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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김용판 거짓말…경찰 '부정한 목적'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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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권은희 "김용판 거짓말…경찰 '부정한 목적' 분명"

장막 뒤 '댓글녀', 민감한 진술 '증언 거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19일 경찰 지휘부의 '사건 은폐·축소 지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정원 직원 오피스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막았다며 김 전 청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건 발생 직후 초기 수사를 담당했던 일선 경찰로부터 경찰 지휘부의 조직적인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 셈이다.

권 전 과장은 이날 국회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지난해 12월12일 김용판 전 청장과 전화통화를 했다"며 "그 때는 수사팀에서 (국정원 직원) 오피스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려고 준비하던 때였다. 그 때 김용판 청장은 저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 전 청장이 "내사 사건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만약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이 기각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수사팀의 영장 신청을 막았다는 것이다. 권 전 과장에 따르면,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압수수색 신청 서류까지 준비해 서울지방검찰청을 방문한 상태였다.

이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김용판 전 청장이 지난 금요일 청문회에 나와 격려 전화를 한 것일 뿐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김 전 청장의 증언은 거짓말이냐"고 묻자, 권 전 과장은 "네, 거짓말이다"라고 단언했다.

▲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지난 대선 당시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사진 아랫줄 가운데)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김 전 청장은 지난 16일 1차 청문회에 출석해 "(권은희 당시 과장에게) 전화를 건 것은 맞지만 격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나아가 권 전 과장은 "수사를 진행하는 내내 저희 수사팀이 어려움과 고통을 느꼈다"며 "그러한 것들이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는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기인한 바가 많다"고 상부의 조직적인 수사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히기도 했다.

권은희 "키워드 축소는 수사 축소 의미"

구체적으로 권 전 과장은 국정원 직원의 컴퓨터에 대한 서울경찰청의 '검색 키워드 축소 지시'를 "수사 축소 지시"라고 못 박기도 했다.

그는 "12월15일 새벽까지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수사를 하고 늦은 귀가를 하는 도중에 서울경찰청에서 (검색) 키워드를 줄여달라는 요청이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키워드 축소는 곧 수사의 축소를 의미한다. 그 당시 (전화를 한 수서서 직원에게) 결재받을 수 없다는 핑계를 대서라도 축소하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의 이 같은 '외압'에 수서경찰서는 결국 다음날 검색 키워드를 기존 100여 개에서 4개로 줄여 보냈다.

권 전 과장은 "지금 판단해도 당초 100여 개로 제출했던 키워드로 디지털 분석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의 질의에 "키워드 검색은 수사 단서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키워드를 넣어 분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서울청에) 분석을 의뢰한 컴퓨터는 개인용 컴퓨터 2대"라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포털 업무용 서버 컴퓨터가 아니기 때문에 (키워드) 100개와 4개는 물리적인 시간 차이가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수사 발표를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키워드를 줄였다는 서울경찰청과 새누리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에 대해 당시 키워드 분석 작업을 진행했던 김보규 서울경찰청 디지털범죄수사팀 팀장이 "권 전 과장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수서서에서 보내준 키워드를 전부 검색할 경우 시간만 오래 걸리고,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검색을 해야 정확한 작성 글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고, 이에 권 전 과장은 "김 팀장의 발언에 대해 기술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재반박했다.

"수서서, 수사과정서 철저히 배제…상부 압력 있었다"

권 전 과장은 또 대선을 불과 3일 앞두고 대선 후보 3차 TV토론 직후 심야에 기습적으로 이뤄진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 정작 사건을 담당했던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전면 배제됐다고 증언했다.

권 전 과장은 "수사 발표를 전혀 모르고 있었느냐"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질의에 "몰랐다"며 "수사 결과가 발표된 것을 인지한 시간은 (경찰이 브리핑을 연) 16일 23시 서울청에서 보도자료를 팩스로 보내줬을 때"라고 답변했다.

그는 경찰의 이례적인 심야 수사 발표에 대해 "일반 국민이 알아야 하고 정확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으면 (심야에 수사 발표를) 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도 나왔듯, 대선 개입 자료는 빼고 제기한 것"이라고 '축소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심야 수사 발표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개로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정한 목적으로 (수사 발표를) 한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한다"고 못 박았다.

청문회에서 권 전 과장의 진술이 주목을 받자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권 전 과장에게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며 "'광주의 딸'이라는 말이 붙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감정적인 비난을 해,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지역감정 조장하는 발언을 삼가라"는 항의를 듣기도 했다.

박원동 "권영세, 통화 했으나 기억 안나"

당시 사건 수사를 맡았던 일선 경찰이 경찰 지휘부의 '외압'을 폭로하며 '양심 선언'을 한 반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관계자들은 가림막 뒤에서 굳건히 입을 닫았다.

이른바 '권영세 커넥션' 의혹을 받고 있는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 주중대사와 수 차례 통화를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기억 나지 않는다"고 '발뺌'으로 일관했다.

그는 경찰의 허위 수사 발표가 있었던 지난해 12월16일 김용판 전 청장과 통화한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우리 원(국정원) 문제로 고생을 하는 것 같아 인사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전화했다"며 '외압'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은 김 전 국장과 김 전 청장의 수 차례 통화한 정황을 들며 국정원이 일종의 '외압'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장막 뒤 국정원 직원 "'셀프 감금' 당시 댓글 삭제했냐" 질문에 "…"

이른바 '국정원 댓글 여직원'으로 불리는 김하영 씨도 일관되게 증언을 거부했다. 김 씨는 "오피스텔에 '감금'됐던 사흘 동안 인터넷 댓글이나 게시글을 삭제한 게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드리기 곤란하다"며 증언을 거부했고, "이미 경찰에서 인터넷 접속 기록 등을 삭제했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없으면 여기에 뭐하러 나왔느냐"고 김 씨를 질타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대선 개입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은 국정원의 댓글 활동이 '대북 사이버 심리전'이라며 대선 개입 혐의 일체를 부정했다. 이종명 전 3차장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대선 개입 지시나 의혹을 받을 만한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국정원이 이러한 활동(대북 심리전)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 사이버는 어떤 상태가 됐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정원의 대응 활동에 힘을 실어 달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미 국정원에서 퇴직한 이종명 전 차장을 제외한 국정원 직원 4명은 이날 신분 노출을 막는다는 명분 하에 증인석에 설치된 가림막 뒤에서 얼굴을 가린 채 청문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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