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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반값 전기료' 넘어 '원전 안전 이용금' 도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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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산 반값 전기료' 넘어 '원전 안전 이용금' 도입을

[기고] '에너지 부정의'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이 2013년 12월 27일자 프레시안에 올린 글 '부산 반값 전기료의 불편한 진실'을 잘 읽었다. (☞관련 기사 : 부산 '반값 전기료'의 불편한 진실)

부산 '반값 전기료' 제안은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영춘 (사)인본사회연구소 소장이 지난해 제안한 것이다. 산업용 전기 요금을 인상해서 핵발전소가 입지한 부산 지역의 경우 핵발전소 반경 5킬로미터에 전기 요금 90%, 10킬로미터 80%, 20킬로미터 80%, 30킬로미터 50%, 50킬로미터 30%를 각각 지원하자는 것으로 부산시 주택용 전기 요금의 49.75%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요지이다.

이정필 연구원은 김 소장의 이러한 제안을 "선거를 앞두고 보상 극대화 심리를 이용한 급조한 정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로 첫째 '반값 전기료'라는 표현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전기 요금 현실화' 혹은 '정상화' 흐름에서 부정적 인식을 주고, 둘째 산업용 전기 요금의 인상은 정당한 제안이지만 수도권의 주택용 전기 요금은 왜 문제 삼지 않는가라고 묻는다. 셋째, 발전소와 송·배전 시설에 대한 위험과 피해에 대한 지원금 극대화 논리가 강조될수록 '보상 논리'에 빠져 전환의 가능성이 잠식당하는 만큼 보상과 지원은 주변지역지원법 개정 및 지원 방식 개선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증세 없이 복지 없듯이, 요금 인상 없이 에너지 전환 없다"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나는 에너지 전환과 전기 요금 체계의 개선에 대한 이 연구원의 입장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그리고 김영춘 소장의 '반값 전기료' 제안을 넘어서 원자력 피해 범위 확대 지역의 방재 및 효율적 피난 대책 비용 그리고 탈핵발전소 대안 에너지 시스템 구축 기금 마련을 위해 '핵발전소 안전 이용 부담금'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핵발전소 안전 이용 부담금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대형 핵발전소 사고 발생 시 피해 범위가 핵발전소에서 최소 반경 30킬로미터까지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도 우리 정부의 핵발전소 대책은 반경 8~10킬로미터 범위 안에 머물러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문제는 부산 지역에 위치한 고리 핵발전소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무려 330만 명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긴급 보호 조치 계 획구역이 반경 50마일(약 80킬로미터)까지 확대되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수명 설계 연한을 훨씬 넘긴 불안한 고리 1호기 등이 있는 부산 지역에서 '반값 전기료'와 같은 일종의 전기 요금 지역별 차등화 방안이 나온 것은 부산 시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게 할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담론으로 제기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현재 정부의 핵발전소 비상 계획은 전국의 핵발전소 반경 10킬로미터 내 거주자 약 13만 명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현실성이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그러나 '반값 전기료' 만으로 핵발전소 입지 지역의 안전 보장을 위한 재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내가 제안하는 핵발전소 안전 이용 부담금 부과는 1999년에 제정된 물 이용 부담금 제도의 입법 취지에 따른 것이다. 하류의 오염 피해 예상자이자 상수도 수혜 예상자가 상류의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는 규제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는 상류 상수원 인근 주민들을 위해 부담금을 내는 것으로 부산 시민의 경우 톤당 160원 씩을 내고 있다.

김 소장이 주장하는 부산 '반값 전기료' 제안은 이 연구원이 지적한 주변지역지원법 개정 및 지원 방식의 '획기적' 개선으로 어느 정도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현재 고리 핵발전소를 비롯해 핵발전소 입지 지역 반경 5킬로미터 이내 주민에게는 주택계량기당 1만3600원의 전기 요금이 지원되고 있다. 김 소장이 주장하는 부산 '반값 전기료'는 이를 준거로 최소한 핵발전소 반경 30~50킬로미터 이내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전기 요금 지원 보조가 확대 적용돼야 한다는 '최소한'의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부산 '반값 전기료'는 단순히 송전요금에 근거한 요금 차별화가 아니라 핵발전소 입지 지역의 위험성과 불안에 대한 최소한의 심리적 보상 차원에서 제기된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핵발전소에서의 이격 거리만 아니라 광역 지방자치단체별 전기 자급률도 고려하여 차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핵발전소 안전 이용 부담금 제도는 핵발전소 입지에서 먼 지역의 전력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전기 요금을 인상해 핵발전소 입지 피해 예상 범위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전기 요금 보조금 지급은 물론 핵발전소 사고 예방 및 대책 비용, 나아가 탈핵발전소 에너지 전환 시스템 구축 비용까지 포함하는 부담금 제도이다. 핵발전소 안전 이용 부담금의 재원은 산업용 전기 요금의 합리적 인상 등 전력 요금 체계의 개선을 통해 장기적으로 에너지 전환으로 갈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정한경 연구원은 '전기 요금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2007년)에서 규제적 전기 요금 결정의 3원칙으로 '원가주의 원칙, 공정 보수의 원칙, 공평의 원칙'을 들면서 우리나라 전기 요금 체계의 문제점으로 산업체의 원가 이하 요금 적용으로 인한 과다 소비와 가정용의 원가 이상 요금 적용으로 인한 과소 소비를 들었다. 산업용에 대한 보조로 저에너지형 산업 구조로의 이행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용도 간 교차 보조의 해소 방안으로 '주택용과 일반용 요금을 산업용, 심야 전력에 대한 교차 보조 규모의 축소에 맞춰 인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홍준희 교수는 지난해 '제2회 부산비전정책토론회'에서 '기업용 전기 요금의 과감한 정상화를!'이라는 제안을 통해 '정부가 산업체 전기 요금을 매년 10% 씩 5년간 지속적 인상을 선언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전기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쓴다면 핵발전소 입지 지역 반값 전기료는 물론 장기적으로 핵발전소 입지 지역의 에너지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핵발전소 입지 주민들이 '3% 생산에 38%를 소비하는 서울특별시'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감내해야 할 물적 심적 피해를 고려한다면 기존의 잘못된 산업용 전기 요금 체계를 바로 잡고 에너지지역분권의 취지를 살린다면 '핵발전소 안전 이용 부담금' 제도의 취지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참고로 대규모 전기고로를 증설한 당진 현대제철의 2012년 전력 소비량이 부산시 전체 가구가 쓴 전기보다 56%나 더 많았다. 지난 10년간 현대제철(1조732억 원), POSCO(1조431억 원), 삼성전자(1조165억 원) 등 대기업이 산업용 전력을 원가 이하로 할인받은 금액만 무려 9조 원이 넘는다.

홍 교수는 이들 산업용 전기료를 2018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만 인상해도 매년 12조 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김영춘 소장이 제안하는 부산 반값 전기료는 2012년 부산시 주택용 전기 요금 총액 약 5749억 원의 절반 수준인 2859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핵발전소 안전 이용 부담금은 '반값 전기료'를 주장하는 부산 이외에도 핵발전소 반경 30만 킬로미터 내에 있는 월성(133만 명)·한울(8만 명)·한빛 핵발전소(15만 명) 인근 주민들에게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담금은 '전력 과소비'를 막기 위해 가구당 전력 사용량에 따른 전기 요금의 절반 인하가 아니라 당해 지역의 전년도 가구당 평균 전기 요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조금 형태로 지급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연구원은 부산 '반값 전기료'운동이 선거를 겨냥한 대중 영합주의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는데 나는 이것이 부산 지역에서는 매우 절박하고 중요한 이슈일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핵발전소이 위험하다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위험 지역 안에 들어가 있기에 이에 대한 대책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값 전기료'는 단순한 전기료 인하 운동이 아니라 '에너지 부정의'와 '희생의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요구하는 '에너지 지역 분권'의 목소리로 확산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핵발전소 문제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지역 정가에서 이러한 이슈가 제기된 적이 없었다. 나는 '반값 전기료' 를 넘어 '핵발전소 안전 이용 부담금 제도'를 제안하는 것은 이러한 핵발전소 입지 지역 주민에 대한 전기 요금 인하 확대는 당연한 것이고, 핵발전소 사고 예방을 위한 정보 시스템 및 방재 비품 마련 등 대책 비용은 물론 나아가 고리 지역을 탈핵발전소 대체 에너지 산업화를 촉진하는 지원금 조성의 필요성까지 넣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기존의 핵발전소 입지 지자체 지원법의 근본적인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현재 값싼 에너지로 홍보되고 있는 핵발전소 에너지의 실질적인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말이다.

'핵발전소 안전 이용 부담금' 제도는 단순한 핵발전소 입지 지역 주민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부산 지역과 같은 대도시 인구 밀집 지역의 탈핵발전소 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는 제안이다. 실제로 고리 지역의 경우 현재 고리 1~4호기, 신고리 1~2호기 등 모두 6기의 핵발전소이 운전 중이며, 신고리 3~4호기가 건설 중이고, 신고리 5~8호기가 계획 중이다. 문제는 고리 1호기의 발전용량이 58만 메가와트(MW)인데 비해 신고리 1호기부터는 100만 메가와트, 건설 중인 신고리 3호기부터는 140만 메가와트이다.

만일 이들 핵발전소 12기가 모두 들어선다면 발전 용량면에서 볼 때 고리 1호기 23개가 들어서는 것으로 고리 지역은 세계 최악의 핵단지가 돼버린다. 이러한 고리 핵발전소의 핵단지화는 핵발전소 안전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준과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 일본 정부가 피난 지시를 발령한 20킬로미터 이내 인구가 12만 명 수준이었다. 사고 후 일본은 핵발전소 반경 30킬로미터권 이내 지방자치단체에 긴급시방호조치준비구역(UPZ)을 지정, 피난 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한 피난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핵발전소 입지는 '저인구지대(Low Population Zone)'라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피난 계획 수립이 핵발전소 건설의 전제 조건이 되고 있다. 미국 뉴욕 인근 롱아일랜드 지역에 1984년에 60억 달러를 들여 건설한 쇼어햄(Shoreham) 핵발전소의 경우 지역 의회에서 '핵발전소 사고 시 주민 전원이 안전하게 피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남에 따라 1989년 핵발전소 회사가 1달러에 주정부에 매각한 한 뒤 폐로 절차에 들어간 사례도 있다.

끝으로 정부는 솔선수범해 절전 대책 및 에너지 전환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고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형식적 절전 홍보가 아니라 종합적인 에너지 수급 분석을 토대로 제2차 국가 에너지 종합 계획에서 나타난 과도한 핵발전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수정해,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를 내놓아야 한다. 핵발전소 화석연료 중심의 중앙 집중 에너지 정책에서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지역 분권형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청사진을 조속히 내놓고 국민들과 함께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온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고리핵발전소 1호기에 대해서 하루빨리 '폐로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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