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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족들과 다르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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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족들과 다르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코리안드림 - 한국에서의 중국조선족<79>문화의 벽 앞에서(3)

***한족들과 다르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저는 교수님들이 중국유학생들을 욕하면 아주 기분이 나빠져요. 저는 다른 조선족들과 다른가봐요. 한번 저의 친구(동국대에서 취재한 박사생, 다음 글에 나옴.)를 만나세요. 저는 조선족이지만 솔직히 민족감정이 친구처럼 강하지 못해요. 그 친구는 조선족정체성문제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자꾸 헷갈려서 어느 쪽에 소속되어야 하느냐, 라는 문제에서 고통스럽다고 하는데, 저는 저의 민족정체성을 한족들과 다른 의미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아마도 어려서부터 한족지구에서 살고 계통적인 한족학교 교육을 받은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배운 것, 받아들인 것이 중국문화이기에 껍데기만 조선족이고 속은 완전히 중국인(한족이)이예요. 저는 자신을 본질적으로 소수민족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한족애들과 아무런 갈등도 없이 지내왔고 한족애들도 저를 자신들과 다르게 대해준적이 없어요. 그 문화속에서 아무런 이질감도 느껴보지 못했어요. 저는 앞으로 결혼상대자를 찾으면 한족이거나 모국어를 하는 조선족은 선택할 수 있겠지만 한국인은 택하지 않을 것 같아요. 현재 저의 큰언니는 중국인(한족), 둘째 언니는 프랑스인과 결혼했어요.

그래서인지 한국문화에 적응이 늦고 거부감이 있어요. 한국대학교의 위계질서가 싫어요. 중국에서는 평등주의인데 반해 한국은 권위주의가 많죠. 중국에서는 학생들이 인간적으로는 교수님들과 평등한 위치에 있고, 서로가 다만 배워주고 배우는 관계일 뿐이죠. 교수님들과도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학술토론회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기 의견을 다 털어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항상 교수님의 눈치를 봐야 하고, 교수님 앞에서 자유롭게 말 할 수 없죠. 저는 한국교수님들을 존중하면서도 제자가 반드시 부속되는 것은 싫어요. 제자가 교수님에게 아부하는 것도 싫고요, 제자가 교수님 앞에서는 좋은 말을 하고 돌아서서는 딴판인 것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요.

논문을 학생이 발표했는데 교수님 보기에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기면 그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내 방에 와서 면담해, 라는 식으로 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아요. 좀 더 자유롭고 고무적인 분위기에서 수업을 했으면 해요. 교수님의 강의가 끝나면 한족애들은 굉장히 자존심이 상해해요. 언어장벽이 심해서 알아듣지 못하는데 교수님이 너무 나무라는 통에 겁이 나서 공부를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라 방황하죠.

한국학생들과는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마음으로 친구가 된다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마음을 열지 않아서인지, 교류가 모자라기 때문인지, 피차 교류하고 싶은데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저도 참 고민이예요. 한족애들중에 한국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는 애들도 있어요. 북경대학 한국어학과를 나온 한족애들 중에 있어요. 한국남자친구가 진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편이예요. 한국학생들은 예의는 잘 지키지만 시간은 잘 지키지 않는 것 같아요. 이것도 저의 편견인지, 참 고민이에요.

앞으로 한중교류가 한국이나 중국에 참 중요한데, 중국유학생들을 한중교류의 가교역할을 할 자원으로 생각하고 교수님들이 중국유학생들을 대하는 방식을 좀 바꿨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자비생이었다고 했지요?”

“예. 첫 일년은 등록금을 절로 부담했어요. 한국으로 떠나올 때 프랑스에 있는 언니가 해주고 집에서도 해줘서 중국돈 5만원(한국돈 7백70만원정도)을 가져왔는데 지금 2만(1백30만원 정도)원이 남아있어요. 재외동포재단에서 1년 장학금을 해줘서 등록금을 해결하였는데 참 고마웠어요. 그 후부터는 등록금은 거의 장학금으로 해결하고, 생활비는 회사 중국어강의, 가정교사 등으로 해결해요.”

“이제는 박사를 수료하고 논문준비 단계에 들어갔는데 아직도 방황하고 있나요?”

“아직도 좀...”이라고 하며 그녀는 잠간 고개를 떨어뜨렸다. “교수님이 외국에 있어서 논문준비에 도움을 받지 못해서 마음에 좀 확실치 못한 부분이 있어요. 논문은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자신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논문테마를 잡으려고 하니까 참 갈등이 많아요. 앞으로 가져야 할 직업, 인생목표 등에 대해 생각이 착잡하죠. 그래서 논문테마잡기에 서두르지 않아요. 책을 많이 읽고 있어요.”

그녀가 잠간 빙긋 웃었다. 그녀는 웃음을 아주 아끼는 타입이었다.

“요즘부터는 학문에 점점 더 취미가 생기고 자신이 생겨요.”

“그래요? 참 좋은 일이군요. 이제는 한국문화에 많이 적응되는 모양이죠?”
라고 하며 나는 그의 얼굴이 처음으로 밝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문화에도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고, 한글에 대해 학문적으로 좋아하게 됐어요. 이런 느낌이 생긴 것이 참 기뻐요.”

“앞으로 직업이 확정돼서 좋아하나요?”

“아니에요. 직업과 연결된 것은 아니에요. 저는 학문을 직업과 연결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한국어 학문은 좋아하게 됐지만, 취미와 직업의 연결점이 잘 안보여요. 그리고 교수님들이 직업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학문을 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너, 학문에 결벽증이 있어, 학문이 너무 순수할 수는 없어, 라고 충고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한국어학 학문을 좋아하게 됐어요. 저의 생각이 틀린 건지, 친구들 생각이 틀린 건지 알 수 없어 고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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