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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게임' 몰입하다 돌연사! 그 비밀은?

[메디컬 피트니스] 움직이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

비행기를 타 보신 분들은 우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고속버스의 좌석보다 불편하다는 생각을 가져보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보잉747과 같은 일부 비행기의 경우 가로로 9명이 앉도록 객실이 설계된 경우도 있지만, 과거에는 10명이 한 줄로 앉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만원인 경우에는 자리가 좁아서 참지 못해 일어나더라도 쉴 곳이 없고, 화장실 주변을 서성이노라면 주변 사람의 눈치가 보여서 꼼짝 않고 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불편함이 적겠지만 일반석을 이용하는 승객은 불편함을 꾹 참고 자리에 앉아 버텨야 했습니다. 객실에 준비된 비디오 화면을 통해 자리에 앉아서 운동하는 요령이 가끔씩 방영되기는 하지만 좁은 자리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2000년에 영국의 한 항공기를 이용한 여성 승객이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비록 드물기는 하지만 일반석에서 제자리를 지키며 점잖게(?) 여행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니 비행기를 탈 때마다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반석 증후군이란?

▲ '일반석 증후군'은 운동 부족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프레시안
일반석 증후군(economy class syndrome)이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비행기 여행 중에 몸에 이상을 느끼는 사람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일반석을 탈 기회가 전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미국의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도 1972년에 비행을 한 후 이와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사람의 몸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특히 중요한 것은 호흡과 혈액 순환입니다. 우리 몸은 산소 없이 몇 분도 버티지 못하며,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호흡을 통해 들어온 산소가 폐에서 피 속의 적혈구에 들어 있는 헤모글로빈에 결합하여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적재적소에서 해리되어 조직과 세포로 들어가야 합니다.

좁은 일반석에서 움직이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경우에 다리 정맥에 혈전(혈액 속에 포함된 물질의 일부가 굳어서 덩어리를 이룬 상태)이 생겨나서 이것이 피가 흘러가는 것을 막게 됩니다. 이러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못하여 산소 공급이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바로 일반석 증후군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는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DVT)입니다.

피는 쉬지 않고 순환해야 합니다. 잠자다 사망하는 경우도 혈관 어딘가가 막히는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며, 자세를 바꾸지 않고 오래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속의 작은 혈관이 막혀서 특정 부위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산소 공급의 중단은 곧 산소가 부족한 세포와 조직이 기능을 못하게 하므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일반석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 후로 세계보건기구, 국제민간항공기구, 국제항공운송협회 등은 그 원인과 해결책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여 오늘날에는 많은 내용이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석 증후군의 위험 인자와 해결책

일반석 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심부정맥혈전증은 오랜 시간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는 중환자, 큰 외상이 있거나 수술 후 체내에 암세포가 자라서 혈관을 막는 경우, 혈관 이상을 초래하는 버거씨병 등 여러 경우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을 쉽게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인자는 비만, 임신, 만성 심장 질환, 호르몬 사용, 종양, 피떡이 생긴 경험이 있을 때, 하지정맥류, 수술 또는 큰 상처가 있을 때, 흡연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다리에 생긴 혈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폐동맥과 같이 아주 중요한 부위에도 혈전이 혈액의 흐름을 막음으로써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비행기 여행 중에 일반석에 장시간 앉을 경우, 일반석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시간 일어나서 기내를 걸어 다니고, 느슨한 옷을 입어서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해야 합니다. 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 수시로 다리를 뻗어서 눌린 혈관을 풀어 주고, 이미 심부정맥혈전증의 위험 인자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하여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반석에 오래 앉아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종아리의 통증입니다. 이는 혈액 순환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며, 때로는 정맥이 딱딱해져 있음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발을 무릎 쪽으로 당기면 통증이 심해지고, 통증 이외에도 부종, 따뜻한 느낌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치료의 핵심은 피 속에 떠다니는 혈전을 없애는 것입니다. 따라서 혈전의 원인을 찾아내어 해결해야 하고, 헤파린이나 쿠마딘과 같은 항응고제를 투여함으로써 혈전의 생성을 막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액이 잘 순환하게 하는 것이므로 느슨한 옷을 입고, 혈액 순환에 편리한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혈전용해제를 투여해도 혈전이 녹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제거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장기간 앉아 있는 직업 종사자도 위험하다!

비행기 일반석에 앉아 있으면 움직이기 곤란하므로 그냥 앉아 있다가 위험에 빠질 수 있지만 비교적 움직임이 자유로운 상태라 하더라도 꼼짝 않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며칠씩 꼼짝 않고 컴퓨터 게임을 하던 사람이 사망하는 뉴스가 우리나라에서도 전해진 바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장시간 사무실에 앉아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위험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금년 1월호 온라인판 <영국스포츠의학회지(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는 장기간 앉아 있는 것이 아주 해롭다는 논문이 게재되었습니다("Are we facing a new paradigm of inactivity physiology?"). 이 논문에서는 수일 또는 수주 간격으로 시행하는 정기적인 운동의 부족보다 매일의 운동량 부족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기관으로 유명한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과 스웨덴 운동과 건강과학 대학(Swedish School of Sport and Health Sciences)의 공동 연구팀에 의해 발표되었습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근육의 비활동성"이 건강에 가장 문제가 됩니다. 비만, 당뇨, 심장병, 암과 같은 여러 위험 인자들이 모두 근육의 비활동성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수행된 연구에 의하면 여성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한 시간 증가할 때마다 당뇨나 심혈관질환으로 발전하는 대사증후군 발생 확률이 26퍼센트씩 증가한다는 발표도 있습니다. 본 연구를 수행한 스웨덴 연구팀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비활동 생리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앉아 있거나 근육이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건강의 가장 큰 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대부분인 경우에는 신체 어딘가에서 고장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서 생기는 이상과 앉아서 주로 생활할 때 생기는 이상은 서로 다른 것이며, 너무 오래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의 분자적, 생리학적 반응은 추가적인 운동을 더 한다 하더라도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저자들은 임상 적용과 가이드라인이 운동을 처방하고 증진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매일 꾸준한 정도의 운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내리고, 앉아서 일을 하는 경우에는 수시로 5분씩 쉬면서 자세를 바꾸어야 하며,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를 타는 대신 걸어가라고 충고합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인 듯하지만 매일 일정한 정도의 운동을 하지 않으면 수일 간격의 정기적인 운동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을 상쇄하지 못하고, 다른 건강의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운동의 생활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생활 형태가 점점 더 사람들을 운동 부족으로 유도하고 있으므로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 주는 연구 결과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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