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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부 비경 일주>...높은 곳에서의 황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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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쿰부 비경 일주>...높은 곳에서의 황홀함"

[알림] 쿰부 일주 트레킹 참가 안내

"탐구해야 할 것은 산이 아니라 인간이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기 위해 오르는 것이 아니다. 난 최고의 지점에서 자신을 체험하고 싶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개봉을 오른 라인홀트 메스너는 에베레스트로 떠나기 전 그렇게 말했습니다. 에베레스트로 떠나는 사람은 누구나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내면에 있습니다. 왜일까요? 등산이 무상(無償)의 행위여서만은 아닙니다. 무슨 이유를 들어서도 에베레스트로 향하는 발길엔 그것밖에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히말라야캠프>(캠프장 채경석. 히말라야전문인솔자)가 올 가을 <쿰부 비경 일주> 트레킹을 떠납니다. 쿰부는 에베레스트를 비롯, 세상의 높은 산들이 다 모여있는 곳입니다. 이번 <쿰부 비경 일주> 트레킹에서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를 비롯한 쿰부 3대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등 쿰부 4대 뷰 포인트, 고락셉 등 쿰부 4대 계곡과 빙하, 촐 라 등 쿰부 3대 조망고개 등 쿰부의 비경 일체를 순례합니다. 트레킹은 참가자의 취향과 체력에 따라 22일코스(1안)과 18일코스(2안)으로 나누어 선택할 수 있으며, 출발일은 모두 2012년 10월 19일입니다.

채경석 선생님으로부터 순례지에 대한 설명을 들어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 쿰부

쿰부는 세상의 높은 산을 다 모아놓은 곳입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뿐 아니라 4위봉 로체, 5위봉 마칼루, 6위봉 쵸오유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세계 10대 미봉에 꼽히는 아마다브람, 눕체 등 아름다운 고봉설산들이 즐비합니다. 쿰부는 남체 윗동네를 가리깁니다. 산만 높은 게 아니라 고도를 높여가면서 다양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수림이 우거진 깊은 계곡에서 광활한 고원평야가 나오고 좁고 험한 계곡의 상류엔 어김없이 빙하가 흘러내려와 있습니다. 빙하 너머로 찬란한 빛깔의 설벽과 시려운 바람까지 극렬한 자연을 보여줍니다. 따뜻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늑한 롯지가 쉴 만한 곳곳에 있어서 그나마 위안입니다. 한낮 치열하게 걷고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난로에 몸을 녹이며 하루를 마감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가...쿰부 트레킹은 그런 곳입니다.

▲ 캉주라로 향할 때 미봉(美峯) 아마다브람을 만난다. Ⓒ히말라야캠프

▲ 셀파무덤이라 불리는 투클라에서 고산 파노라마를 본다. Ⓒ히말라야캠프

▲ 칼라파타르에서 마주하는 눕체와 에베레스트 Ⓒ히말라야캠프

▲ 에베레스트로 떠나는 사람은 누구나 이유가 있다. Ⓒ히말라야캠프

-<쿰부 비경 일주> 트레킹 즐기기

다른 히말라야 지역과 달리 롯지 시설이 좋습니다. 또 길도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산이 거대해 걷는 내내 늘 가까이서 친근합니다. 열심히 걷고 푹 쉴 수 있는 추억의 트레킹이 됩니다.

3개의 전망대(쥬쿵리, 칼라파타르, 고쿄리)는 특별한 체험입니다. 침낭이 좋고 비박색이 있는 분은 일부러 봉우리 위에서 잠을 청합니다. 맑은 날이면 청초한 별과 아침 햇살이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에베레스트 머리를 불사르는 태양의 강열함이 그 시간에 그곳에 있습니다.

하루에 마무리해야 하는 숙제가 몇 곳 있습니다. 3개의 고개(콩마 라, 촐라 라, 렌조 라)는 중도에 롯지가 없어 모두 하루에 넘어야 합니다. 고도가 5,000m를 넘고 거리가 길어 아침부터 열심히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고갯마루에서의 파노라마는 대장관이니 잠시 쉬어가는 걸 잊지 마십시오.

-쿰부 지역의 고봉들


<에베레스트>

(1위봉/8,848m)
원래는 인도의 측량국장인 앤드류 워에 의해 삼각측량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임을 인정받게 된 산으로, 본명은 티벳에서는 초모룽마(세계의 여신), 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대지의 여신)라고 불리었다. 하지만 앤드류 워의 전임자인 에베레스트의 공적을 기려 에베레스트라 불리우며 전 세계에 알려졌다. 하지만 요즘은 초모룽마나 사가르마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에베레스트는 1953년 영국 등반대에게 최초 등정의 자리를 내 주었다. 이곳은 그 이름만큼이나 가장 높은 곳에서 현세를 바라보는 여신의 모습이 느껴지는 듯 신비롭다. 위치는 네팔의 쿰부 지역의 네팔과 중국의 접경에 위치해 있는데 히말라야가 그러하듯이 아직도 에베레스트의 높이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로체> (4위봉 / 8,516m)
로체는 히말라야산맥 에베레스트의 남북으로 이어진 사우스 콜이라는 능선에 의해 연결되어 있는 산으로 에베레스트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주봉 외에 8,414m의 동봉과 8,383m의 로체 샬이 위치해 있다. 특히 로체 샬은 로체의 위성봉이면서도 독립봉으로 인정 받아 얄룽캉과 함께 최근 히말라야 14개봉에 더해져 16개봉으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이다. 로체는 티벳어로 남봉, 즉 Lho-남, Tse-봉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의미는 에베레스트의 남쪽에 있는 봉이라는 뜻이다. 로체는 과거 에베레스트의 위용에 가려서인지 에베레스트를 등정할 때 루트를 찾아 가던 산이어서 그런지 에베레스트보다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로체의 남벽은 이런 이야기가 무색할 만큼 어려운 등반으로 유명하다. 라이홀트 메스너는 이 남벽을 보고 21세기에나 가능한 벽이라 했을 정도이다. 로체의 위용은 에베레스트를 지키는 장군의 모습처럼 장엄함이 느껴진다.


<마칼루>(5위봉/ 8,463m)

마칼루는 에베레스트 남동쪽에 위치한 산으로 마칼루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의 마하칼라에서 왔다. 마하칼라는 힌두교의 시바신의 한 부분인 칼리가 불교와 결합한 분노의 형태이다. 산의 대부분이 검은 암석인 것이 이 산이 보통 검은 귀신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이다. 산의 모습도 또한 다른 산들과는 남달리 특이해 다른 산과 혼동할 염려가 없다. 이곳은 게다가 검은 귀신이라는 이름답게 등반하기 어려운 산으로 유명한데 빙설의 혼합지역과 가파른 경사면, 그리고 눈사태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곳 또한 다른 고봉들과 마찬가지로 경배의 대상이었으나 에베레스트가 등정된 이후부터 도전이 시작되었다.

<초오유>(6위봉/ 8,201m)
초오유도 에베레스트와 같이 네팔과 중국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에베레스트에서 서쪽으로 20km 떨어진 세계 6번째 높이의 산이다. 이름의 기원은 티벳어로 터키석의 여신이라는 의미라고 하나 분명치 않다. 다른 터키석이 옥빛이기 때문에 옥빛의 여신이라고도 한다. 이곳은 작은 산들 가운데에 우뚝 솟아오른 특이한 모습 때문에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방향표지의 역할을 한다. 8,000m급의 산들에 비해 등정루트가 비교적 쉽고 그나마 위험도가 낮은 산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곳 또한 14봉 중 하나로 눈사태와 얼음벽 등 결코 만만하게 볼 산은 아니다.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고 실패를 하기도 한, 명실상부한 8,000m급 고봉인 것이다.

▲ ⓒ프레시안

<시샤팡마>(14위봉/ 8,02
7m)
사샤팡마는 중국의 티벳에 위치한 세계 14번째 고봉이다. 그 이름은 일기변화가 심한 산이란 뜻인데 출처가 티벳인지 산스크리트어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티벳인들에게는 고사인탄(신의 거주지)으로 불리었다고 알려져 있다. 1964년에 초등을 허락한 시샤팡마는 14봉 중에 가장 늦게 정상을 허락 하였는데,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기 전 외국인들이 오를 수 없는 기회를 이용하여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초등에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쿰부 비경 일주> 트레킹의 주요 경로


1. 쿰부 3대 베이스캠프

* 에베레스트(세계 1위봉/8,848m) 베이스캠프(EBC)
* 로체(세계 4위봉/8,516m) 베이스캠프
명실상부, 가장 유명한 베이스캠프인 이곳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으로 눕체에 가려 에베레스트를 볼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전한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곳은 에베레스트뿐만 아니라 로체의 등정을 위해서도 이용되는 베이스캠프이기도 하다. 베이스캠프부터 8,000m의 암부인 사우스콜(south col)까지는 같은 루트를 이용하기도 한다.
* 초오유(세계 6위봉 8,201m) 베이스캠프
초오유 베이스캠프는 다른 곳과 달리 롯지가 있는 곳에서부터 거리가 멀다. 등반하는 사람들이야 텐트를 가져 간다고 하지만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로서는 무리가 되는 거리이다. 그래서 고교에서 고줌바 빙하를 따라 고 교지역 5번째 호수인 고줌바쵸까지 다녀온다. 고줌바쵸에는 거대한 고줌바 빙하와 함께 초오유의 장관을 볼 수 있다

2. 쿰부 4대 뷰 포인트

* 칼라파타르(5,556m)
세계 최고의 에베레스트 전망대. 에베레스트뿐 아니라 쿰부체, 창체를 비롯하여 로체, 눕체는 물론 아마다블람과 멀리는 탐세르쿠까지 조망되는 세계 최고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뷰 포인트이다
* 고쿄리(5,357m)
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 개방이 조금 늦게 된 곳이다. 하지만 오히려 칼라파타르보다도 더욱 쿰부 지역의 파노라마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평도 있다. 게다가 이곳은 칼라파타르에 비해 덜 알려진 곳이라 한적하게 트레킹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 쥬쿵리(5,550m)
이곳은 아마다블람과 로체, 임자체와 여기서 기원한 빙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쥬쿵에서는 그 정상 이 보이지 않지만 칼라파타르와 같은 높이이며 비슷한 느낌으로 오르다 보면 어느 새 도착한다. 특히 이곳에 서는 능선넘어에 있는 마칼루의 위용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눕체와 로체남벽의 경관은 보너스이다.
* 콩데(4,250m)
콩데까지 가는 길은 하늘길이라 불린다. 말 그대로 하늘을 걷는 기분이랄까? 쿰부의 파노라마를 촐라체와 함께 또 다른 각도에서 보는 그 즐거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뫼산(山)자 모양의 아마다블람의 모습과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탐세르쿠,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에베레스트까지. 이곳의 풍광은 돌아가는 트레커들의 발을 잡기에 충분하다.

3. 쿰부 4대 계곡과 빙하

* 임자 빙하계곡
* 고락셉 빙하계곡
* 고교와 고줌바캉 빙하
* 낭파계곡


4. 쿰부 3대 고개에서의 전망

* 콩마 라 (Kongma La / 5,535m)
- 로체(4위봉), 로체샬, 아마다브람, 마칼루(5위봉), 눕체, 임자체
* 촐 라 (Cho La / 5,368m)
- 에베레스트(1위봉), 눕체, 장체, 아마다브람, 마칼루(5위봉), 시샤팡마(14위봉), 초오유(6위봉), 다우제
* 렌조 라 (Renjo La / 5,360m)
- 에베레스트(1위봉), 아마다브람, 티벳의 산들의 파노라마. 콩데, 탐세루크, 캉데가

- 일정

<22일코스>(제1안)


<18일코스>(제2안)


-상기 일정은 현지 상황과 항공 사정으로 일부 변동될 수 있습니다.
-<22일코스>와 <18일코스>는 2012년 10월 19일 함께 출발합니다.


이번 <쿰부 비경 일주> 트레킹은 채경석 캠프장이 직접 인솔하며, 트레킹 전문인 티앤씨여행사가 준비하고 진행합니다. 트레킹의 최소출발인원은 6인이며, 참가비는 <22일코스> 470만원(8∼10인), <18일코스> 395만원(8∼10인)입니다(일체의 여행경비, 팁, 비자비, 유류할증료, 음료비 등 포함). 상세한 내용과 자료 문의, 참가 신청은 전화 02-774-3753, 팩스 02-775-7129, 이메일 trekcamp2000@hanmail.net 정용호 담당자에게 연락해주십시오.

<학습자료>


[쿰부로 가는 길]


에베레스트로 알려진 세계 최고봉은 상징성만큼이나 강렬해서 3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네팔 말로는 '사가르마타', 티벳 말로는 '초모랑마', 그리고 영국 측량장교의 이름에서 유래한 '에베레스트' 이렇게 달리 불리고 있다. 하지만 현지어 지명을 부르는 것이 세계적 추세여서 네팔에서 시작하는 에베레스트 트레킹은 마지막 도달지점인 칼라파타르나 사가르마타 트레킹으로 불린다.

에베레스트를 포함하는 높은 지역을 쿰부라고 하는데 네팔정부는 쿰부 사가르마타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사가르마타 국립공원엔 사가르마타뿐 아니라 제4위봉인 로체와 6위봉 초오유가 있고 그뿐 아니라 쿰부의 신성 아마다브람, 눕체 등 많은 고봉들이 권역 내 들어있다.

칼라파타르 트레킹은 에베레스트와 그를 둘러싼 히말라야 파노라마를 조망하는 칼라파타르 전망대를 최종 도달지점으로 한다. 칼라파타르는 검은 동산이라는 뜻으로 고락셉 빙하 안에 자리해서 쿰부 지역의 고봉설산을 360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전망대다. 맞은편으로는 사가르마타와 로체, 눕체, 오른편으로는 마칼루와 아마다브람, 왼편으로는 푸모리, 뒤로는 촐라체, 다우제 그리고 멀지만 초유와 시샤팡마의 자태도 볼 수 있다. 한 지점에서 8,000m급 봉우리를 5개나 동시에 볼 수 있는 지점은 세계에서 칼라파타르가 유일하다. 누구나 한 컷의 감동을 가슴에 담기 위해 8일간이 필요하지만 대가로 충분하다. 그것은 신의 땅이기 때문이다.

[<22일코스>와 <18일코스> 공통 일정의 트레킹]

제1일 : 카트만두 ~ 루크라 ~ 팍팅
루크라 ~ 팍팅 : 트레킹 5시간
일일 고도차 : 270m
최고 고도 : 2,610m
초보자건 경험자건 트레킹은 한걸음을 띄는 게 중요하고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이면 그곳이 어디든 최종 목적지에 닿는다. 칼라파타르 트레킹 기점인 루크라에는 비행장이 있다. 비행시간은 25~30분 걸리지만 산악지역이라 취소되는 날이 많다. 따라서 쿰부 트레킹을 계획할 때는 총 일정에서 하루나 이틀 여유를 두어야 한다. 비행기는 이륙하면 복잡한 카트만두를 떠나 곧 산간에 접어든다. 좁은 창이지만 아래로는 산비탈에 촘촘히 둘러쳐진 다락논이 선명하다. 왼편에 자리 잡기를 권한다. 왼쪽 창으로는 가우리샹카르 산군이 한눈에 들어와 비행이 지루하지 않다.


트레킹의 출발지는 2,800m 산비탈에 자리한 루크라이다. 루크라는 특이한 비행장으로 널리 알려진 산간마을이다. 산 비탈면에 활주로를 만들다보니 트레킹 활주로가 1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착륙하는 비행기는 경사면을 올라오느라 자동으로 제동이 되고 이륙하는 비행기는 출력을 최대로 높인 상태에서 경사면을 달려 내려가 뛰어오르는 짜릿한 광경을 연출한다. 항공모함의 갑판 원리를 이용한 활주로다, 히말라야의 오지 2,800m 고도를 고려하면 걸맞지 않아 보인다.

루크라에 내리면 허름한 공항청사 밖으로 사람들이 서성인다. 오늘의 일거리를 찾는 짐꾼이다. 네팔 트레킹이 행복한건 그들이 있어서다. 서울이나 카트만두의 여행사에 트레킹을 의뢰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공항청사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도와줄 도우미가 다가와 이름을 건넨다. 하지만 대행사 없이 떠난 트레킹이라면 이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짐을 들어줄 포터를 수배하는 일이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좋은 사람 속엔 나쁜 사람도 있고 외지인이 모이는 장소엔 범죄자가 모여든다. 산간마을이지만 루크라도 강도만 다를 뿐 조심해야 한다.


참고로, 흔한 실수는 포터 비용을 협의해서 정하고 짐을 넘기면서 발생한다. 트레커는 이런 점에 주의해야 한다. 포터 비용을 협정하고 영어를 못하는 짐꾼에게 낮은 금액에 넘기는 브로커, 이런 경우엔 선금으로 일부 준 걸 갖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내 짐을 날라다줄 짐꾼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더 심각한 건 악의를 가지고 접근해서 짐을 가지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경우다. 대행사도 없고 초행이므로 쉽게 당하는 일이다. 따라서 짐을 넘기기 전에 우리나라 주민증 같은 신분증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안전장치가 된다.

공항 옆 시장 통을 통과하여 마을 끝을 알리는 초르텐(불탑)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가파른 내리막이 끝나면 체플룽에 다다르기 전 지리로 빠지는 길이 왼편에 있다. 이 길은 루크라에 비행장이 없던 시절에 사가르마타로 가던 원정대가 이용하던 길고 지루한 길이다. 길이 선명하므로 자칫 잘못 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체플링을 지나면 다음으로 가트라는 마을이 나오는 데 꽤나 인상적이다. 마을 입구부터 커다란 바위에 라마경전이 정교하게 새겨져있다. 그뿐 아니라 집집마다 룽따르를 세워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언덕배기에서 꼭 사진을 한 장 남기자. 주변의 고요와 불심이 룽따르에 걸린 불경같이 마음을 은은하게 한다.


오늘의 숙박지 팍팅에 이르면 마을 입구에 멋진 집이 있다. 탐세루크라는 트레킹 회사가 운영하는 호텔이다. 이런 산중에 어울리지 않는 호텔이다. 하루에 $180 정도 하므로 묶기엔 부담스럽지만 그냥 지나치지 말고 식당에 들어가 커피를 한잔 하자. 하루의 피로값으로 부담없다. 마을에 들어서면 길 양편으로 롯지가 밀집되어 있다. 마음에 드는 롯지로 들어가 주인과 흥정을 시작하며 트레킹의 첫날을 끝낸다.

*TIP : 1시간 30분 거리에 몬조라는 마을이 있는데 롯지가 몇 개 안 되므로 4시를 넘기면 몬조로 가지 말고 팍팅에서 자길 권한다. 방이 없어 곤란에 처할 수 있다.

제2일 : 팍팅 ~ 남체
트레킹 : 8시간
일일 고도차 : 830m
최고 고도 : 3,440m
트레킹의 아침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보통의 그룹트레킹의 경우 주방팀을 대동하므로 주방장 이외 보조로 동행하는 현지인들이 다수 있다. 그들이 아침에 방의 문을 두드린다. 침낭에 누운 채 기척을 하면 방안으로 들어와 차를 한잔 건넨다. 침낭에 하반신을 넣은 채 마시는 따끈한 차가 하루의 시작이다. 물론 개별트레킹을 하는 경우엔 이런 호사를 부릴 수 없다. 전날 밤에 사우니(롯지 여자주인)에게 주문한 시간에 식당으로 옷을 챙겨 입고 나와야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다.


식당에 오기 전 짐을 쌓아 문밖에 내놓으면 짐꾼은 어느새 짐을 달랑 머리끈에 걸고 길을 떠난다. 짐꾼은 아침 일찍 출발해 중간 중간 쉬었다 가므로 아침에 일어나면 짐을 꾸리고 밖에 내놓는걸 잊지 말아야 한다. 고산에서 짐꾼의 발걸음이 트레커보다 더 빠르지만 저지대에선 무거운 짐을 맨 짐꾼이 트레커보다 늦기 때문에 출발에 협조해야 한다.

팍팅을 출발한 후 첫 번째 휴식은 쿠툼상이 보이는 굴멜하(Gulmelha)마을이다. 철다리를 건너면 예뿐 롯지가 두, 세개 있다. 차를 마시며 트레킹의 한가로움을 즐기기 좋은 장소다. 몬조를 지나 10여분 가면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입구인 조르살레가 나온다. 여기서 트레킹 퍼미션을 보여주고 신고해야 한다. 조르살레를 지나 두드코시(코시는 강이라는 뜻)를 건너면 높은 다리가 걸려있다. 보통 Hanging Bridge로 불리는 다리는 높이가 약 100m에 이른다. 하늘 높이 걸린 다리는 카메라로 당겨도 부족하고 그대로 찍어도 아쉽다.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칼라파타르 트레킹엔 3곳의 오르막을 주의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이날 올라가야 하는 남체오르막이다. 고도차가 700m나 되는 긴 오르막이고 거의 반나절을 올라가야 한다. 이날은 점심 먹는 시간과 지점이 애매하다. 몬조에서 먹자니 너무 이르고 몬조를 지나면 롯지가 전혀 없다. 그래서 Hanging Bridge가 보이는 강가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반면 남체에 도착하는 시간은 늦다. 따라서 간간히 먹을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오르막은 지그재그로 이어져 경사가 가파르지 않다. 하지만 3,000m를 처음 경험하는 트레커에겐 쉬지 않고 700m를 5~6시간 안에 걷는다는 게 힘든 경험일 수 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한 구비를 돌 때마다 마주치는 탐세루크와 캉테가의 위용이다.

남체는 사발 모양이어서 비탈길에 집이 촘촘히 지어져있다. 좀 힘들어도 시장통을 지나 높은 곳에 자리잡은 롯지를 숙소로 잡는 게 좋다. 보통 이틀을 남체에서 쉬므로 시장통에서 롯지를 잡으면 시끄럽고 불편하다. 어디에 묵을지 아이디어가 없다면 전날 묵은 롯지 주인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왜냐하면 남체에는 호텔급의 숙소부터 아주 허름한 숙소까지 다양하게 많기 때문이다.


*TIP : 남체에선 개인차가 있지만 고산증세가 나타난다. 고산증세는 잠자는 동안 심해지므로 아침에 다이아막스 1알, 남체에서 잠자기 전 1알 먹기를 권한다. 이날부터 2~3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고산증세를 예방하거나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단 처방전이 필요한 약으므로 사전에 의료인과 상의해야 한다.

제3일 : 남체 ~ 샹보체 에베레스트 뷰 호텔 ~ 남체
트레킹 : 3~4시간
일일 고도차 : 280m
최고 고도 : 3,720m
남체는 오묘한 마을이다. 샹보체로 가다보면 남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데 마을의 형태가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와 같다. 한 면이 깨어져 나간 사발 형태로 사발 안쪽면에 촘촘히 고도를 높여가며 횡으로 길이 나고 길 위로 집이 들어서고 횡으로 난 길을 종으로 난 몇가닥의 길이 이어놓은 형태까지 매우 흡사하다. 높은 고도도 그렇다. 라파즈의 고도가 3,900m에서 3,600m까지 형성되었다면 남체는 3,500m~3,300m까지 고도차를 두고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깨어져 나갔다 해도 사발바닥이 평평하듯 남체도 마을아래엔 넓은 평지가 있다. 마을이 들어서기 좋은 구조다. 그래서 셀파족의 고향이라고 부른다.


셀파족은 티벳에서 건너온 장족이다. 이들이 정확히 언제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 땅에 정착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3번의 대이동을 추측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몽골이 티벳을 지배했을 14세기, 두 번째는 청나라가 몽골을 지배했을 18세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민족대이동을 초래한 건 중화인민공화국이 6.25전쟁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된 때를 이용해 티벳을 침공, 지배한 1952년 이후 달라이 라마가 티벳을 탈출했을 때다. 정신을 지배당하지 않는 티벳인들은 땅을 버릴지언정 영혼을 지배당하지 않았고 어느 땅에 살든 우주와 소통하며 자연의 일부로 사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남체는 그런 셀파족의 수도이자 마음의 고향인 곳이다.

남체는 셀파의 수도답게 주변에 여러 작은 마을이 공존한다. 히말라야를 넘어 쿰부지역에 셀파족이 처음 정착했던 타메, 비행장이 있는 샹보체, 힐러리 병원이 있는 쿤데, 힐러리 학교가 있는 쿰중이 이런 마을이다. 하루만 머문다면 당연히 샹보체를 갔다오는 반일 트레킹을 권한다. 이틀을 머문다면 둘째 날 쿤데~쿰중을 연결하는 하루 트레킹이 권한다. 3일을 머문다면 타메를 당일로 다녀오는 것도 아주 좋은 트레킹이다. 하지만 쿰부지역은 이래저래 볼거리도 갈 곳도 많으니 하루만 유숙하고 보따리를 정리해 다음 기착지로 가는 게 좋다.

샹보체는 쿰부의 주요 전망대중 하나이다. 칼라파타르를 으뜸으로 치고, 그 뒤로 고쿄리('리'는 티벳말로 peak의 뜻)와 쥬쿵리가 있지만 모두 힘들고 고된 노역의 대가로 주어진다. 반면 샹보체는 절반 정도의 노역으로도 충분하다. 샹보체로 가는 길엔 유서 깊은 라마사찰이 있다. 사원 앞을 치장한 마니휠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리면 하나 돌릴 때마다 죄가 하나씩 소멸된다고 하니 귀찮더라도 마다하지 말고 길옆에 늘어선 마니휠을 돌리며 경사진 길을 올라가자.


사찰을 지나 마을을 벗어나면 숲길이다. 정면에 남체를 지켜주는 콤비욜라가 마주한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숨이 멎을 듯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어제 본 모양과 다른 모습의 탐세루크와 캉테가가 번듯하다. 그리고 아마다브람도 자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고개마루에 올라서면 멀리 로체와 능선 뒤로 사가르마타의 머리가 보인다. 그래서 샹보체엔 독특한 호텔이 들어서있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에베레스트 뷰 호텔이다. 사가르마타를 볼 수 있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데 지어진 호텔이어서 명성이 높다. 호텔에 묵지 않아도 에베레스트 뷰 호텔엔 꼭 가보자. 카페의 전망이 너무 좋아 커피 한잔만 시켜도 충분히 사가르마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TIP : 고소적응 하는 날은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잠자는 고도보다 높은 고도를 체험하면 고도적응에 좋다. 따라서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샹보체 트레킹을 포기하지 말자. 3시간이면 충분하다. *남체엔 장비점이 많다. 부족한 의류는 구입하자. 비록 짝퉁이라도 트레킹하기엔 문제없다.


제4일 : 남체 ~ 텡보체
트레킹 : 3~4시간
일일 고도차 : 3,860m
최고 고도 : 550m
남체를 벗어나면 낭만가도로 불리는 길이 앞에 전개된다. 산 사면 8부에 만들어진 길은 평지에 가까울 뿐 아니라 전망이 매우 좋다. 계곡 건너엔 아마다브람이 반겨주고 계곡의 굽이진 모퉁이를 돌면 입이 벌어질 광경이 펼쳐진다. 이곳에 에베레스트 등정 50년 기념탑이 있다. 라마백탑은 히말라야와 같은 색이라서 잘 어울린다. 배낭을 내려놓고 자신을 카메라에 담아보자, 여기서 찍은 사진은 한가롭고 행복할 뿐 아니라 기대와 흥분이 고스란히 담겨 보인다.
기념탑을 지나서도 낭만가도는 사나사까지 계속된다. 사나사는 고쿄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고쿄에서 칼라파타르로 가려면 촐 라를 넘어야하므로 칼라파타르 고전루트보다 한결 힘들다. 반면 트레커가 적어 한적하고 촐라체의 위엄과 고쿄리에서 바라보는 빙하호수와 초오유, 시샤팡마 등 색다른 전망이 매력적이다. 사나사를 지나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씨가 세운 학교가 있다. 엄홍길씨는 8,000m급 14개봉을 등반하는 과정에 유명을 달리한 셀파의 가족 돕는 일을 개인적으로 하다가 수년전 엄홍길휴먼재단을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네팔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산간마을에 학교를 지어주는 사업으로 현재 1개의 학교가 설립되었으며 3개의 학교가 설립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다.


사나사를 지나면 풍기텡가로 긴 내리막이 이어진다. 산길을 내려가다 보면 지붕이 붉은 색의 산뜻한 건물이 보인다. 역시 트레킹회사인 탐세루크에서 운영하는 호텔이다. 탐세루크 회사는 네팔의 영웅인 여성 산악인 라무셀파의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다. 그녀는 외국등반대에 고용되어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정대를 조직하여 등반에 나서고자 했다. 그녀는 세 번에 걸쳐 사가르마타 등반에 나섰지만 정상 직전에서 악천후로 후퇴했으며 네 번째 등반에서 정상에 오른다. 하지만 하산중 동행한 남자 셀파가 고소로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그를 버리고 내려오지 않고 같이 남봉 아래에서 같이 비박을 한다. 그리고는 둘 다 밤을 견디지 못하고 8,000m의 고도에서 영면했다.

셀파는 히말라야 고산등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뛰어난 고산 능력으로 길을 안내하고 짐을 대신 져준다. 등반대가 성공하는 데 그들의 역할은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셀파는 돈을 받고 등반하는 고용인이기 때문의 무상의 행위라는 등산철학에 어긋난다 하여 등반인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힐러리 경과 텐징 노르게이는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누가 먼저 올라갔는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두 사람은 우정을 과시하듯 "손잡고 같이 올라갔다. 누가 먼저 올라간 건 중요하지 않다. 우린 둘이 힘을 합해 같이 이루었다. 그게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셀파도 최근엔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도전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everest competition'으로 불리는 이벤트이다. 즉 사가르마타 최단시간 등정기록 경쟁이다. 셀파만이 할 수 있고 셀파만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벤트를 벌임으로써 스스로 고산의 진정한 강자가 누구인지, 세상에 대고 소리치고 있다. 실질적으로도 가지셀파는 10시간이 체 안 되는 시간에 베이스캠프에서 정상을 갔다 왔다고 하니 설악산도 아니고...그들이 고산능력은 실로 놀라울 뿐이다.

풍기텡가는 고도가 낮고 물이 풍부해 곳이다. 한낮의 해가 따가우면 모자에 숨겨둔 떡진 머리를 감아보자. 점심을 먹고는 텡보테까지 고도 600m의 긴 오르막이다. 두 번째 고산증세가 나타날 수 있는 지점이므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야 한다. 텡보체는 남체만큼이나 인상적인 마을이다. 능선에 자리 잡아서 전망이 좋다. 하지만 도착하는 시간이 4시 이후라서 산은 구름에 감춰져 있다. 산은 다음날로 미루고 텡보체의 두 가지 명물을 둘러보자. 하나는 쿰부 제일의 라마사원이고 다른 하나는 전설 속의 설인 예티박물관이다. 박물관은 4시 30분경 문을 닫으므로 정상적으로 걸으면 박물관은 문을 닫았을지 모른다.


*TIP : 텡보체는 숙박 경쟁이 심하다. 그리고 숙소도 시설이 떨어진다. 숲길을 따라 30분 내려가면 도브제라는 마을이 나온다. 그곳에 시설좋은 롯지가 두세 개 있다. 한번은 붐비는 텡보체에서 묶고 한번은 한가한 도브제를 고려해보자. *사원 맞은편 능선으로 전망대 가는 길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늘에 별이 많으면 일출을 보러 가자. 좀 귀찮기는 해도 멋진 장관이 기다린다.

제5일 : 텡보체 ~ 딩보체
트레킹 : 3~4시간
일일 고도차 : 550m
최고 고도 : 4,410m
랄리구라스가 만발한 숲길을 30여분 내려가면 도브제가 나온다. 다시 10여분 더 가면 임자코라(코라는 강이라는 뜻)가 있다. 계곡을 건너 반대편 사면을 오르면 팡보체라는 마을이다. 쿰부의 유능한 등반 셀파는 이 마을 출신이 많다. 한 집 건너 아들이나 남편은 젊었을 때 8,000m 고봉을 올랐고 그중 일부는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은 그래서인지 우수가 배어있다. 지나가는 길목이라 롯지가 있지만 몇 개 안 된다. 신성의 마을 팡보체는 계곡 건너에 아마다브람이 웅크리고 있고 마을 입구엔 큰 초르텐이 있다. 쵸르텐을 지나면 길 한가운데를 높게 쌓은 마니석이 들어가는 자와 나오는 자의 길을 구분해준다. 쵸르텐을 지날 때 세 바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야 하고 마니석이 가름한 길을 걸을 땐 왼쪽으로 길을 택해 걸어야 한다. 라마불교는 그렇게 규정되어 있다.


우주의 중심이라 불리는 카일라스에서 발원한 종교는 힌두교와 불교이외에도 라마불교와 티벳 전통 종교인 뵌이 있다. 두 종교는 티벳의 주도권을 두고 서로 겨룬 적대적인 관계여서 선택이 정반대다. 성지 카일라스 코라(성지순례)에서도, 라사의 조캉사원 코라에서도 정반대의 길을 택한다. 라마불교가 오른쪽으로 코라를 한다면 뵌은 왼쪽으로 코라를 돈다. 그래서 실수하지 말자는 것이다. 신성의 마을에서 길을 잘못 택하면 모독이 되니 외국인이라도 쳐다보는 눈이 많다. 필자도 1984년 대학생 신분으로 원정등반에 참여했을 때 셀파들이 대부분 팡보체 출신이었다. 지금은 대부분 이 세상을 떠났지만 팡보체를 지날 때면 그들의 노고에 다시금 숙연해진다.

팡보체를 벋어나면 이전과 확연히 다른 고산 풍경과 조우한다. 나무 하나 없는 황량한 고원평야. 하지만 이미 4,000m를 넘은 고도라서 한걸음 한걸음이 쉽지 않다. Orsho(4,190m)를 지나면 딩보체에 닿기까지 롯지도 하나 없다. 마지막으로 행장을 잘 여비고 물이나 차를 한잔하고 출발하자. 완만하지만 시린 고원구릉은 계곡 앞에서 멈춘다. 구릉의 끝부분을 페리체 고개(Periche pass 4,270m)라고 한다. 여기서 길이 두 갈레로 갈린다. 왼편은 페리체, 오른편은 딩보체 가는 길이다. 페리체 가는 길이 비교적 쉽고 짧지만 이틀을 묵는다면 딩보체를 권한다. 페리체가 그늘인데 비해 딩보체는 양지고 무엇보다 로체, 임자체 등 아름다운 설봉을 조망할 수 있다. 딩보체로 가려면 임자 코라를 건너 한번의 오르막을 더 올라야 한다. 하루의 끝이라 피곤하고 지쳐서인지 오르막이 길고 힘겹다. 그렇게 산릉을 넘으면 산 아래 움푹 파인 분지에 딩보체가 자리한다.


제6일 : 딩보체 휴식

우리 몸이 전혀 다른 외부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그런 질문은 환경과 신체가 얼마나 부적응되어 있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사람 개개인이 가진 신체의 특징과 능력이 변수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일반인이 3,000m 이상의 고산에 적응하는 데 15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집을 떠나 다시 집에 돌아오기까지 고작 18일밖에 주어지지 않은 칼라파타르 트레킹이고 보면 어느 정도의 부적응은 처음부터 감안된 것이고 대가는 몸에 여러 가지 고산증이 나타난다. 이런 부조화를 어느 정도 완화하기 위해 칼라파타르 트레킹 도중 두 번의 휴식이 꼭 필요하다. 물론 고산증세가 심하게 오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두 번의 휴식을 가지는 게 좋다. 휴식은 누워있는 게 아니다. 가벼운 놀림으로 고도에 적응하게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래서 가벼운 산보나 트레킹을 권한다.

남체에서 가벼운 샹보체 트레킹을 하였다면 딩보체에서 톨카로 넘어가는 고개까지를 갔다 온다. 오르막이 완만하고 1시간 이내 올라갈 수 있는 거리여서 가볍게 몸 풀기 좋다. 고개에 오르면 라마백탑이 있다. 탑을 세 번 돌고 주변을 둘러보자. 맞은편 능선에 날카롭게 다우제와 촐라체가 있다. 두 봉우리는 높지는 않지만 어렵기로 소문난 봉우리다. 특히 촐라체는 한국의 대표적인 히말라야 거벽등반가 박정헌씨의 조난과 생환과정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는 촐라체에서 돌아와 손가락 10개와 발가락 10개중 대부분을 잘라냈고 그와 함께 등반한 최강식씨도 무릎 아래를 잘라내는 큰 부상을 입었다. 그들의 등반기록은 책으로도 발간되었다. 박헌정씨가 구술한 등반기록서 <끈>이 있고 이를 토대로 소설가 박범신 선생이 쓴 <촐라체>이다. 특히 소설 <촐라체.는 책으로 발간되기 전 네이버에 연재되었는데 이는 전문작가로서 처음 시도한 인터넷 연재소설이었다.

촐라체는 그 이후로도 한국 산악인에게만 유독 몰인정해서 2011년에는 두 명의 한국 거벽등반가가 촐라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쿰부 빙하쪽에서 보면 능선 위로 빼꼼 솟은 돌덩어리 같지만 고쿄 계곡에서는 90도가 넘는 거칠고 어려운 빙설 벽이 부채같이 펼쳐져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안나푸르나 남벽을 오른 박정헌(그 후로 한국산악인으로는 아직 아무도 오른 산악인이 없으며 2011년에 박영석씨가 등반 중 추락하여 3명의 등반대원이 실종되었음)씨도 벽의 위엄에 눌려 15일간이나 고산적응을 하고서야 등반에 나섰다고 촐라체 등반기인 <끈>이라는 책에서 기술하고 있다. 그 마저도 긴장하고 신중하게 대했던 봉우리다. 바람을 맞고 햇살을 즐기며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롯지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조절한다.

제7일 : 딩보체 ~ 쥬쿵
트레킹 : 3~4시간
일일 고도차 : 320m
최고 고도 : 4,730m
쥬쿵으로 가다는 길은 로체를 외면하기 어려운 길이다. 딩보체를 출발해 2시간 정도 지나면 비브레에 닿는다. 비브레는 임시 산장으로, 사람이 있는 낮 시간에만 잠시 열리는 찻집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히말라야 3대 북벽(로체 남벽, 안나푸르나 남벽, 에베레스트 남서벽)중 가장 어렵다는 로체 남벽이 지척이다. 그래서인지 로체 남벽에서 산화한 산악인의 돌탑이 있다. 동판의 이름을 보면 한 시대를 풍미한 세계적인 등반가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폴란드 산악이 예지 쿠쿠치카가 보인다.


그는 라인홀트 메스너 다음으로 8,000m급 14개봉을 완등한 산악인이다. 그럼에도 메스너보다 더 유명하고 더 값을 쳐준다. 14개의 8,000m 봉우리를 오르는 데 가치를 두기보다 이전에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8,000m 동계 등반을 하였고, 단독으로 올랐고, 8,000m벽 등반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셔브룸(파키스탄 카로코람 히말라야에 위치) 등반 시에는 두 개의 8,000m 봉우리를 연등하는 등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항상 새로움을 추구했다. 그 결과 그에게는 알파인 스타일 히말라야니즘을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칭송이 따랐다. 또한 이단아 취급을 받던 아방가디스트(Avant Gardist)의 염원에 대한 가능성을 실체화했다. 그도 산에서 죽었다. 바로 여기 로체 남벽이다. 그의 업적을 되돌아보며 밀크티를 한잔 마신다. 그리고 이름만 남기고 간 멋진 남자들에게 차를 바친다. 비브레는 쥬쿵가는 길의 중간 지점이다 마저 반을 걸으면 쥬쿵에 닿는다.

제8일 : 쥬쿵에서의 하루
트레킹 : 3~4시간
일일 고도차 : 820m
최고 고도 : 5,550m
쥬쿵은 임자체, 바룬체, 로체, 눕체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네팔 트레킹을 하려면 세 개의 단어는 꼭 알아두어야 한다. 고개를 뜻하는 '라'. 호수를 뜻하는 '쵸', 그리고 봉우리를 뜻하는 '리'다. 쥬쿵이 이 세 개가 다 있다. 먼저 가던 걸음을 재촉해 임차쵸에 가보자. 임자빙하에서 흐른 푸른 흙탕물이 만든 거대한 호수다. 다음엔 쥬쿵 뒤에 솟은 쥬쿵리에 오른다. 쥬쿵리는 임자체 만은 못해도 주변 봉우리를 조망하는 멋진 전망대다. 임자체를 영국 사람들은 아일랜드 픽이라고 불렀다. 바다에 둘러싸인 섬, 임자체는 에베레스트, 로체, 마칼루, 로체샬, 아마다브람에 둘러쌓여 고봉에 둘러싸인 섬과 같다고 하여 그렇게 불렸다. 임자체도 6,000m가 넘는다. 임자체가 아니라도 쥬쿵리에만 올라도 전망이 같다. 쥬쿵리를 작은 임자체로 불리는 이유이다.


제9일 : 쥬쿵 ~ 콩마 라 ~ 로브제
트레킹 : 8~10시간
일일 고도차 : 805m
최고 고도 : 5,535m
쿰부의 하이라이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려면 쥬쿵에서 '콩마 라' 라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 고개는 또 다른 형식의 전망대이고 장애물이다. 봉우리는 오르다 그만 내려가면 되지만 고개는 시작하면 넘어야 한다. 넘지 않고는 다음 목적지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쿰부의 3대 고개중 하나인 콩마 라는 쥬쿵이나 에베레스트 베이스로 가는 길목이다.

콩마 라를 넘으면 고원평야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 능선이 선연히 들어온다. 촐라체와 다우제, 연이어 로브제픽도 보인다. 고원평야는 톨카(4,620m)에서 끝난다. 딩보체에서 올라오는 기존 루트는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파른 너덜지대를 올라 톨카고개를 오른다. 가파른 너덜지대라 칼라파타르 트레킹 중 세 번째 고소가 오는 고개로도 통한다.


하지만 콩마 라를 넘으면 톨카고개로 바로 맞닿는다. 하늘밖에 안 보이는 톨카고개(4,830m) 에 닿으면 눈을 현란하게 하는 돌탑이 촘촘히 세워져있다. 셀파무덤으로 불리는 돌무덤에서는 매년 산에서 죽어간 셀파들을 위한 제(祭)를 지내기도 한다. 에베레스트로 향하는 셀파들은 돌을 하나씩 얹으며 기원했으리라. 무사안녕을,,.등반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감사하며 다시 돌을 얹었으리라. 그리고 같이 돌아가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 돌을 하나 더 얹었으리라. 그렇게 쌓여 아슬아슬하고 삐뚤삐뚤 세워진 돌탑이다. 아쉬움을 담아 사진을 남기자. 멀리 아마다브람이 생소한 모습으로 보인다. 샹보체와 팡보제에서 보던 아마다브람은 아마(엄마)와 다브람(보석함)이 가지런히 서있지만 톨카패스에서 보이는 아마다브람은 피라미드 형태의 뾰족한 봉우리 하나로 보인다.

톨카패스는 사가르마타에서부터 밀려 내려온 쿰부빙하의 말단이다. 빙하의 상단은 만년설이다. 만년설은 태양과 바람에 단단히 굳어 산 사면에 붙어있지만 아래 부분은 눈 무게에 눌려 조금씩 흘러내리는 데 이를 빙하라 한다. 빙하의 속성을 이해하려면 냉장고에서 각얼음을 꺼내 어금니로 물어보면 이해가 쉽다. 얼음에 적당한 힘을 가하면 깨지는 게 아니라 엿처럼 길게 늘어난다. 빙하도 이와 같은 원리를 가지고 있다. 눈의 무게에 눌린 아랫부분은 얼음이 되고 조금씩 늘어나며 아래로 흘러내린다. 빙하는 흘러내리며 크레바스, 세락지대를 형성하고 하단으로 가서는 모레인지대와 빙하말단인 빙하퇴석지대로 바뀐다. 지금 막 오른 너덜지대는 쿰부빙하가 끌고 내려온 퇴석지대이다. 여기서부터 로브제까지는 다시 고원평야라서 길이 평탄하다. 천천히 하루를 마감하며 너털걸음으로 로브제에 걸어가면 된다.

로브제는 트레커와 등반자를 위한 롯지가 있을 뿐 사람이 사는 마을이 아니다. 사람이 사는 마을이라면 딩보제나 페리제가 마지막이다. 그러고 보면 히말라야의 인간생존한계선은 4,400m로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 로브제의 롯지는 시설이 가장 나쁘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리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묵을 수 있는 호텔이 있다. 독일인이 운영하는 호텔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4,910m 고도에서는 5성급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비용이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는 게 최고의 매력이다.


제10일 : 로브제 ~ 고락셉 ~ 칼라파타르 ~ 고락셉
트레킹 : 6~8시간
일일 고도차 : 640m
최고 고도 : 5,550m
시간에 쫓기는 원정대는 고소적응을 빨리하기 위해 무리한 방법을 쓴다. 약간의 고산증세를 참고 무리하게 고도를 높여 베이스캠프로 가서 하루 밤을 잔다. 그리고 고소가 심하게 오면 다음날 새벽같이 1,000m 이상 고도를 낮추어 하루나 이틀 고산적응을 한 후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간다. 물론 체력이 좋아야 하고 산에 대한 경험이 많아야 한다. 원정대원들도 예외 없이 고소가 오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 유명한 산악인들도 한번은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등반에 나선다. 고산증세는 잠자는 중에 찾아오는 밤손님이다. 밤에 고산증세가 심해지는 이유는 몸의 장기도 잠자는 동안 휴식을 하기 때문이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의 활동만 하고 70% 이상의 활동은 멈춘다. 그래서 몸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를 공급하지 못한다. 깨어있을 땐 몸이 필요로 하면 강제호흡과 길고 깊은 숨을 쉬며 산소를 공급하려 하지만 수면 중에는 그런 시도가 없다. 그러다보니 잠자는 동안 산소 부족으로 인해 고산증세가 악화되는 것이다. 고산엔 장사가 없다. 조심하는 게 장사다. 무리하지 말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고락셉에서의 숙박은 신중해야 한다. 고락셉은 고도가 5,140m나 된다. 로브제까지 고도적응을 잘 했다고 해도 5,000m는 또 다른 세상이다. 그래서 고산트레킹이 처음인 경우엔 더더욱 안전을 위해 고락셉에 묶는 데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쥬쿵리를 올랐고 콩마 라를 넘으며 같은 고도를 경험했으므로 고산증세가 심하지 않으면 고락셉에 묶는 시도를 해본다. 그렇지 않으면 칼라파타르와 베이스캠프를 갈 수는 없다.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

칼라파타르는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아침에 오를 것이냐 아니면 저녁에 오를 것이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즉 해가 직접 비추기 전이거나 해가 산 뒤로 넘어간 뒤가 가장 좋은 시간이다. 이때는 빛만 수그러진 게 아니라 날씨도 평온하고 고요하다. 아침시간이면 늦어도 9시까지는 칼라파타르에 올라가야 한다. 10시가 넘으면 눕체를 넘어오는 햇살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오후시간이면 4시경 올라가는 게 좋다. 좀 기다리다 보면 햇살이 누그러지며 아름다운 전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칼라파타르에 오르는 시간 선택에 맞추어 로브제를 출발한다. 아침시간에 맞추면 새벽 4시 전에 출발해야 한다. 반면 저녁 시간에 맞춘다면 11시경 출발하면 된다. 고락셉에서 숙박할 경우라면 오후시간에 출발하는 게 좋다. 아침에 출발하면 오후시간이 무료해 자칫 눕게 되고 그러다 보면 호흡이 낮아져 몸 상태가 안 좋아지기도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고소에서 짧게 머물고 되도록 눕지 않는 게 좋다.


제11일 : 고락셉 ~ 베이스캠프 ~ 투클라
트레킹 : 8~9시간
일일 고도차 : 520m
최고 고도 : 5,140m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두 곳이 있다. new BC와 old BC이다 old BC는 고락셉에서 멀지 않다. 작은 빙하를 건너면 바로 나오는 평평한 곳이므로 고락셉에서 3~4시간이면 왕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new BC는 쿰부빙하 끝에 있어 고락셉에서 왕복하려면 6시간 이상 걸린다.

에베레스트는 아이스폴지대가 유명하다. 세계에서 제일 큰 산인만큼 빙하도 크고 두텁다. 아이스폴지대엔 크레바스가 많고 빙탑도 많다. 해가 강열한 시간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어서 언제나 이른 시간에 위험지대를 통과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등반대는 아이스폴 지대 바로 아래에 등반캠프를 별도로 치고 베이스캠프처럼 활용해왔다. 요즘은 new BC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는 게 보통이다.

산은 가까이 가면 몸을 감추고 멀리 떨어지면 스스로 나온다고 했던가. 칼라파타르에서 그렇게 선명하고 가까이 보이던 에베레스트가 베이스캠프로 향하면 어느 틈엔가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등반대로 복작거리고 왁자지껄한 술집이 들끓는 베이스캠프는 명성과 영광 이면에 숨은 또 다른 세상이다. 그저 로체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갔다 왔다는 경력 한 줄을 더 넣는 것으로 만족하자.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을 버리지는 말자, 책에서나 보던 유명한 산악인이 거기 있을지 모른다. 고락셉에 돌아오면 잠시 쉬었다 내친걸음으로 로브제를 지나 톨카까지 하산하자. 투클라는 고도가 많이 낮추어져서 잠자리가 훨씬 부드럽고 가벼운 맥주 한잔도 무리가 되지 않는 밤이다.


[<18일코스> 일정의 트레킹]

하산 첫째날(제12일) : 투클라 ~ 팡보체 ~ 도브제
트레킹 : 7~9시간
일일 고도차 : 270m
최고 고도 : 2,610m
온 길을 되돌아가는 긴 하산길에 문득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많이 걸었나? 스스로에게 놀라지만 그 마음엔 그만 걷고 싶다는 희망이 배어있다. 목적이 칼라파타르였고 목적을 성취한 자로서 갖는 당연한 마음이다. 트레킹이 지루해지고 하루의 산행이 피곤하고 지치지만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돌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여행. 칼라파타르만 생각하느라 보지 못한 사물을 하나씩 찾아내는 일, 어쩌면 감동이 없을 거 같은 하산길이 추억을 다듬는 과정일지 모른다.


투클라를 출발하면 딩보체와 페리체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여기서 길을 잘 들어서야 한다. 오른쪽 계곡길이 페리체로 이어진다. 페리체는 계곡 안에 위치해 해가 안 들고 음습하지만 롯지들이 깨끗하고 멋지다. 페리체를 지나면 칼라파타르 향할 때 걸었던 같은 길이다. 팡보체를 지나 계곡을 건너 숲길을 오르면 도브제가 나온다. 칼라파타르 갈 때 텡보체에서 숙박했다면 내려가는 길에는 도브체에서 자자. 전망은 없어도 깊은 숲속이어서 나름 고요와 운치가 있다.

하산 둘째날(제13일) : 도브체 ~ 사나사
트레킹 : 7~9시간
일일 고도차 : 270m
최고 고도 : 2,610m
텡보체를 지나면 풍기텡가까지 긴 내리막이다. 텡보체를 넘어 풍기텡가로 가는 동안 옷을 하나씩 훌훌 벗기 시작한다. 이제 단단히 몸을 감쌌던 겨울옷은 벗어버리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자. 풍기텡가에 도착하면 개울가로 가서 머리를 감자. 그동안 모자 안에 있느라 떡진 머리를 감으면 시원함을 넘어 자유를 느낀다. 오후엔 사나사까지 긴 오르막을 올라 맥주 한 캔을 따며 깊은 여정을 매듭한다. 여길 벗어나면 그윽한 아마다브람, 로체, 머리만 보여주는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가 사라진다. 곧 사라질 전경이기에 마지막 눈 맞춤하고 작은 엽서에 깨알같이 무언가를 적어보자. 그리고 주인에게 부탁하자. 주인이 언젠가 남체에 가면 우체국에서 붙여줄 것이다. 한 달이 될지 반년이 될지 모르지만 까마득히 잊고 살아가는 일상 속에 나를 위해 보낸 한 통의 엽서가 히말라야 기운을 다시 체워줄 것이다, 아쉬움을 잘라낼 용기가 없다면 사나사에 묵고 가자. 남체보다 롯지 시설이 떨어져도 노을은 물론 달빛에 춤추는 힌 산을 만나게 된다.


하산 셋째날(제14일) : 사나다 ~ 팍팅
트레킹 : 7~9시간
일일 고도차 : 270m
최고 고도 : 2,610m
남체를 지나면 '체'가 붙은 마을이 없다. '체'는 신성을 품고 있지 않을까? 셀파어로 산봉우리를 뜻하기도 하고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마을을 뜻한다. 어떤 사람은 붓다가 지나간 마을에 붙인다고 말하기도 한다. 붓다가 여기까지 왔을 리 없지만 그들의 믿음엔 붓다가 있으니 그들이 사는 마을에 체를 붙이는 게 이상하지 않다. 남체엔 바잘이란 말이 붙는다. 매주 토요일이면 시장이 열리고 이날에 맞춰 산간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토요일에 남체를 지나면 번잡한 시장을 눈여겨보자. 조잡한 중국제 공산품 사이로 정성이 담긴 토산품이 있다.

남체를 지나 가벼운 걸음으로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벗이라도 있으면 재잘거리고 싶을 만큼 몸은 가볍고 흥분된다. 떠나고 싶어 안달하던 내가 있었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우쭐대는 내가 있다. 다시 떠날지라도 돌아갈 집이 있고 가족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을 주는가. 모든 이를 사랑하고 모든 일을 용서하노라, 하늘에 대고 하고 싶은 말은 이것뿐이다. 산이 가르쳐준 것이고 칼라파타르를 오르면 깨달은 것이다.


11일째 짐을 져준 나의 보호자 포터라 불리는 친구가 정겹기만 하다. 뭐라도 꺼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말이 없어도 이젠 서로 통한다. 자연은 교감력을 키워주었다. 꼭 말로 재단해야 할까, 그저 웃기만 해도 통하는데...충만한 마음으로 남체에서 내려와 행잉 브릿지를 건너고 조르살레와 몬조를 지나는 역순으로 길을 딛어가면 오늘의 종착지 몬조에 닿는다.

하산 넷째날 (제15일째) : 몬조 ~ 루크라
트레킹 : 6~7시간
일일 고도차 : 270m
최고 고도 : 2,610m
올라가는 것만이 아니라 내려와야 끝나는 등산은 다른 행위에 비해 더 큰 인내를 요한다. 운동은 지든 이기든 하이라이트에서 끝난다. 하지만 인생이나 등산은 내려오는 긴 여정이 동반된다. 대부분의 등산사고는 내려오는 동안 발생한다. 그래서 등산은 가혹하다. 목표에 도달했음에도 피해갈 수 없는 가혹함을 감내해야만 안전이 얻어지기 때문이다.


루크라 마을에 들어서기 전 긴 오르막이 기다린다. 40여분을 올라가야 하는 거리여서 내가 왜 이 짓을 하지 한 번쯤 후회하게 만든다.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 세워진 쵸르텐, 문을 들어서면 루크라, 비로소 칼라파타르 트레킹이 끝난 것이다. 루크라에 들어서면 어떤 마음이 들까. 이런 생각이 들진 않을까. 힘들었지만 다음엔 어딜 가지.

*TIP : 루크라는 항공 취소가 빈번하다. 항공이 취소되면 이전에 취소된 사람 우선이 아니라 예약된 사람이 우선이고 그런 후에 이전에 취소된 사람들을 순서대로 태운다. 그래서 정해진 날짜에 루크라로 돌아와야 한다. 만약 일정이 어긋났다면 바쁘게 항공사를 오가며 부탁해야 한다. 넋 놓고 기다리면 내 차례가 오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공항 옆 롯지에 묶길 권한다. 공항 옆 롯지는 조금 비싸지만 공항관계자와 라인이 닿아 수시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편리를 봐주기 때문이다. 2011년엔 8일간 비행기가 취소되어 많은 사람들이 루크라에 10일 이상 발이 묶인 적도 있었다.

[<22일코스> 일정의 트레킹]

제12일 : 투클라 ~ 촐 라 ~ 탕라
트레킹 : 8~4시간
일일 고도차 : 748m
최고 고도 : 5,368m
투클라에서는 두 개의 선택이 있다 하나는 온 길을 되밟아 돌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촐-라를 넘어 고쿄로 넘어가는 길이다. 같은 길을 되 밟아 가는 건 지루하지만 쉽다. 하지만 고쿄로 가는 길은 새로운 도전이다. 5,368m 의 고개를 하루에 넘어야 한다. 10여년 전 이 길을 넘은 트레커들에게 촐 라는 마(魔)의 구간이었다. 지금의 롯지 중 탕라와 종라가 없었으므로 투클라나 페리제에서 시작해 하루에 촐 라를 넘어 고쿄까지 가야 했다. 그래서 보통의 체력과 고소적응으로는 어려운 구간이어서 촐 라를 넘기보다 계곡을 돌아 들어가곤 했다. 그러나 허름하게나마 들어선 롯지로 인해 지금은 촐 라를 넘는 게 훨씬 수월해졌다.

촐 라에서의 전망 역시 기막힌 파노라마이다. 쿰부 4대 전망대와 3대 고개는 모두 뛰어난 조망이다. 촐 라는 그중에서도 멋지다. 촐 라를 넘어 고교로 내려가면 고줌바캉 빙하가 흘러내려와 있다. 늦은 시간에 빙하를 건너는 게 때론 위험할 수 있다. 빙하가 시작되기 전에 있는 작은 롯지 탕라에서 그만 오늘 트레킹을 멈춘다.



제13일 : 탕라 ~ 고쿄
트레킹 : 3시간
일일 고도차 : 70m
최고 고도 : 4,790m
빙하를 건너면 바로 고쿄이다. 빙하를 조심스럽게 건너면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 빙하를 건너 고쿄로 가지 말고 촐라체를 보러 한번 가보자. 30분 정도 걸으면 촐라체의 전면벽과 마주하게 된다. 많은 산악인의 희생을 요구해서 유명해진 벽은 푸르덩덩하게 웅크리고만 있다. 고쿄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는 한 나절 따스한 햇볕을 즐기면 편안한 휴식을 가져보자. 정말 오랜만에 갖는 휴식이다. 딩보체를 떠나면서 하루도 쉬지 못하고 강행군한 몸 어딘가 삐그덕거리는 데가 없는지 살펴보자. 내일부터 다시 강행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14일 : 고쿄 ~ 고쿄리 ~ 고줌바쵸 ~ 고쿄
트레킹 : 8~10시간
일일 고도차 : 567m
최고 고도 : 5,357m
고쿄는 칼라파타르로 트레커들이 몰리면서 인기를 조금씩 얻어가던 숨겨진 계곡이다. 대안으로 여겨지던 고쿄가 요사이는 쿰부를 대표하는 멋진 트레킹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고락셉 빙하를 따라 칼라파타르로 가는 가존 트레킹 루트는 트레커도 많고 상업화되어 인기가 시든 반면 고쿄는 트레커가 적고 풍광이 신성하고 자연스러워 인기가 좋다. 특히 조망에서도 칼라파타르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 풍광은 독특하고 더 낫다고 평가받는다.


칼라파타르의 조망이 에베레스트에 국한되어 있다면 고쿄리에서의 조망은 멀리 초오유와 그 뒤로 티벳의 산 그리고 쿰부 전체를 조망할 만큼 시야가 넓다. 고쿄리 앞에 자리한 고쿄쵸는 에메랄드빛 푸르름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호수다. 고쿄리에서 내려다보는 호수는 빙하 사이에 둥지 튼 푸르름으로 아름답기만 하다. 고쿄에서의 하루는 트레킹하면 하는 만큼 벅차다. 이른 새벽 고쿄리에 올라 에베레스트의 일출을 조망하고 내려와 고줌바캉 빙하를 따라 고줌바쵸까지 트레킹한 후 고쿄로 돌아온다 해질녘엔 스산한 바람을 등에 지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본다. 오늘은 고쿄의 참 맛을 보는 멋진 하루다.

제15일 : 고쿄 ~ 렌조라 ~ 마룽
트레킹 : 7~9시간
일일 고도차 : 1,150m
최고 고도 : 5,360m
쿰부의 마지막 고개이다. 이미 비슷한 고도인 콩마 라, 촐 라를 넘었고 쥬쿵리, 칼라파타르, 고쿄리를 올랐다, 거기에 고락셉에서 하룻밤 자기까지 했다. 이제 5,000m 고도는 몸에 무리되지 않는 고도이다. 하지만 십 수 일을 쉬지 않고 걸어 몸이 많이 지쳐있다. 그래도 등산화 끈을 조이고 배낭을 메면 발아 자연스럽게 앞다투어 나가는 게 신기하다.

이게 과연 나인가 의문 가질 만하다. 습관이 되어버린 나의 몸은 산의 일부가 된 듯하다. 오르막이 있으면 좁은 보폭으로, 내리막은 지그재그로 속도를 줄여가며 몸이 가장 편한 상태를 유지하며 걷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힘들지 않고 넘어버린 고개를 뒤돌아보면 아쉬움 반 대견함 반 감정이 교차한다. 렌조라를 넘으면 힘든 산행을 끝이다. 이젠 넓고 완만한 길 따라 가벼운 내리막만이 있다. 렌조라를 넘어 오른편으로 길을 잡으면 낭파라가 나온다. 티벳 사람들은 티벳에 정변이 일어날 때마다 이 고개를 넘어 네팔 산동네로 피신했고 정착해 살았다. 그래서 그들은 남체를 중심으로 아랫동네 윗동네라 부른다. 즉 윗동네는 티벳 사람들의 마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테벳과 네팔을 막은 히말라야도 장벽으로서 그리 완벽하지 못하다. 티벳과의 소통로는 여기 낭파라 말고도 도로가 뚫린 라룽라가 있고 랑탕계곡과 무스탕 계곡, 돌포 등 여러 곳에서 히말라야를 넘어 소통했다.


제16일 : 마룽 ~ 차메
트레킹 : 4~5시간
일일 고도차 : 410m
최고 고도 : 4,210m
낭파라를 넘은 티벳 사람들이 쿰부에 처음 정착한 마을이 차메이다. 차메는 아직도 티벳풍이 강하게 남은 고산마을이다.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텐징 노르게이 셀파도 차메에서 태어났다. 그 외에도 초기 히말라야 등반에서 짐꾼이나 가이드로 활동한 사람들 중에 차메 출신이 많다. 마룽에서 차메는 반일 거리이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 오랜만에 이야기꽃을 피워도 점심은 차메에서 먹을 수 있다. 마땅히 다른 곳에서 먹을 롯지도 없으니 차메까지는 점심시간에 닿아야 한다. 셀파의 수도로 불리는 남체가 차메에서 2시간이면 닿는다. 오후시간이 무료하거나 오랜만에 집으로 전화라도 띄우려면 남체에 다녀오자. 남체엔 서울에서 방금 왔다는 신선한 트레커도 만날 수 있다. 차메와 달리 왁자지껄한 남체는 살아있는 도시같이 느껴진다.

제17일 : 차메 ~ 콩데 ~ 팍팅
트레킹 : 7~8시간
일일 고도차 : 1,190m
최고 고도 : 3,800m
차메에서 계곡을 건너 반대편 산비탈을 오르면 콩데라는 마을이 나온다. 말이 마을이지 몇 가구 살았을까 의심되는 작은 터다. 그러나 이곳에 탐세루크라는 회사가 호텔을 지었다. 직선거리로 로체가 보이고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도 머리가 보이는 전망좋은 지점이다. 콩데 앞으로는 깊은 계곡인 코시강이 텡보체까지 이어져 있고 콩데가 텡보체보다 고도가 높으니 가릴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콩데에 이르러 오르막이 끝나면 전망을 즐기며 점심을 먹는다. 이제 마지막이다. 팍팅까지의 내리막과 내일 루크라까지 반나절을 걸으면 22일간의 쿰부 일주 트레킹이 끝난다. 콩데를 떠나기가 아쉬운 건 산이 있어서일까. 지겹도록 반복되는 걷기였음에도 떨어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놓고 하산을 시작한다.


제18일 : 팍팅 ~ 루크라
트레킹 : 7~9시간
일일 고도차 : 270m
최고 고도 : 2,610m


잘 아는 선배는 아이거 북벽에 3일을 매달린 후 정상에 올랐다. 그는 정상에서 멍했다고 한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는지 의아했고 단 5분을 지체하기 위해 쏟은 정성과 고생이 너무 과해서 어리석은 짓이었다고 생각했단다. 그 선배는 몰아치는 바람에 쫓겨 긴 하산을 시작하면서 다시는 산에 안 가겠다는 다짐을 수도 없이 했다고 한다.

선배는 폭풍을 뚫고 무사히 하산한 후 깊은 잠에 빠졌단다. 그리고 일어났을 때 다시 아이스 바일(얼음과 눈벽을 오를 때 쓰는 망치모양의 장비)을 마른 수건으로 닦으며, 다음엔 어딜 가지? 그렇게 말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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