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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청춘' 고백 "마리화나도 없고, 그래서 잡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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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40대 '청춘' 고백 "마리화나도 없고, 그래서 잡은 건…"

[어쿠스틱 인문학]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와의 만남

"만약 주변에 마리화나라도 있었으면 그걸 피우면서 시간을 보냈을 텐데, 손닿는 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낡은 286 컴퓨터뿐이었다."

그래서 소설을 썼고, 그러다 등단했다. "취직할 생각은 애당초 없었고 그렇다고 딱히 소설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많아서" 컴퓨터 화면에 하염없이 뭔가를 입력하다가, "어쨌든 소설가가 됐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문학동네 펴냄), <밤은 노래한다>(문학동네 펴냄)의 작가 김연수의 등단 일화다. 그의 작가 데뷔는 우연한 행운도 아니요, 인생 역전도 아니었다. 극적인 사건도 없었다. 김연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절"을 그저 "쓰면서 견뎌냈다"고 말한다.

시간이 주체할 수 없도록 많았던 시절, 그도 여느 장삼이사와 다를 바 없이 그 시간이 '청춘'인 줄 몰랐다며 이런 문장을 쓴 적이 있다. "꽃 시절이 모두 지나고 나면 봄빛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이상은도 노래하지 않았나.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청춘은 회고를 통해서만 존재하는 신기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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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의 문장들>(김연수 지음, 마음산책 펴냄). ⓒ마음산책
지금 꽃 시절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후배 청춘들을 위해, 그가 오랜만에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열린 '어쿠스틱 인문학' 세 번째 시간에 초대된 것. 갤러리에 마련된 80석은 김연수의 팬들로 가득 찼다.

<프레시안>과 상상마당이 함께 연 이번 어쿠스틱 인문학의 주인공은 그의 소설이 아닌 에세이집, <청춘의 문장들>(마음산책 펴냄)이었다. 작가 자신이 "가장 나이를 먹은 때"였다고 말하는 서른 즈음, "20대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쓴" 여러 편의 글을 묶은 책이다.

이 책은 '18쇄'나 찍은 베스트셀러다. 그러나 잡지에 글을 연재할 당시부터 책으로 나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뜻밖의 사건이었다는 게 김연수의 설명이다. 그는 "내가 생각하기에 '책'이란, 저자 스스로도 모르는 세계에 대해 끈질기게 조사해서 하나의 완성된 무엇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 책은 노력 없이 쓰인 거라 부끄럽다"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김연수의 젊은 시절을 사로잡은 문장을 모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책은 높은 온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지만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우는" 바로 그 청춘이, "고등학교 시절 매순간 의미 있게 살지 않는다면 그 즉시 자살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자살 동의서'를 책가방 속에 넣고 다녔"다는 작가의 펜 끝에서 뜨겁게 퍼져나간다.

이날 행사는 도서평론가 이권우의 사회로 진행됐다. 두 사람에겐 <출판저널>에서 편집장(이권우)과 기자(김연수)로 함께 일했던 인연이 있다. 약 1시간가량 두 사람의 대화 뒤에는 김연수와도 친분이 있는 모던 록 밴드 '짙은'의 멤버, 성용욱의 공연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연수는 만화방 소설을 탐독하다가 이상의 시에 충격을 받기에 이르는 고교 시절의 추억부터 고향이 같은 동료 문인 문태준, 김중혁에 대한 애정 어린 핀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냈다.

▲ 도서평론가 이권우, 소설가 김연수 ⓒ프레시안(최형락)

누군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김연수가 그토록 쑥스러워하던 <청춘의 문장들>이 책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출판사(마음산책) 대표인 정은숙의 강력한 권유 때문이었다. 정은숙의 이야기는 이 책에도 등장한다. 작가에게 "생에 딱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는 일"인 시인이 됐다는 소식을 전해준 것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김연수가 방위 군복무를 마치고 3학년으로 복학해 정릉의 한 달동네에 자취하던 시절의 얘기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어느 날, 김연수가 살던 자취방 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김연수가 군 입대 전 시를 투고하러 갔던 잡지사에 편집장으로 있던 사내, 그저 안면만 텄을 뿐인 사내인 시인 장석남이었다.

그에게 소주를 대접하고 잠든 다음 날 아침, 전화벨이 울린다. 웬 여자다. 대신 받은 장석남이 "왜 김연수 씨를 찾느냐"며 장난을 치다가 서로 통성명을 한다. '웬 여자'와 '웬 시인'은 알고 있던 사이였다. 그녀가 바로 정은숙. 전하려던 말은 "김연수 씨가 등단하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생애 단 한 번뿐인 그 날을 작가는 이렇게 회상했다.

▲ 김연수 ⓒ프레시안(최형락)
"장석남 형이 봤을 땐 그날이 정말 특별한 날이었다. 자기도 시인이 되어봤으니까, 어떤 느낌인지 아는 거다.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망원동 근처 자기 집 근처로 데려가더라. 그때가 1993년이었는데, 당시 시인들이 '진입 금지' 표지판 앞이나 골목 전봇대 옆 같은 데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나도 그런 사진을 흉내 내면서 (카메라를) 쏘아봤다. (웃음)"


작가는 복학 후 입사 시험 준비를 해볼까 생각하던 중, 잔뜩 쌓아둔 시가 아까워 '마지막으로'라는 심정으로 보냈다가 덜컥 등단이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뼛속 깊이 이과"였다던 그가 시는 왜 쓰게 되었을까? <청춘의 문장들>에는 사춘기 내내 이과 지망생이었던 그로 하여금 시를 쓸 수 있게 한, 단 한 마디 칭찬을 해 준 선배 시인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백일장은커녕 작문 시간에도 글을 잘 쓴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던 고등학교 3학년의 김연수는, 책이 탐난다는 이유로 한 출판사의 독자 모니터 요원에 응모했다. 독후감을 보내면 10만 원에 상당하는 그 출판사의 책을 보내주기로 되어있어서다. 얼마 후 독자 모니터 요원에 뽑혔다는 답장이 왔는데, 봉투에 그가 너무나 좋아하던 시인의 몇 마디가 적혀 있었다고.

고3이 되어서야 '글 잘 쓴다'는 칭찬을 들은 그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망하던 모 대학 천문학과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재수를 준비하던 차에 서울에서 그 시인을 만난 김연수는 "글을 잘 쓰니 번역을 해 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듣게 된다. 그는 그때서야 '천'문학과가 아닌 다른 과에도 눈을 돌려 보게 되었고, 결국 '영'문학과에 진학한다. 작가로서의 맹아는 그렇게 싹텄다.

김연수는 이날 자리에서도 '가능성'을 얘기해 준 유일한 사람인 그 시인에 대해 고마움과 놀라움을 전했다. 그는 "시인의 말을 듣고 내게도 가능성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며 "그런 말이 없었으면 글 쓸 생각 자체를 하지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 속삭임에 '낚이다'

그런데 그 전에, '이과 지망생' 김연수는 왜 그리 많은 문학책을 탐독했던 것일까? 왜 문학에 끌리게 되었을까? 이권우가 물었다.

"어릴 때부터 너무 재밌으니까 대중소설을 엄청나게 읽었다. 탐정 소설과 추리 소설, 이원수 유의 기업 소설들을 만화방에서 빌려다 잔뜩 읽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문지'나 '창비'에서 나온 시집을 읽게 됐다. 그건 마치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만 먹던 놈이 파스타를 먹은 느낌이었다.

'가나다라마바사' 재료가 되는 말은 똑같은데 이렇게 다른 느낌을 만들어낸다는 게 놀라웠다. 물론 그 시들이 완전히 이해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뭔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데 그게 뭔지는 절대 말 해주지 않으니까. 너무 답답해서 계속 찾아서 읽어봤다. 그러다 이상의 <오감도>를 봤다. 그 시는 "나는 알고 있는데, 너는 모를 것이다" 이런 느낌이었다. 내가 거기에 낚인 것 같다."


ⓒ프레시안(최형락)

그는 애초에 글을 쓰겠다는 생각 역시 소설이 아니라 '시'에 대한 결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결국 소설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연수는 "당시 나는 '예비 시인' '예비 소설가'가 아니라 그저 알 수 없는 어떤 인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소설 창작은 '막연한 가능성 덩어리'라는 당시의 상태와 시간이 많았다는 개인사적 행운이 겹쳐 일어난 결과다.

현재 마흔 살의 그는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소설가로서 글을 쓰고 있다. "문학 장르마다 다른 '몸'을 요구하는 게 있는데, 시는 내가 아닌 다른 상태가 되기를 요구하기에 거기 맞춰 사는 게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다음 날 몸져눕더라도 술 마실 때 '내일 아침엔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면 안 되는 게, '척'을 해야 하는 게 시인이란 종자다"라고 우스개를 하며 "20대 초반까진 참을 만했는데 나이가 드니 소설가들의 '평화로운 세계'에 자연스레 적응됐다"고 덧붙였다.

김연수가 생각하기에 소설은 "아주 경제적인, 노력을 투입한 만큼 나오는 정직하고 순진한 장르"다. 이에 반해 시는 "고시 공부하듯 집중해서 노력한다고 해도 무위에 그치거나 인간적으로 퇴화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분야라고. 장인의 수작업과도 닮은 지루한 소설의 과정이, 김연수 자신에게는 더 맞았다는 얘기다.

이권우가 "고3 김연수를 격려해 주었던 시인처럼, 소설을 쓸 때 위로해 준 사람은 없었나"라고 묻자 그는 "말년 휴가 나온 방위 선배"라고 대답했다. 할 일이 없어 작가의 방에서 뒹굴며 놀던 그 선배가, 프린트된 글을 주워 읽고 "소설 같다"는 감상을 말해주었다고 한다. 그 글을 불리고 다듬은 것이 김연수의 소설 등단작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라고.

김연수가 "이 일화를 스포츠 신문 인터뷰에서 말했더니 '방위가 나를 소설가로 키워'라는 제목이 달렸다"고 말하자, 청중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프레시안(최형락)

'아무 것도 아닌 상태'를 견디는 법

습작을 보고 "소설 같다"고 해 준 방위 선배든, 그의 진로를 바꾸게 한 시인이든 그의 청춘엔 어느 순간마다 결정적 한 마디를 해 준 사람들이 있었다. <청춘의 문장들>에 실린 옛 사람들의 시와 하이쿠도 마찬가지다. 이권우는 "김연수는 그런 것들로부터 위안이나 희망을 얻었는데, 지금 20대 젊은 독자들은 어떻게 희망을 얻을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김연수 "20대 때 나는 시인도 소설가도 직장인도 아닌, 그저 그 중 무엇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이렇게 말했다.

"서른 넘어가면서 이런 것(<청춘의 문장들>)도 쓰고 회상도 하다 보니 그제야 아주 기나긴 일들이 시작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무엇이 '되는' 과정이 시작되더라. 취직했을 때도 시간이 좀 지나니 내가 직장인이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고, 등단했을 때도 당장은 소설가란 자각이 없었지만 8년 정도 후에야 처음으로 '소설을 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누구나 '가능성'인 채로 계속 가고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20대 때 내가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는 거였다. 가령 선배들한테 시를 들고 가서 '내가 시인이 될 수 있을까요' 물어보면, 성격 좋은 사람들은 될 거라고, 성격 나쁜 사람들은 안 될 거라고 그랬다. (웃음) 우리 모두는 이 두 가지 말을 동시에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청춘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빨리 듣고 싶어서 재촉하는 시기인 것 같다. 결판이 빨리 나면 좋을 텐데, 빨리 날 것 같지 않으니 불안한 상태. 마치 연애를 하기 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이 다 넘어오지는 않은 상태인 거다. 그 불안을 견디지 못하면 연애를 못 한다고 하잖나. 이와 비슷하게, 불안한 상태를 어떻게 견디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너무 빨리 결정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20대란 원래 그렇게 결정이 안 되어 있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너무 괴롭다면, 그 상태는 그대로 두고 일단은 다른 걸로 즐거움을 찾는 게 청춘을 보내는 현명한 방법일 지도 모른다."


김연수는 "어떻게 해야 단편을 잘 쓸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는 문예창작과 학생에게 "보상 없고 고생스러운 습작 쓰기는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해야만 하는 작업"이라며 "지금 쓰는 게 너무 힘들면 빨리 다른 걸 써 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잘 읽는 책은 작가가 신이 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확' 쓴 책일 가능성이 크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행사를 마치며 이권우는 "지금 자신이 이룬 것들을, 20대 때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조언을 보탰다. 그는 "오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우리 작가 지망생들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더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직장에서도 김연수는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었다. 기사 마감 후에 새벽까지 소설을 쓰는 걸 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요즘처럼 한국 문학에 대한 염려가 많은 때에 김연수처럼 자기 세계를 펼치는 문학가들이 우리 문학을 풍요롭게 해 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작가를 격려했다.

ⓒ프레시안(최형락)

MB정권에 '포항' 있다면 문학계엔 '이곳' 있다?

이날 자리엔 김연수의 고향인 경상북도 김천이 여러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자신을 '김천 촌놈'이라 이르는 이 소설가는 <청춘의 문장들>에서도 이날 행사에서도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정을 여러 번 드러냈다.

그가 명절을 포함해 1년에 네 번 정도 고향을 찾을 때마다 반드시 가는 곳은 김천도서관과 모교인 김천고등학교 도서관이라고. 후자의 경우 운영은 하고 있지 않지만 오래전부터 방치되어 있는 공간의 묘한 느낌이 좋다고 한다. 그의 팬이라면 가벼이 둘러봐도 좋겠다. 우연히 작가를 만나는 행운이 찾아올지 모른다.

한편 김천엔 김연수보다 더 잘 나가는(!) 문인이 있으니 바로 <가재미>의 문태준과 <좀비들>의 김중혁이다. 세 사람은 '김천 문인 3인방'으로 자주 묶인다. 문태준은 (김연수의 주장에 따르면) 김연수가 '키운' 시인이며, 김중혁은 김연수와 <대책 없이 해피엔딩>(씨네21북스 펴냄)이란 영화 에세이를 함께 써내기도 했다. 김연수 말마따나 "문학계에서는 김천이 대세"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마다 작가의 '개그 본능'이 발휘됐다. 김연수는 "내가 시인으로 등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태준이 큰 충격을 받고 뒷조사에 착수, 내게 '사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문태준이 자신에게 시를 보여주고자 무더운 여름날 정릉 달동네의 언덕을 기를 쓰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가져온 것 가운데 객관적으로 뛰어난 시가 있어서 "곧 등단하겠다"고 말해줬더니, 한 달 뒤 그 시로 등단했다는 우연의 일치가 '문태준 양성설'의 전모다. 김연수는 "한 달 만 참았어도 김연수가 키웠다는 소리 안 들었을 텐데"라며 웃었다.

"문태준을 경계해 소설가로 업종 전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연수는 "문태준의 시는 토속적이고 내 시는 모던해서 비교할 수가 없다. 농사꾼 아들(문태준)과 빵집 아들(김연수)의 엄청난 차이다"라며 재치 있게 받아쳤다.

한편, '동종업계' 종사자인 김중혁에 대해서는 "글을 쓰기 한참 전,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절친한 친구"라며 "우정에 금이 갈까봐 그의 소설을 읽지 않는다"고 말해 또 한 번 청중을 웃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최근에 김중혁의 새 책 <미스터 모노레일>(문학동네 펴냄)이 나왔다. 본인이 자꾸 읽지 말라고 하는데, 그래서 더 읽고 싶다"며 친구를 위한 '간접 광고'를 하기도 했다.

김연수는 "김천에는 문태준 고향집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생겼다"며, 이로 인해 아버지로부터 "너는 뭐 하고 있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이권우는 이날 자리에 모인 이들을 향해 "돈을 모아서 꼭 (김연수) 표지판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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