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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박근혜 6개월, 퇴행과 혼란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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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장집 "박근혜 6개월, 퇴행과 혼란의 정치"

"국정원 대선개입은 민주주의 위협 요소"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태를 엄중히 비판했다. 최 교수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퇴행과 혼란의 정치'로 규정하며 박근혜 정부의 독단적 국정운영과 '공약 파기' 사태를 비판적으로 언급하고, 대안 세력이 되어야 할 야당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사무처 산하 사단법인 '꿈보따리 정책연구원' 창립 심포지엄에 참석해 국정원 등 이명박 정부 국가기구의 대선 개입 문제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로 규정했다.

최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광범한 선거개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한국의 민주화에서 이데올로기를 관리했던 국가기구 및 그와 연관된 사법기구들의 부분체제는 여전히 민주화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대선개입 사태의 두 측면으로 먼저 "법적·제도적 문제로서 법의 지배와 관련된 것"이라는 면을 들며 "선거 개입은 엄격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하고, 그 행위가 민주주의체제를 위협하는 것인 만큼 이를 계기로 국정원의 기능은 대북정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영역에 엄격하게 제한되는 제도 개혁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정원 선거 개입문제는 (민주주의 정치제도에서의) '수평적 책임성'의 부재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며 "사법기능의 침묵 내지 법의 지배가 작동하지 않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수평적 책임성의 '부재'이며, 사건이 행해진 연후에야 사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그 책임성을 묻는 것의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또 대선개입 사태에는 법적·제도적 측면 외에 정치적인 문제로서의 속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대통령과 여당을 한 편으로 하고, 야당을 다른 한 편으로 할 때 쌍방은 정치적 타협의 기술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권세력을 향해 "대통령과 여당이 보여주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한 태도는 방어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편 "이 문제는 특히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야당 입장에서 중요하다"며 "공세적 입장에 있는 야당이 상대의 일방적 굴복을 추구한다면, 국정원 선거개입이라는 엄중한 계기는 국정원 개혁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선거 개입 문제에만 몰두하는 동안, 국가를 운영하고 실제의 민생 문제를 다루는 것을 등한히 하는 것은 선거경쟁의 특성을 오해한 결과"라는 충고도 했다.

"朴대통령, 집권 6개월 만에 공약과는 다른 '보수' 회귀"

최 교수는 "오늘의 한국 정치를 특징짓는다면 '퇴행 또는 혼란의 정치'"라며 "정치가 퇴행하는 현상은 '책임 정치'와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최 교수는 "대통령은 선출된 최고통치자로서, 자신을 선출해 준 다수연합의 파당적 대표이자 지도자로 끝날 수는 없다. 소수자의 이익과 의견, 가치가 인정될 수 있는 일반의지의 표현으로서 법의 집행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고, 사회 전체의 대표로서 역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한국정치의 현실에서 통치체제로서의 민주주의는 이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은 승자연합을 대표하고, 그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실현함과 아울러 그것을 사회전체의 일반이익으로 정의하며 그것을 전체 사회에 부과하고 있다"고 박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공약 파기'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최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문제는 새누리당도 민주당의 도전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만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중대 의제"였지만 "대선 이후 신(新)정부의 정책 방향은 극히 짧은 시간 안에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던 대안들, 즉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확대와 같은 사회경제정책과는 거의 정반대 방향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선거는 진보적으로, 정책은 보수적으로 하는 특징이 분명해진 것"이라는 비판이다.

최 교수는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언급한 후 "새 정부가 체제를 정비하면서 6개월도 되지 않은 시간 내에 이 모든 공약·슬로건·담론·언어들은 사라졌다"면서 "지금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라는 말 자체를 들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선출된 공직자가 행정관료권력을 비롯한 현상유지의 힘들의 영향 하에 놓이게 됨으로써 정치과정이 인민의 통제로부터 벗어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공약과는 다른 '보수로의 회귀'를 가능케 한 까닭은 대통령 자신의 이념과 가치 정향, 리더십 스타일, 대기업·언론을 중심으로 한 한국사회의 헤게모니적 블록의 강한 영향력, 행정관료기구 특히 경제행정관료들의 강한 영향력,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정치적 지지기반의 허약함과 야당의 허약함 등"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특히 "정치적 책임의 문제는, 반드시 선거공약을 그대로 실현해야한다는 경직적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라며 "세계경제적, 정치환경적 요소가 변화할 때 그 내용 역시 조정될 수 있고, 특히 선거 패자인 야당과의 타협을 통해 조정되고 변할 수 있다. 정책 변화는 그 정책의 결과에 의해 보상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공약의 핵심 요소들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들어 "정책 대안의 핵심 요소들이 선거 이후 확연하게 변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 공약 파기라는 쟁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고 '공약 파기' 담론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사회안전망을 행정적으로 재조정한다든가, 운영을 합리화하는 것에 초점이 두어지고 있다"며 "선거 때 말했던 '복지국가' 모습보다는 (기존) '복지행정의 합리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최 교수는 이같은 '책임 정치의 부재' 현상의 극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정당을 바로 세우는 것"을 꼽으며, 하지만 "오늘의 민주당은 불행하게도 그러한 과업을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집권세력 외에도 야당의 혼미를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 "파당으로 크게 분열돼 있고, 개별 국회의원들은 파편화되어 당보다는 자신의 사적 관심사에 매몰되어 있다"며 "조직으로서의 정당이라는 점에서 당의 리더십을 세우는 것 자체도 어렵다. 집합행위를 할 수 없는 정당으로 약화될 대로 약화돼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대선 이전에 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두 노선에 대해 말하면서, 하나는 '민주 대 반민주' 대립에 기초한 '진영 간 대립 노선'이고 다른 하나는 '대안정부를 준비하는 노선'이라고 하며 '대안정부 노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도 민주당에 대해서는 다른 말을 할 것이 없다"고 부연했다.

이날 창립 심포지엄을 가진 '꿈보따리 정책연구원'은 지난 7월 국회 사무처 산하 사단법인으로 설립 허가를 받은 후 8월 개원했다. 최 교수는 기조 발제자로 초청돼 강연했고, 연구원장인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초청 토론자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발제 내용에 대한 토론을 주고 받았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이 연구원 상임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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