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청와대 신임 대변인으로 내정된 민경욱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부장이 KBS 측에 사표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권오훈 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오후 네 시까지 확인한 결과, 인사부에 사표 접수가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권오훈 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오후 네 시까지 확인한 결과, 인사부에 사표 접수가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민경욱 신임 청와대 대변인이 5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인선 발표 직후 청와대 ‘국정평가 종합분야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해 대변인직 업무를 수행했다. 민 대변인은 그러나 이날 오전엔 KBS 보도국 편집회의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나절도 안 돼 자리를 갈아탄 것.
KBS 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정홍규 간사는 “보도국은 오전 8시 반에 보도국장 이하 부장들이 모여 아침 편집회의를 한다. 민경욱 문화부장은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템 발제를 했다”고 회의 참석자의 말을 빌어 전했다. 민 대변인은 오전 회의에서 대변인 임명과 관련된 언질을 하지 않았으며, 인선 발표 10분 전에야 해당 부서 팀장들에게 인사 내용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민 대변인은 이날 오전 편집회의에 참석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한쪽(청와대)에선 보안을 요구하고 또 (KBS에서) 일은 해야 하니까"라며 사표를 미리 제출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양해를 구했다. 사유를 밝히지 않고 사표를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러면 왜 냈냐고 물어보지 않겠냐"며 "폐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하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민 대변인의 행보에 KBS 측에서도 당황한 기색이다. KBS 홍보실 측은 “청와대가 임명을 한 것이고, 민 전 앵커가 개인의 선택에 따라 간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어떤 입장을 얘기하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퇴사 절차를 밟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경욱, 언론인으로서 갖출 최소한의 윤리의식 저버렸다"
KBS 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의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윤리의식을 저버린 상식 밖의 일”이라며 민 대변인에게 즉각 대변인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KBS 본부는 “과거에도 KBS 조직원이 재직 중 청와대나 정당 등 정치권의 품으로 떠난 사례는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이번처럼 메인뉴스 앵커를 하차한 지 불과 넉 달밖에 안 되는 짧은 시기에 사직서도 내지 않은 채 현직 부장자리마저 내팽개치며 정치권의 품으로 안긴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 대변인의 청와대행은 KBS 윤리강령 위반이라는 점 또한 지적했다.
KBS 윤리위원회가 지난 2003년 제정한 KBS 윤리강령 1조 3항은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TV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적시하고 있다.
KBS 본부는 이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공영방송 메인뉴스 앵커자리를 이용해 개인적 영달을 취하고 공영방송 KBS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이번 민 씨의 청와대 행은 명백히 이런 KBS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MB정부 5년간 이른바 ‘땡박’ 뉴스를 하는 것도 모자라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앞장서 전파하는 해바라기 방송을 함으로써 청와대가 KBS를 인재를 선발하는 산하기관쯤으로 여기게 한 것은 아닌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KBS 측은 노조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윤리강령 1조 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치활동’이란 국회의원 등 선출직이나 당적을 가지고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청와대 대변인은 선출직이 아닌 공직이므로 ‘정치활동’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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