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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서 기(氣)를 받으세요"

[알림]클래식학교(교장 진회숙) 가을 개교...참가 안내

"지금 우리에게는 어두운 시대를 견디고 헤쳐 나갈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클래식 음악 속에 그런 에너지가 있습니다."

올 가을 개교하는 클래식학교 진회숙 교장선생님의 말입니다. 진정한 클래식의 세계로 빠져 들어갈, 클래식학교의 가을학기 주제는 <영화로 만나는 클래식>입니다.

강의를 준비한 진회숙 교장선생님은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음대에서 서양음악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공부했습니다. 1988년 월간 <객석>이 공모하는 예술평론상에 <한국 음악극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평론으로 수상, 음악평론가로 등단했고, <객석> <조선일보> <한국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에 예술평론과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이후 KBS와 MBC에서 음악프로그램 전문 구성작가로 활동하며 MBC FM의 <나의 음악실> KBS FM의 <KBS 음악실> <출발 FM과 함께> KBS의 클래식 프로그램 <클래식 오디세이> 등의 구성과 진행을 맡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평화방송의 <FM 음악공감> 중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인 <SPO>의 편집장이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 중입니다. 인문학습원의 오페라학교 교장선생님도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클래식 오딧세이> <나비야 청산가자> <영화로 만나는 클래식> <보면서 즐기는 클래식 감상실>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나를 위로하는 클래식 이야기> <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다> 등이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학교를 열며 이렇게 말합니다.

클래식 음악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만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명색이 음악평론가인 저도 해외 유명 연주가나 교향악단의 연주회는 가 볼 엄두를 못 내거든요. 이유는 물론 그 놈의 웬수 같은 '돈' 때문입니다. 티켓값이 얼마나 비싼지 좋은 좌석에서 가까운 사람과 함께 음악을 즐기려면 비정규직의 한 달 급여에 해당하는 돈을 한방에 질러야 합니다. 아니면 지휘자의 뒤통수가 까마득하게 보이는 3층의 후진 자리에서 보아야 하는데, 뭐 이런 자리라고 그렇게 싼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이래저래 입맛만 다시고 포기할 수밖에요.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 지하에 있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같은 작곡가들이 이런 상황을 보면 뭐라고 할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고 통탄을 할까요?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엄청난 인세 수입으로 남부럽지 않은 호화생활을 즐겼을텐데 말이지요.

우리는 지금 이들의 '생음악'을 즐기는 데에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음악을 쓰는 동안 이들은 극심한 경제적 궁핍에 시달렸습니다. 자기 음악을 연회장의 여흥 정도로만 생각한 사람들의 무지에 절망하고, 하인과 다를 바 없는 사회적 대우에 상처받았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이런 고통에 대한 창조적 대응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나는 이런 고통에 주목합니다. 그 음악을 쓰면서 작곡가가 감내해야 했던 정신적, 물질적 고통에 대해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모차르트처럼 전혀 고통의 흔적을 보여주지 않는 작곡가도 있고, 베토벤처럼 소리 높여 열변을 토하는 작곡가도 있습니다. 이렇게 방식은 다르지만 본질은 단 하나. 이들의 작품은 모두가 그들이 겪어야 했던 정신적, 물질적 고통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 어두운 시대를 견디고 헤쳐 나갈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클래식 음악 속에 그런 에너지가 있습니다. 베토벤의 <운명>을 예로 들어보지요. 저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그 걷잡을 수 없는 힘과 역동성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의 강렬함에 전율하게 됩니다. 베토벤이 얼마나 강렬하게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극복하려고 몸부림쳤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합니다.

베토벤은 서른 여덟 살이던 1808년, <운명>을 완성했습니다. 이 시기는 그가 계속되는 귓병의 악화로 고통 받던 시기였습니다. 한때 그 누구보다 완벽했던 감각이, 그리고 음악가로서 그 누구보다 완벽해야 할 감각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에 베토벤은 절망했습니다. 그가 빈의 근교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쓴 유서에는 이런 절망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기엔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창작에의 열정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겠지요. <운명>은 이런 고난 속에서 탄생한 곡입니다. 베토벤은 일생 동안 '암흑에서 광명으로'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았는데, 이 곡을 들으면 베토벤이 자신의 다섯 번째 교향곡인 <운명>에 이르러 비로소 '광명'을 찾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곡의 시작을 알리는 단 네 개의 음.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립니다. 베토벤은 운명의 노크 소리를 상징하는 이 네 개의 음을 가지고 고군분투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인류 최대의 교향곡을 완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가 이 단순한 모티브를 거대한 교향곡으로 확대,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극복,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 다름 아닙니다. 1악장에서 제시된 운명은 2악장의 부드러운 휴식기와 3악장의 과도기를 거쳐 4악장에서 비로소 빛나는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비록 세상의 소리로부터 차단되어 있어도, 그리고 그로 인해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았어도 베토벤의 운명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고통으로 인해 그의 정신은 더욱 치열해졌고, 그 치열함이 마침내 세상 모든 사람에게 광명을 던져주는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견디기 힘든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세상 모든 것들이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 클래식 전문가라는 허울 좋은 이름 뒤에 숨겨진 비루한 일상들이 큰 입을 벌리고 내가 평소에 품어왔던 자부심과 자존심을 여지없이 집어 삼키곤 했습니다. 사는 것이 서러웠고,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이 숙명처럼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암흑에서 광명으로"를 외치는 베토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3악장에서 4악장으로 넘어가며 음악이 폭발하는 순간, 내 가슴도 폭발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슴 속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던 통곡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순간 강렬한 전율이 온 몸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아! 베토벤의 <운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야할 이유는 충분히 있는 것이 아닐까. <운명>을 들으며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삶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 아닐까. 그때 속으로 펑펑 울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신파조로 흘렀나요?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할 때가 많습니다. 평생 탐험해도 끝이 없는 거대한 대양과 같은 클래식의 세계. 이제 여러분과 함께 흥미로운 탐험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의 동참을 바랍니다.

강의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가을학기 강의는 9, 10월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총 8강으로 열립니다.

<영화로 만나는 클래식>

제1강[9월16일] 오페라처럼 허무한 영욕의 삶
- 플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3>와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마피아 세계의 흥망성쇠를 통해 삶의 의미를 추구한 대서사시 <대부>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이 영화는 후반부의 상당 부분을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공연 장면에 할애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오페라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극장의 안과 밖 그리고 저 멀리 바티칸에서는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암투가 벌어진다. 영화는 오페라 공연장면과 서로 죽고 죽이는 암살 장면을 교차시켜 보여주는데, 그 극적인 효과가 압권이다. 무겁게 울리는 오케스트라 소리는 극적인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고, 앞으로 펼쳐질 거대한 인과응보의 비극을 암시한다.

제2강[9월23일] 비극적 종말을 예고하는 장대한 비가(悲歌)
- 버나드 로즈의 <안나 까레리나>와 러시아의 비가(悲歌)들
톨스토이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남편, 아들과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던 안나 앞에 어느 날 브론스키라는 젊은 남자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곧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들지만 이들의 사랑은 순탄치 않다. 브론스키와 진정한 결혼생활을 원했던 안나는 나중에 브론스키마저 등을 돌리자 좌절하고, 스스로 기차에 몸을 던지고 만다. 거대한 겨울의 나라 러시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에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비장미의 대가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깔린다. 차이코프스키의 <비창교향곡> 라흐마니노프의 <비가>가 끝내 비극으로 치닫고 마는 안나의 운명을 대변한다.

제3강 [9월30일] 발라드의 영화적 진실
-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와 쇼팽의 음악들
<피아니스트>는 나치의 눈을 피해 숨어지내다 살아난 스필만이라는 유태계 폴란드 피아니스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다. 영화에는 스필만이 연주하는 쇼팽의 <야상곡 C# 단조> <발라드 1번> <화려한 대 폴로네에즈>가 나온다. 이 중에서 특히 폐허 속에서 숨어지내던 스필만이 독일군 장교 앞에서 <발라드>를 연주하는 장면은 영화팬들 사이에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쇼팽의 <발라드>는 폴란드 애국시인 미츠키에비치의 애국적인 서사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이다. 작곡가도 폴란드 인, 이야기의 주인공도 폴란드인, 영화를 만든 감독도 폴란드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정서적 배경은 '폴란드'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쇼팽의 음악 속에 살아 숨쉬는 폴란드 정신을 느껴본다.

제4강 [10월7일] 천재 첼리스트의 숨겨진 삶
- 아난드 터커의 <힐러리와 재키>와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
<힐러리와 재키>는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영국 출신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다. 어린 시절부터 첼로의 천재로 이름을 날렸고, 22살 때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상승가도를 달리던 다니엘 바렌보임과 결혼해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여류 첼리스트. 하지만 병마가 이 모든 것을 빼앗아가고 말았다. 영화는 자클린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해 그녀가 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영화와 함께 자클린 뒤 프레의 연주를 들으며 그녀의 삶과 음악에 대해 알아본다.

제5강 [10월14일]눈물을 자아내는 신파의 힘
- 첸 카이거의 <투게터>와 바이올린의 명곡들
<패왕별희>로 유명한 첸 카이거가 감독을 하고, 또 직접 연기에 참가한 영화이다. 여기에는 아들을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로 만들기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가난한 시골 요리사 리우 청와, 이런 아버지의 꿈과 희망인 바이올린의 천재 샤오천이 나온다. 이들 부자는 청운의 꿈을 품고 북경으로 올라오지만 대도시의 현실은 그다지 만만치가 않다. 영화 전편에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 리스트의 <위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 바이올린의 명곡이 흐른다, 특히 북경역에서 샤오천이 아버지 앞에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격정적으로 연주하는 장면은 가장 인상적인 라스트 씬의 하나로 꼽힌다. 이 곡을 비롯해 영화에 나오는 바이올린의 명곡들을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제6강[10월21일]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
- 제라르 코르비오의 <가면 속의 아리아>와 말러의 음악
세계적인 바리톤 호세 반 담이 직접 출연한 음악영화이다. 본래의 제목은 <음악교사>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가면 속의 아리아>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유명한 성악가 조아킴은 건강상의 이유로 무대를 떠나고, 그 대신 자기의 뒤를 이을 제자들을 키운다. 그리고 제자들이 경연대회에 나간 사이 조용히 숨을 거둔다. 조아킴이 무대에서 은퇴를 선언하는 장면에서부터 죽음을 맞는 장면까지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분위기로 일관한다. 여기에 말러의 음악이 깔린다. 말러는 평생 죽음의 문제와 싸웠던 작곡가이다. 그는 살아 있는 순간에도 늘 죽음을 생각했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말러의 명곡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와 <교향곡 4번> 3악장을 들으며 말러의 작품세계에 대해 알아본다.

제7강[10월 28일] 모차르트 음악과 같은 사랑의 핑크빛 환상
- 보 비더버그의 <엘비라 마디간>과 모차르트의 음악들
1889년 덴마크의 한 숲 속에서 스웨덴 육군 장교 식스틴과 덴마크의 줄 타는 소녀 엘비라 마디간이 동반 자살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유부남 탈영병과 그의 젊은 연인 엘비라.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는 두 사람이 들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풀밭을 뛰어다니며 나비를 잡는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는데, 이때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 흐른다. 곧 비극으로 끝날 사랑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차르트의 음악만큼이나 아름답다. 모차르트는 자신이 가장 비참했던 순간에도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던 모차르트의 음악에 대해 알아본다.

제8강[11월4일] 거리의 음악가, 자유를 노래하다
- 조 라이트의 <솔로이스트>와 베토벤의 음악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넌픽션이다. 한때 잘 나가는 음악학도였으나 이제는 길거리의 노숙자로 전락해 버린 줄리어드 음대 출신의 첼리스트 나다니엘과 그를 취재한 LA 타임즈 기자 로페즈의 우정을 그렸다. 영화를 통해 LA 필하모닉이 실제로 베토벤의 <영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과 <합창교향곡>의 감동적인 대목을 들을 수 있다. 이 음악들은 영화의 장면과 어우러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상처의 치유라든가 인간의 근원적 행복과 자유 이런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이번 강의는 모두 8강으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인문학습원 강남강의실에서 열립니다. 자세한 문의와 참가 신청은 www.huschool.com 또는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으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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