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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5천원으로 노인들 우롱한 연평도 포격 추모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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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5천원으로 노인들 우롱한 연평도 포격 추모행사

[포토] '안보 전시장' 전락한 연평도의 씁쓸한 풍경

'연평도 포격 1주기 추모 및 화합행사'가 구설수에 올랐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경건한 추모의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시끌벅적한 잔칫상을 차렸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23일 오전 11시. 추운 날씨 속에 주민, 학생, 장병 약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연평종합운동장에서 안보결의대회가 열렸다. 백여명도 안 된 일반 주민 대부분은 노인들이었다. 60대 이상 노인들이 많았던 이유는 이들이 농어촌 취로사업의 하나인 희망근로를 하고 있었기 때문. 이날 행사에 온 노인들은 일당 3만 5000원을 받고 동원된 셈이다.

주목할 점은 젊은 주민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민들의 이번 행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웠다. 익명의 한 주민은 "경건하게 추모해야 할 날을 잔칫날로 바꿔버렸다"고 꼬집었고, 또 다른 주민도 "보상도 제대로 못 받는데 이런 이벤트만 벌인다고 뭐가 달라지느냐"고 말했다. "처음엔 다 해줄 것처럼 말하더니 점점 관심이 식더라"는 서운함도 내비쳤다.

일부 주민은 23일에 맞춰 정부 규탄대회를 열자는 논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 문제로 주민들 사이에 불만이 많았던 것이 배경이다. 하지만 여러 주민이 큰 행사가 있는 날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해 규탄대회는 없던 일이 됐다.

차가운 바람에 일당을 받기 위해 참석한 노인들에게 낚시대로 선물을 건져올리게 한 이벤트는 보기에도 안타까운 풍경이었다. 노인들은 추운 날씨에 장시간 줄을 서 있어야 했고, 갖고 싶은 선물을 받겠다는 노인과 주는 대로 선물을 받아가라는 주최측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행사 중에는 학생과 주민들이 오재미를 던져 박터뜨리기를 하는 순서도 있었다.

학생 웅변과 주민 결의대회 역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가 '평화의 선율'이라는 제목의 웅변을 했는데 "북한이 평화로운 우리 연평도를 포격하여 불바다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라는 식의 격앙된 어조의 웅변을 한 것이다. 주민 결의대회 역시 남여 주민이 번갈아가며 웅변조의 결의문을 낭독하는 식이었다. 이 지역에서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한광원 전 의원은 '미래로 가야할 시점에 60년대에나 있을 법한 풍경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날 연평도에서 열린 포격 1주기 행사의 풍경을 사진으로 모았다.

▲ 주민 결의대회. ⓒ프레시안(최형락)
▲ "북한이 평화로운 우리 연평도를 포격하여 불바다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프레시안(최형락)
▲ 종합운동장에서 행사를 마친 주민과 장병들이 안보결의걷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노인들이 낚시로 경품을 받아가는 이벤트. 추운 날씨 속에 장시간 서 있어야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날 연평도에는 첫눈이 내렸다. 경품을 들고 돌아가는 노인들 ⓒ프레시안(최형락)
▲ 박터뜨리기 ⓒ프레시안(최형락)
▲ 오전 10시 평화추모공원에서는 포격으로 순국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흉상이 제막됐다. ⓒ프레시안(최형락)
▲ 베트남참전유공전우회 회원들이 이날 오후 대북 전단을 날리고 있다. 풍선은 강한 북풍을 타고 남쪽으로 가다 모두 터졌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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