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과 같은 마음이었을까?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고(故) 유한숙 옹의 빈소 앞에 모인 주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거웠다. 슬픔과 경악, 절망과 분노, 억울함과 공포가 뒤섞인 복잡한 얼굴들이었다.
7일 오전 고인의 빈소가 있는 경남 밀양시 영남의료원 앞에서 밀양 주민과 유가족, 반대대책위가 마련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유한숙 옹 사망 사건의 책임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한 정부와 한전에 있다고 보고 고인에 대한 사죄와 즉각적인 공사 중단, 주민이 요청한 대안 검토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한 명시적인 약속이 있을 때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들은 또 고인이 사망 직전 대책위의 김준한 신부와 딸에게 음독의 이유가 송전탑 때문이라고 밝혔음에도 경찰이 다른 이유를 들어 '신변 비관'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고인은 상동면 고정리에서 28년 동안 양돈업을 해왔다. 주민들에게는 마을을 위해 선뜻 돼지를 내놓던 인심 좋은 이웃이었다. 그런데 지난 달 송전탑 선로가 자택과 돈사 옆을 지난다는 한전 직원의 말을 듣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 117번, 118번 송전탑이 건설되면 고인의 집과 약 300미터의 거리를 두게 된다. 양돈업을 접을 생각에 땅을 내놨으나 송전선로변 토지를 보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계속되는 스트레스에 고인은 급기야 2일 자택에서 제초제를 음독해 자살을 시도했다. 급히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6일 새벽 사망했다. 지난해 1월 산외면 보라마을의 이치우 옹 분신 자결 사건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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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전 11시 밀양시 영남의료원 앞에서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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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민이 고인을 떠올리며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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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은 그동안 공사 강행의 명분으로 내세워 온 신고리 원전의 준공이 2년 늦춰졌는데도 정부와 한전이 무리하게 겨울 공사까지 강행하다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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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의료원 농협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 주민들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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