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의 '처치스테이' 추진 과정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자 역할을 해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17대 차기 회장 선거 과정에서 드러났다.
개신교 매체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한 두 명의 후보 중 한 명인 길자연 목사는 지난 14일 열린 선거 정책토론회에서 "템플스테이와 대치할 만한 처치스테이를 만들겠다"며 '처치스테이' 추진 계획을 밝혔다.
길 목사는 "대한민국에는 기도원만 1000개가 넘는다. 시설을 보완하고 기도원 원장들과 협력해 한기총 안에서 강사들을 파송해 교육하겠다"며 추진 계획을 밝힌 뒤,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5~6년 동안 3000억 원 정도의 문화기금을 조성해 한기총이 불교의 제반 사역을 월등히 뛰어넘는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그는 "얼마 전에도 문화부 종무실장과 협의했고, 이러한 투자를 정부가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며 "사실 이번에 대정부 국회 예산안에 (처치스테이 예산을) 삽입하려고 노력하다가 시간이 부족했다"고 정부와 협의 중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길 목사는 장관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저는 가만히 있어도 청와대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온다. 국회에서도 온다"며 "제가 당선된다면 종합적인 대책을 세울 기관을 만들어 전문가, 학자, 대정부 변호사, 필요한 자금을 댈 수 있는 기독교 재벌들을 다 뽑아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고 넘어가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길자연 목사는 '언론의 태도가 지나치게 개신교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대해서도 회장 선거 다음날인 22일 연탄 배달 봉사활동과 함께 "100톤급 배를 세내 연평도로 떠나 10m짜리 십자가를 연평도 산상에 세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고, 기독교 국가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이 같은) 적극적인 방침으로 사회에 이바지하면 어떤 종교보다 우위에 서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 지난 2003년 한기총 대표회장 시절 당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만나고 있던 모습. 왼쪽에서 세 번째가 길자연 목사. ⓒ연합뉴스 |
불교계 '발끈'…"'종정유착' 비난하던 개신교 이중적 모습 확인됐다"
평소 불교의 '템플스테이'를 '특정 종교 지원'이라며 비난해온 개신교계에서 '처치스테이'를 추진해온 사실이 드러나자 불교계는 발끈하고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은 16일 길 목사의 발언을 상세히 소개한 뒤, "이로써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과 관련, '특정 종교 수련회 예산 지원' '종정유착'이라고 비난하던 기독교계의 이중적인 모습이 확인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길 목사가 '처치스테이'의 정부 지원 논의를 위해 만났다는 조창희 문화부 종무실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조 실장은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에 길자연 목사를 만난 적이 없다"며 "한 달 전 한국기독교근대문화유산 도록 발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교회를 시민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있지만, 길자연 목사를 만나 처치스테이 관련 계획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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