 위해 농어업인 영유아 양육비 지원 등 17개 농림사업과 등록제도를 연계하여 지원하고 있다. 또 후계농 선정시 20%까지 여성농어업인을 우선 선발하고, 영농규모화사업 대상자 선정 시 여성농업인에게 가점(6/100점)을 부여하고 있다. 정부의 문제 해결방법은 문제의 중심을 벗어나 자꾸 외곽을 건드리는 방법이다. 기존 등록제도가 농장단위에 초점이 맞춰 곤란하다면 그 초점이나 기준을 '농민(농업인) 개별단위'로 바꿔보려는 인식과 방법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여성농민이 공동체사업을 영위할 경우 지원 법률과 제도도 합리적으로 정비되어야 한다. 소규모 농가의 여성농민들은 생산, 가공 등 영농현장에서 현행법의 한계에 맞닥뜨린다. 일단 식품위생법이 걸린다. 현행법은 영업시설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농민이 농산물을 단순 변형해 판매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순하게 고사리 나물, 참기름, 고춧가루 등을 만들어 팔아도 불법이다. 최소한 소규모 농가에서 여성농민이 생산한 소량의 단순가공 농산물에 대해서는 따로, 특별히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현재도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별표 14의 '식품 제조가공업의 시설 기준'에는, 농어민이 국내산 농수산물을 주된 원료로 식품을 직접 제조하는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은 그 시설 기준을 따로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농어민을 위한 시설 기준을 따로 마련하고 시행 중인 지자체는 극히 드물다. 실효성이 별로 없는 규칙인 것이다.
나아가 정부나 지자체는 여성농민의 소규모 창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전통식품 제조,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 제조 등 여성농민의 '창의적 손맛'을 이용한 소규모 창업활동을 지원하는 정책명분이다. 현재 농식품부는 '농어촌 공동체회사' 선정 시 여성농어업인이 20%이상 참여하는 공동체회사에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농촌여성 일자리사업(2011년, 6개 권역, 11억2900만 원)'은 참고할만한 선도적 여성농민창업 사례가 될 수 있다. 농촌지역의 명인(名人) 등과 농촌여성들을 네트워킹, 지역특화 상품개발을 통해 '마을중심'의 여성 공동 창업 및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성농민 육성지원 조례도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2007년 전북도를 비롯한 충남 아산, 충북 영동 등 4개 시군에서 처음 여성농업인 육성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하지만 전여농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9월말 기준 조례 제정 현황은 총 9개도, 47개 시군에 불과하다. 그나마 태생적으로 형식적이고 의례적이라 실효성이 없다. 충북도의 경우 조례가 제정된 지 5년이 넘었는데 아직 시행규칙도 만들지 않았을 정도다. 광역지자체의 시행규칙은 경기도가 유일하다. 절차와 형식부터 부실한 조례가 내용이 충실할리 없다. 여성농업인육성 지원조례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
초고령화·공동화 사회, 우리 농촌의 최후 보루 '여성농민'
우리 농촌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사방에 노인뿐이다. 게다가 육체적으로 나약한 여성농민들이 젊은이들이 떠난 논밭을 떠맡고 있는 양상이다. 고된 밭일은 온전히 여성농민 몫이다. 우리 여성농민의 문제는 농업이나 농촌의 문제를 넘어선다. 본질적으로 사회 문제다. 의식의 문제다. 성인지적 사고의 한계 문제다. 마땅히 여성농민은 농업정책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농사의, 농업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여성농민에 의한, 여성농민을 위한 정책 수립과 집행이 절실하다. 여성농민은 현재 농가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하늘의 절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농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가정,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여성농민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주로 농가 단위로 만들어진 기존의 농업정책으로 인해 실제 농업현장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지위가 권한이 불리한 게 사실이다. 성 평등 관점의 정책이 미진하고 부족했다.
지금 우리 농촌에서 농사의 주력군은 여성농민이다. 여성농민들이 농업의 판을 주도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여성농민은 남성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듯 가족농의 일개 구성원이 더 이상 아니다. 당당한 농가의 농업경영주이자 우리 농업을 경영하는 절반의 주체다. '하늘의 절반'인 제 몫과 제 자리를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 '영농권의 절반은 여성농민의 것'이라는 명분과 방향은 정해졌으니, 이제 그대로 행동하면 된다.
■ 연재 목록
1. [농민] '귀농촌'의 협동연대 대안 - 도시난민에서 '마을시민'으로
2. [농민] '농촌복지'의 사회적 서비스 해법 - 100세시대 '협동사회경제형'으로
3. [농민] '농민운동'의 연대 전략 - '사회연대적' 농민운동으로
4. [농민] '공익농업'의 국가기간산업화 -공익농민에게 '월급 기본소득'을
5. [농민] '여성농민'의 가치 - 여성농민에게 '절반의 영농권'을
6. [농업] '6차농산업화'의 정도 - 중소농 중심 '협동화 6차산업'으로
7. [농업] '기업화 농산업'의 대안 - '마을•지역 공동농업'으로
8. [농업] '먹거리 정의'의 중요성 - '농도상생형 사회복지'의 열쇠
9. [농업] '농산물 유통'의 혁신 대안 - 도시민이 책임지는 '농민의 생활'
10.[농업] '친환경농업'의 실천 방안 - '잘 먹고, 잘 사는' 지름길
11.[농촌] '농촌교육공동체'의 전망 - 마을을 살리는 '학교'
12.[농촌] '협동조합'의 사회적 경제 - '을(乙) 중심'으로
13.[농촌] '농촌마을만들기'의 출구전략 - 사회생태적 '마을살리기'로
14.[농촌] '농정협치(거버넌스)'의 가능성 - '한국형 농업회의소'의 법제화를
15.[농촌] '에너지자립마을'의 전환 - '지역순환농업' 기반으로
16.[농정] '식량주권'의 정책목표 - '양적 식량자급'과 '질적 먹거리 안전'
17.[농정] '농정 재정'의 개선 방향 - 중앙집중에서 '지방분권'으로
18.[농정] '도시농업'의 역할 -'국민농업'의 학교이자 전진기지
19.[농정] '지역공동체'의 발전전략 -'지방재정'의 균형부터
20.[농정] '농협'의 개혁 해법 - '경제협동조합'으로 환골탈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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