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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외침 "2012년 세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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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외침 "2012년 세상을 바꾸자!"

[프레시안 books] 백낙청의 <2013년 체제 만들기>

촛불 아가씨

"2008년 5월 광화문을 메웠던 촛불 소녀를 지금 만나면 뭐라고 불러야 될까?"
"촛불 알바생!"


당신들의 당차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연상하며 '아가씨', 청춘', '청년' 등의 단어를 고르던 나는, 당신들 또래의 이 대답을 듣고 헉, 말이 막혔습니다. 그럴지라도 당신들의 명예스런 접두어 '촛불'을 붙여 '촛불 아가씨', '촛불 청년', '촛불 청춘'으로 부르겠습니다.

촛불 아가씨, 요즘 당신들의 을씨년스런 상황을 위로하는 책들이 유행인 듯합니다.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이야 아름답지만 병 주고 약 주는 느낌도 있습니다. 누가 그런 상황을 만든 걸까요? '을씨년스럽다'가 1905년 을사늑약의 초상집 분위기에서 나온 말로 본다는 걸 아십니까?

1908년 이해조가 쓴 신소설 '빈상설'에 '을사년시러워'가 쓰이고 있답니다. 을사늑약과 을사년시러운 절망의 분위기에 대한 책임이 1900년대 초의 청년들에게 있다고 보십니까? 왜 청춘이 위로 받아야 하나요? 청춘은 부럽고 무서운 거 아닌가요? 프랑스에선 낼 모레 100살이신 구국 투사가 인권 침해와 빈부 격차, 민주주의의 후퇴 등에 '분노하라'고 분연히 외치셨지요.

젊은 오빠

왜 촛불 아가씨를 떠올렸을까요? 프랑스의 노투사처럼 당신들께 새 세상을 개척하는 지혜와 용기를 심어 줄 젊은 오빠를 소개하기 위해섭니다. 그 노투사'만큼' 대의를 위해 평생을 살아오셨고 그 노투사'처럼' 여전히 젊고 열정이 넘치는 분이시지요. 그 분이 당신들께 '자, 움직이자', '함께 만들어 보자', '지금이다' 하는 말을 전하기 위해 간절한 염원을 담아 얼마 전 책을 내셨습니다.

그 젊은 오빠는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인이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신 백낙청 선생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민주화 운동, 시민 운동, 분단 문제, 문학 등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선생님을 모를 리 없지요. 따라서 그 문중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내가 나설 이유도 없고 선생님께서 그렇게 절박한 심정으로 서둘러 책을 내실 필요도 없습니다. 오로지 촛불 아가씨, 촛불 청년들과 함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앞으로 이 색깔은 선생님의 말이나 글을 표시합니다.)

왜 난데없이 우리에게?

4년 전 당신들이 촛불을 든 게 광우병 쇠고기 수입 때문으로 흔히 알고 있지만 그 이전에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로 시작했다는 걸 젊은 오빠는 정확히 기억하고 계십니다. 그러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도 안 듣는 불통 정권, 정상적인 언어 생활마저 위협받게 만드는 거짓말에 대하여 상식과 교양 및 인간 염치의 회복 차원에서 아주 기본적인 발언을 했는데 정부와 거대 언론 등 지배 세력의 오만한 대응이 일을 점점 더 커지게 만든 것으로 보시지요.

그렇게 당하고도 언론은 당신들에게 여전히 모욕적인 이름을 붙입니다. 부동층(浮動層)이라고. 당신들이 무슨 개구리밥인가요? 생각도 줏대도 없이 분위기에 따라 흘러 다닌다고 스스로 생각하십니까? 요즘은 말이 또 바뀌었습니다. 무당파라고. 점입가경. 작두 탈 일 있나, 웬 무당파? (^^) 편 가르기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어느 편에 속하지 않는 사람도 한편으로 묶어야 직성이 풀리는 거지요.

'너나 잘 하세요' 하고 지켜보며 상식과 교양 및 인간의 염치를 가지고 판단하는 당신 같은 사람들을 <뉴욕타임스> 표현으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지적인 공중"이라 하더군요. 젊은 오빠도 그런 존중심을 가지고 당신들을 세상을 바꿀 주인공으로 믿으십니다.

2013년 체제 만들기

▲ <2013년 체제 만들기>(백낙청 지음, 창비 펴냄). ⓒ창비
'줄탁동시'. 어려운 말 써서 미안합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고 안에서 껍질을 깨는 게 '줄'이고 그 순간 어미닭이 밖에서 껍질을 쪼아 주는 게 '탁'이라 합니다. 참 절묘하지 않나요? 줄탁이 동시(同時)에 이뤄지는 게. 자연의 섭리는 그리 오묘합니다.

나는 거의 반세기에 걸친 선생님의 분단 체제론이 드디어 줄탁의 순간을 알려주는 두드림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봅니다. 늘 현장에서 앞장서 연장을 들고 궁리 하시면서 직접 시대적 엔진의 도면을 그리셨습니다.

<2013년 체제 만들기>(창비 펴냄)은 '만들기' 책입니다. 대부분의 만들기 책처럼 '제 손으로 만들기(DIY : Do It Yourself)' 책이지요. '열대어 기르는 어항 만들기' 등과 같이 '만드는 방법'을 '순서대로' 알려 줍니다. 그런데 '온가족이 태양열 조리기 만들기'처럼 제 손으로 만들되 여럿이 함께 만들어야 제대로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니, 혼자서는 안 되고 '여럿이 힘을 합해야만 만들 수 있다'고 조건이 붙어 있는 책입니다.

게다가 초기 제작 단계에는 단계별 시한이 있습니다. 이런 만들기는 매우 위험하지요. 작가(만들기 책이니 '저자'보다는 '작가'가 어울리겠지요)를 믿고서 만들기에 참여했는데 사람이 부족해서 또는 시한을 못 맞춰서 만들기에 실패하면 책값도 아깝지만 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은 어디서 받겠습니까?

Since 2013

만들 물건 '2013년 체제'는 앞으로 바뀔 수도 있는 (그런 가변성을 염두에 둔) 이름이라 합니다. 중요한 것은 2013년 이후의 세상을 '별개의 체제'라 일컬을 정도로 한번 크게 바꿔보자는 '의지'와 만들어질 '실체'이지요. 쓰던 물건으론 '87년 체제', '97년 체제' 등이 있나 본데 '~년 체제'는 학자나 논객의 언어지 대중의 언어는 아니라니 우린 '2013년부터 만들 것, Since 2013'에만 집중합시다.

물론 작가의 발명 욕심은 끝이 없어서 더 좋은 것, 대의 민주제라는 것도 결국 과두 정치의 한 형태 아닌가, 개량된 과두 정치에 만족하지 않기 위해, 민중의 자치라는 민주주의의 궁극적인 목표, 민중이 스스로 다스리는 세상에 대한 공부도 하시나 봅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세상에 대한 꿈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란 노래를 부르는 촛불 군중의 마음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보셨답니다. 그러나 민중 자치와 대의제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원론적인 문제에 대해 우선은 하나의 중간 단계로서 2013년 체제 만들기를 하면서 그 너머엔 또 뭐가 있고 그걸 향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까를 동시에 생각하자고 실용적으로 정리 하십니다.

원숭이 똥구멍에서 백두산까지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로 시작해서 "높으면 백두산!'까지 가는 동요 알지요? 말 재미로 이어 가는 것 같지만 거기에는 백두산까지 이어 가려는 숨은 생각, 뜻이 있는 겁니다. 수구 세력이라면 '빨가면 빨갱이'로 단칼에 끝냈을지 모릅니다.

이 만들기 책이 단순한 매뉴얼 북이 아닌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작가는 요령이나 연장 얘기를 하는 중에도 꼭 마음밭(心田), 원(願), 큰 서원(誓願), 이소성대(以小成大), 너무 작은 원(願), 희망함이 적다, 큰 원(願), 공심(公心), 더 큰 꿈 등의 이야기를 하십니다. 사회 평론 이전에 이 세상, 우주 만물의 조화와 인연을 우리보다 더 많이 이해하시고, 사람의 마음, 생각의 힘을 깊이 믿으시는 현인의 모습이 내겐 보입니다. 그걸 나는 상스럽게 원숭이 똥구멍, 어쩌고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들기 매뉴얼

작가가 만들기 책을 서둘러 만든 것이 대목을 보려 함이 아니라 만드는 방법을 신속히 전파하기 위함임이 명약관화하므로 나도 영업을 방해한다는 죄책감 없이 매뉴얼을 요약하여 전합니다.

1. 19대 총선에서 이긴다. 누가? 꼭 말해야 알겠나요?

㉮ DJ, 노무현 정권을 철저히 복기해라. '명돌이'는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덕택에 당선된 '탄돌이' 봤지 않나, 이명박 밉다고 아무나 당선시켜선 안 된다. 예를 들자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한다고) <프레시안> 정부 광고를 막은 노무현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포장만 바꾸고 나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구악 인물들.
㉯ 연합하라. 1대1 구도를 어떻게든 이루어 내라.

2. 대선에서 이긴다!

㉮ 당연, 1단계 작업을 완수 못하면 진도 나갈 수 없다.
누군가 대권 '인물'이 나와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각자가 지극한 정성과 공부로 세상을 바꾸는 사업에 나서자.

3.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다. 분단 체제 극복에 나선다!

'분단 체제 극복 시작'이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다.

'분단 체제'란 남과 북이 갈라진 단순한 모습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남과 북이 갈라졌기 때문에 ①한반도에 특별히 심화되어 나타난 세계 공통의 문제와 ②한반도만의 특별한 문제, 둘이 섞여 있는 체제다. 적대적 공생 관계를 누리던 독재 정권·그에 붙은 수구 세력·재벌·언론의 반민주적 뿌리, 양극화, 성차별, 환경 문제 등 모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분단 체제 극복이 최우선이다.

4. 분단 체제 극복의 구체적 작업 : 포용 정책 2.0

㉮ 위 2의 ㉯의 (각자)시민이 '남북 당국과 함께 제 3당사자가 되는 시민 참여형 통일'의 초식을 전개한다. 시민은 시민단체 활동가와 민간 기업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시민 사회를 말한다.
㉯ 휴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바꾼다.
㉰ 낮은 단계의 연합 기구를 설치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1972년 7·4 공동 성명(박정희), 1988년 7·7 선언, 1989년 9월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 1991년 말 남북 기본 합의서(이상 노태우), 2000년 6·15 공동 선언(김대중), 2007년 10·4 공동 선언(노무현)을 거치면서 이미 모두 합의한 내용에 해당한다. 이명박 정부가 역주행을 했을 뿐이다.)

㉱ 위 ㉰의 단계를 거치면 북의 비핵화가 가능해 질 수 있고 남과 북 어느 정권도 역진할 수 없는 장치가 정착된다.

5. 위 4 작업의 진도에 맞춰 민주, 평화, 복지, 공정, 공평, 여성, 환경, 교육 등의 문제를 잘 요리한다.

6. 새 세상을 즐기며 그 너머의 더 좋은 세상을 향해 온 몸으로 밀고 가자. (작가가 제시한 매뉴얼과 다른 곳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대조해 보실 것!)

새 세상을 향하여 지금 바로

지금 이 시절을 신영복 선생은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새 세상을 만드는 주역(周易) 산지박(山地剝) 괘. 절망과 역경(逆境)의 상황, 삭풍 속에 나뭇잎 모두 떨어지고 가지 끝에 씨과실 하나 남은 상황입니다. 석과불식(碩果不食), 이 씨과실(碩果)을 먹지 않고 땅에 심어서 마침내 숲까지 이루어 내려면 장구한 세월, 수많은 일들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 먼 여정은 먼저 엽락(葉落)에서 시작합니다. 잎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거품을 걷어내고 환상을 청산해야 합니다.' 이걸 우리는 이명박 정부 덕택에 있는 대로 겪었습니다. 고맙지요. '다음으로 체로(體露)입니다. 잎을 떨어뜨리면 뼈대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바로 이 뼈대를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을 그 근본에서 지탱하는 뼈대를 직시해야 합니다.'

백낙청 선생님께서 하신 작업이 이걸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분본(糞本)입니다. 뿌리를 거름하는 일입니다.' 이걸 지금 바로 여러분과 함께 하자고 작가는 절박하게 선거 몇 일 앞두고 줄탁의 두드림을 하고 계십니다.

그 분의 높은 뜻과 열정에 감동하여 글이라곤 써본 적도 없는 소생이 맞춤법을 걱정하며 독수리 타법으로 이 글을 두드렸습니다. 따라서 이건 서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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