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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진중 노조, 사측에 59억 손해 배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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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진중 노조, 사측에 59억 손해 배상해라"

'정리해고 저지 파업=불법 파업'…변하지 않는 법원의 단순 논리

158억 원이란 천문학적 액수를 해고자들에게 청구해 사회적 논란이 됐던 한진중공업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판부가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이하 지회)를 상대로 사측에 59억59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부산지법 민사합의 7부(성금석 부장판사)는 17일 이같이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리며, 그 이유로 "2011년 지회가 벌인 85호 크레인 고공 농성 등은 불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불법 파업 매도"에 반발, 항소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당시 파업이 '불법'인 이유는 "정리해고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 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단체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해고가 적법하므로 "정리해고 자체를 반대하는 파업은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점거와 폭력, 파괴 행위가 수반된 파업이 원고(한진중공업)의 영도조선소에 대한 관리 지배를 배제했다"는 점도 당시 파업이 불법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의 책임을 일부 인정, 손해배상 책임을 손해액의 8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파업의 결정적 원인인 경영 악화에 대해서는 원고(한진중)의 책임이 막중"하며 "노조 조합원들이 상당 기간 업무에 종사하지 못해 생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리해고 저지 파업=불법 파업'…변하지 않는 법원의 단순 논리

노조는 당시 파업은 '적법'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파업 전에 조합원 총회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한 후 파업에 돌입"했으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설명이다. 현행 노조법상 노조 '찬반 투표'와 같은 절차는 적법 파업 요건에 해당한다.

노조는 또한 당시 파업은 임금 인상과 단체 협약 갱신을 위한 교섭에서 사측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 안'만을 내세운 결과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2009년과 2010년 임금 인상분 등을 논의해야 하는 교섭이 사측의 해태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노동쟁의조정법 절차에 따라 합법적인 파업을 벌였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재판부의 논리대로면, 법이 요구하는 절차를 지켜 합법 파업을 하더라도 회사가 사후에 구조조정 안을 교섭 의제로 밀어 넣으면 그 순간 파업은 불법이 된다"며 "노동관계조정법의 존재 가치를 말살하는 이번 판결을 절대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 부산 한진중공업 근처에 모인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 ⓒ프레시안(최형락)

'사람 죽인' 158억…"한진중의 '뻥튀기' 증명됐다"

한편, 이번 판결로 한진중 측이 청구한 158억 원이란 액수가 적어도 2.5배 이상 부풀려진 금액이라는 점이 증명됐다. 앞서 최강서 지회 조직차장이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158억"이란 유서를 남기고 재작년 12월 자결한 일이 있어, 노조는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측은 파업으로 인해 당시 건조중이던 선박 건조가 계약상 납기일 보다 지체돼, 선주들에게 지체상금을 지급하는 등 158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중 74억4천여만 원만 인정했다.

노조는 "158억과 59억 사이의 이 엄청난 차이는, 회사가 손배액을 얼마나 허위적으로 부풀려 법원에 제출했는지를 보여준다"며 "허위로 청구한 금액이 절반을 넘어서는 이번 소송은, 소송 자체가 사기"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한진중 노사는 최 씨의 자결 이후, 지난해 2월 "158억 손배 소송 확정판결 이후에 지회(노조)와 반드시 합의하여 처리한다"는 합의를 도출한 상황이다.

노조는 "법원이 이러한 노사 합의가 있었단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일단 불법 파업이라는 단순한 판결을 내렸다"며 "법 적용의 상식을 재판부가 잃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한진중에선 지난 2010년 경영상 위기를 내세운 대규모 정리해고가 단행돼 금속노조와 지회가 1년 가까이 격렬한 해고 철회 투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09일간 85호 크레인에 올라 고공 농성을 진행했으며 다섯 차례에 걸친 희망버스가 영도조선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대립 끝에 노사는 2011년 11월 '정리해고자 1년 내 재취업'에 합의하고 김 지도위원은 고공 농성을 해제했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현재까지 해고자 100여 명이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휴직' 상태로 대기 중이며, 지난해 12월에는 휴직 중이던 해고자 김모(53)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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