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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유린하는 범죄행위의 다른 이름, 무노조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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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유린하는 범죄행위의 다른 이름, 무노조 경영"

[프레시안@TV]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 인터뷰

삼성특검의 이재용 불기소 결정으로 시민사회가 들끓고 있다. 삼성특검이 결국 면죄부 특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 삼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점을 깊이 있게 고찰해 볼 기회가 되었으나, 이에 힘입어 설치된 특검조차 삼성의 힘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여기 평범한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이렇듯 강대한 삼성을 상대로 10년 간 싸워왔다. 지난 3년 간 감옥살이를 하고 출소한 지 석 달 남짓 되었지만 여전히 그는 삼성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왜 이렇게 힘든 길을 포기하지 않는 것일까? 지난 3월 6일,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비판하는 한 집회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Q: 감옥살이를 한 이유가 무엇인가?

김성환: 노동자들의 조직 건설을 하려고 하는데 삼성의 무노조 경영 차원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아주 폭력적으로 자행이 되죠. 용역깡패들을 동원해 가지고 전기봉으로, 가스충격기로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이런 내용을 제가 2002년 7월에 '삼성재벌노동자탄압백서'라는 책으로 냈어요. 이 내용이 허위사실이다, 명예훼손이다 해서 고소했어요.

김성환: 근데 이게 재판 과정에서 다 사실로 확인이 됐습니다. 공소장도 변경됐고. 그런데 대법원 판사들이 보고는 이것이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삼성재벌에 대한 경멸적인 감정을 갖고 언론사에 제보를 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다. 이러면서 실형 2개월을 때리고.
▲ ⓒ인디코

Q: 명예훼손으로 구속이 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김성환: 저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라고 하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홍콩 국제엠네스티 책임자가 온 적이 있어요. 와서 하는 얘기가, 아무리 심하게 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자기나라는 이거는, 벌금 정도지 실형을 살리는 경우는 없다.

김성환: 제가 구속되기 6개월 전, 길면 1년 전부터, 현장 노동자들을 만났을 때 (들었는데) 인사과하고 총무과에서 공언했답니다. 이번에 김성환이 구속시킨다, 라고.

김성환: 재판이 처음부터 억지였어요. 왜냐면 제가 주소가 부평이니까 그동안은 사건을 부평으로 이첩시켜 달라고 하면 다 이첩을 시켜 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삼성재벌이 나를 구속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게, 삼성SDI에서 나를 고소를 했을 때, 내가 이걸 부평으로 이첩을 하라고 하니까 처음에는 이첩을 해 줬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걸 똑같은 것으로 또 고소한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첩을 안 시켜주는 겁니다. 똑같은 내용인데.

김성환: 인천 같은 경우는 삼성 계열사가 없기 때문에 삼성의 영향력이 덜 하고 판사들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해요. 제가 보기에. 그래서 거의 다 무혐의 처리가 됐습니다. 삼성이 고소한 것에 대해. 그런데 울산은 제가 검사한테 조사받으면서 느낀 것인데 김용철이 얘기한 것처럼 좋게 말하면 삼성 장학생들, 나쁘게 말하면 뇌물 받아먹은 판검사들이 공안 쪽에서 다 장악을 하고 있는 듯한.

김성환: 예를 들면 내가 조사를 받고 있는데 삼성SDI 인사경영지원팀장이 오는 거라. 또 장소를 둘이 얘기할 수 있도록 마련해 줬어요. 검사실 안에서. 게다가 이 두 사람이 하는 것을 보면 낯선 사람이 아니라 아주 반갑듯이 얘기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아 이번에는 내가 빠져나가기가 힘들겠다. 이미 결정은 내 놓고, 나를 조사하거나 재판하는 것은 하나의 요식행위에 불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삼성의 노동탄압 사례를 좀 들어 달라.

김성환: 대표적으로 얘기한다면 지금 생각나는 것은, 1999년도 12월에 노동자 12명이 노조를 만들려고 수원 삼성SDI에서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서너 명씩 납치해서 전국으로 돌아다니는 거라. 목적은 뭐냐, 노조 설립을 포기하게 하고 강제 사직을 시키는 거죠. 심지어 일본에까지 끌고 갔습니다. 그러니까 연수를 빙자해서 끌고 가 놓고 사표 써라. 이런 식으로. 또 돈으로 회유하고. 이 두 사람을 제가 나중에 만났어요. 그래서 이건 아니다, 우리 싸워야 된다 하고 설득해서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내고 집회도 하고 했는데 또다시 부모 형제 인간관계 동원해서 다시 회유하니까 결국 이 사람들이 회유당해서 수원을 떠나 살게 됐죠.
▲ ⓒ인디코

김성환: 삼성이 노동조합 만들려는 사람 있으면 같이 술을 먹는데, 당사자가 얘기하는데 술에다 약 탔다 이거예요. 눈 떠보니까 비행기라는 겁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들. 그 사람들이 아직까지 외국에, 뭐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 근무를 하는데 정상적인 근무는 아니고 해외에서 골프나 친다든가 하면서 노동귀족화 하고 회유를 하는 거죠. 아예 노조 만들려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현장과 격리시키고 그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살게끔 격리시키기도 하는 거죠. 그게 안 되면 저처럼 고소를 해 가지고 징역살이를 시키는 거고.

김성환: 삼성재벌이 보기에는 나는 정신병자죠. 자기들이 한 것들이 정당한 일인데, 그것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내가 정신병자라고 생각을 하고 감옥이라는 정신병동에 나를 가둬 놓은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해서...

김성환: 무노조 경영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습니까? 단순히 한 개인이 아니라 가정이 파괴되고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심지어 개인의 가치관까지 짓밟아버리는. 그러니까 인간성을 유린하는 그 범죄행위의 다른 이름이 무노조 경영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김성환: 그리고 삼성에서는 노동자를 보는 관점이, 말은 동반자고 광고에 나오는 대로 또 하나의 가족 그러지만, 관리와 통제의 대상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이윤 추구를 하는데 한 도구라는 거죠. 기계 부품처럼.

Q: 삼성의 이런 범죄행위가 왜 알려지지 않았나?

김성환: 언론이 바로 서지 않아서 그렇죠. 그때 우리가 싸울 때 우리 스스로를 평가할 때 어떻게 했냐면, 언론사 기사 내용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각 언론사에 나오는 삼성 전면 광고를 보고 우리가 스스로 평가를 내렸어요. 전면광고가 많이 나오면 아 우리가 이때 참 중요한 투쟁을 했구나. 그런데 평상시처럼 광고가 나왔다 그러면 이 이번에 우리가 좀 밋밋했구나. 그러니까 삼성이 언론사에 얼마나 광고를 줬나, 이것을 보고.

김성환: 기사화 안 될 것이다, 이건 뭐 당연하게 생각했고요. 취재를 나오지만 뭐 나오지를 않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내부에서 자조적으로, 야 우리가 이번에 나름대로 투쟁을 해서 기자 만났는데 그 기자한테 돈 벌어줬다. 우리 때문에 몇 놈 먹고 산다. 이런 식의 얘기를 하고.

김성환: 그래서 지금 뭐 온갖 차명계좌를 통해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얘기들도, 삼성에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래도 좀 투명하게 걸러지지 않겠나, 또 언론이 바로 섰다면 삼성이 그렇게 안하무인격인, 국가 권력까지 비웃으면서 자기들의 사적인 족벌세습경영 유지를 위해서 국민을 기만하고 노동자를 탄압하는 일이 가능했을까, 참 부끄러운 일이다, 생각하는 것이죠.

귀가하는 김성환 위원장. 그의 집에서 그의 가족들과 만나봤다.

임경옥(김성환 위원장의 부인):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일 하면서 살았어요. 우유배달하고 녹즙배달하고 책 팔고. 식당에서 일하고. 그런 식으로 한 7,8년 살았죠. 애들이 셋이니까 애들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다보니까. 출퇴근이 정확하지 않은 일을 주로 해서. 그래서 오토바이로 밥 벌어먹은 것이 한 7년 되고요. 그러다보니 애들 다 크고 했네요.

임경옥(김성환 위원장의 부인): 정의가 밥 먹여준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저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지금 와서 제가 깨달았는데, 정의롭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성환씨가. 정의롭게 살고 있는 사람과 같이 살게 돼서 이 세월까지 제가 버티고 살고 있다는 게 고맙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성환: 그동안 삼성하고 싸운 열정을 가지고 돈을 벌었다면 가족들 좀 편하게 살게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가끔 해요.
▲ ⓒ인디코

Q: 가끔 힘들지 않은지?

김성환: 힘든 것으로 따지자면 매일 힘들죠, 매일. 내가 이 일을 하는 게 뭐 하늘의 선택을 받은 사람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까 삼성재벌과 엮여서 싸우는데. 앞으로 얼마나 살지, 이제 죽을 날이 더 가깝잖아요. 58년생이니까. 살아 있는 시간 동안 자식들이 보기에 치사하고 부끄럽지 않게 앞으로 좀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좀 열심히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는 이제 노동자들의 대 삼성 투쟁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지난 10년 간 투사였던 그가 평범한 한 가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빈다.

기획: 박사야
영상취재: 강민균, 김도성, 김미영
편집: 김도성
제작: 인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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