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결산심사에 출석해 "이명박 정부에서 감세 정책은 있었지만 부자 감세 정책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득세 최고 구간에서 세율이 35%로 유지되었고, 38% 구간이 신설돼 오히려 증세된 측면이 있으며, 법인세 인하에서도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인하 폭이 더 컸다는 겁니다.
2. 현 부총리의 발언은 근거가 있는 것입니까?
⇨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근거 없는 궤변입니다. 세목별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국세청이 발간하는 국세통계연보를 토대로 2008년과 2011년 사이 근로소득세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표-1]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연봉이 3000만 원인 근로자의 소득세는 3만 원 줄어드는 데 그쳤고, 연봉이 5000만 원인 근로자의 소득세는 17만 원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연봉이 1억2500만 원인 부자의 소득세는 206만 원 줄어들었고, 연봉이 2억4000만 원인 부자의 소득세는 256만 원 줄어들었으며, 연봉이 3억7000만 원인 부자의 소득세는 341만 원 줄어들었습니다. 다만 연봉이 10억 원인 부자의 소득세는 1525만 원 늘었습니다.
3. 연봉이 10억 원인 부자의 소득세가 1525만 원 늘어난 원인은 무엇입니까?
⇨ 2011년 말 여야 의원들이 과세표준 3억 원 초과 구간의 소득세율을 35%에서 38%로 올렸기 때문입니다.
4.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과 기획재정부 일부 관료들이 MB정부 부자 감세론을 부인하면서 내세우는 논리는 이런 겁니다. MB정부 하에서도 과세표준 8800만 원 초과 구간에 대해서는 세율을 낮추지 않았고, 3억 원 초과 구간에 대해서는 오히려 세율을 높였기 때문에 부자 감세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주장,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그들이 조세 제도의 ABC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2008년 연봉이 1억2682만 원이었던 A씨의 경우를 보면 당시 그와 비슷한 연봉을 받는 사람들의 평균 과세표준(연봉 중 비과세소득과 소득공제를 제외한 금액)은 8297만 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세표준을 토대로 산출세액을 계산해 보면 그의 소득세는 1635만 원(세액 공제 미적용)이었습니다.
* 1구간 : 과세표준 1200만 원 이하 구간, 8% 세율 적용, 96만 원
* 2구간 : 과세표준 1200만 원~4600만 원 구간, 17% 세율 적용, 578만 원
* 3구간 : 과세표준 4600만 원~8297만 원 구간, 26% 세율 적용, 961만 원
* 합계 1635만 원(세액 공제 미적용)
그런데 2009년 MB정부가 감세를 한다면서 과세표준 8800만 원 이하 구간 세율을 일률적으로 2%포인트씩 내렸는데요. 그 결과 A씨의 소득세는 1469만 원(2011)으로 낮아졌습니다.
* 1구간 : 1200만 원 이하 구간, 6% 세율 적용, 72만 원
* 2구간 : 1200만 원~4600만 원 구간, 15% 세율 적용, 510만 원
* 3구간 : 4600만 원~8297만 원 구간, 24% 세율 적용, 887만 원
* 합계 1469만 원(세액 공제 미적용)
즉 A씨는 2009년 MB정부의 세율 인하만으로 소득세를 166만 원 줄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표-1]에서 A씨의 소득세 감소분이 206만 원으로 나타난 것은 MB정부가 세율 인하 외에도 다른 방식, 예컨대 공제 확대 등을 통해 대규모 부자 감세를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처럼 조세 제도의 ABC도 모르는 사람들은 과세표준이 8800만 원을 넘어서는 구간에 속한 이들의 경우 이 구간 세율 변화가 없기 때문에 감세 효과도 없다고 주장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과세표준이 8800만 원을 넘어서는 구간에 속한 사람들도 서민층과 증간층이 속한 각 구간의 감세 혜택을 고스란히 받아갑니다.
5. 기획재정부 일부 관료들도 그와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지 않나요?
⇨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기초적인 지식이 없어서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면, 국가와 민족,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서 퇴직하는 게 도리입니다. 사칙연산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미적분이 필요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국가와 민족에 큰 죄를 짓는 겁니다. 반대로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이 그런 주장을 한다면 국민들을 상대로 교활한 사기극을 펴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6.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과 기획재정부 일부 관료들은 연봉이 10억 원 정도 돼야 부자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 만약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안드로메다로 이주해서 사는 게 나을 겁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수는 1740만 명(2011)입니다. 또 국세청에 따르면 이 중에서 연봉이 10억 원 이상인 근로소득자는 1585명(2011)입니다. 전체 근로소득자 중 0.0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7. 부자 감세론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MB정부도 과세표준 8800만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낮추지 못했고, 2011년 말에는 여야 의원들이 3억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35%에서 38%로 높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금이 늘어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 MB정부가 과세표준 8800만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낮추지 못했다 하여 이 구간에 속한 부자들의 세금이 줄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지는 앞에서 설명한 바 그대로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관심사는 2011년 말 여야 의원들이 3억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35%에서 38%로 높인 결과 어떤 사람들의 세금이 늘었냐 하는 것인데요.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연보 자료가 부실해서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연봉이 4억5000만 원(과세표준 3억 8000만 원) 이상인 근로소득자들의 세금은 2008년에 비해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8. 그렇게 추정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해 보면 과세표준 3억 원~3억8000만 원(연봉 3억6500만 원~4억5000만 원)의 경우 증세 요인도 있지만 동시에 감세 요인도 존재하는데 후자가 더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증세 요인이란 3억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이 35%에서 38%로 높아진 것을 말하고, 감세 요인이란 과세표준이 3억 원을 넘어서는 구간에 속한 사람들도 고스란히 서민층과 증간층이 속한 각 구간의 감세 혜택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연봉이 4억5000만 원(과세표준 3억8000만 원) 이상이 되면 전자가 후자보다 크지만, 그 이하 구간에서는 후자가 전자보다 더 큰 것으로 판단됩니다.
9.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중 연봉이 4억5000만 원 이상인 사람은 몇 명이나 되나요?
⇨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해 보면 1만 명(2011) 정도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체 임금근로자 1740만 명 중 0.06%입니다.
10.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중 0.06%만이 부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OECD 기준에 따르면 부자는 어느 정도 소득을 얻는 계층에 해당합니까?
⇨ OECD는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계층을 중간층, 그 미만에 해당하는 계층을 빈곤층, 그 이상에 해당하는 계층을 상위층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중 연봉 2000만 원 이하 계층이 51.7%였고,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중 월급 200만 원 이하 계층이 51.8%였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근로소득자의 중위소득은 2400만 원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OECD 기준에 따를 경우 우리나라 상위층 연봉은 중위소득 2400만원의 150%인 3600만 원 이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서와 잘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위층과 부자들을 서민층과 구분할 때는 OECD와는 다른 별도의 접근을 해야 합니다.
11. 별도의 접근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겁니까?
⇨ 전체 근로소득자 중 상위 10%를 부자라 가정할 수도 있고, 5%를 부자라 가정할 수도 있습니다. 상위 10%를 부자라 가정한다면 국세청에 소득을 신고한 1554만 명(2011) 중에서 155만 명이 이에 해당하며 연봉은 6400만 원 이상입니다. 상위 5%를 부자라 가정한다면 78만 명이 이에 해당하며 연봉은 8000만 원 이상입니다.
12. 상위 5%를 부자라 가정한다면 MB정부의 감세 정책은 서민층과 부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 앞에서 소개한 [표-1]에 나타나 있다시피 서민층인 연봉 3000만 원, 5000만 원 계층은 MB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각각 3만 원, 17만 원의 세 부담을 줄였습니다. 반면 부자에 속하는 연봉 9000만 원, 1억2500만 원 계층은 각 84만 원, 206만 원의 세 부담을 줄였습니다. 연봉 2억4000만 원, 3억7000만 원 계층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세 부담도 각각 256만 원, 341만 원 줄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목도하고도 일부 사람들이 MB정부의 감세가 부자 감세가 아니라고 우겨서는 안 됩니다.
13. MB정부의 감세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법인세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 국세청이 발간하는 국세통계연보를 토대로 법인세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표-2]와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2008년과 2011년 사이 과세표준(보통 법인 세전 소득의 90% 수준) 1억 원 이하의 중소기업 법인세는 105만 원(구간 평균) 줄어드는 데 그쳤고, 1~2억 원인 중소기업의 법인세는 827만 원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과세표준이 1000억~5000억 원인 대기업의 법인세는 70억 원 줄어들었고, 5000억 원이 넘는 대기업의 법인세는 606억 원이나 줄어들었습니다.
14.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과 기획재정부 일부 관료들은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 폭이 더 컸기 때문에 부자감세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이들의 논리는, 연봉이 10억 원인 사람의 세금을 1000만 원 깎고 동시에 연봉이 1000만 원인 빈민층의 세금을 11만 원 깎아주고 나서, 부자들 실효세율(총소득 대비 조세액 비율)이 1% 낮아진 반면 서민들 실효세율은 1.1% 낮아졌으니 이것은 부자 감세가 아니라 서민 감세라 우기는 사기꾼들의 논리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부자들이 많이 내는 누진세 비중을 낮추기 위해 서민들에게 달콤한 미끼를 던지고 유혹하는 사기꾼들의 논리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도 누진세 비중이 낮아질 경우 서민들에게는 치명적인 악영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 누진세 감세가 추진되면 서민들을 위한 복지 확대 정책에 큰 차질이 생깁니다. 둘째, 간접세 비중이 커져서 서민 부담이 늘어납니다. 셋째,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재정 위기가 오고 그렇게 되면 서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습니다. 누진세 비중을 낮추고자 하는 사람들은 달콤한 미끼로 서민들을 유혹하면서 이와 같은 부자 감세의 부작용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는데요. 이들의 행태는 온갖 사기술로 서민들을 유혹했던 동양증권의 행태와 유사합니다.
15. MB정부의 기업 감세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받은 혜택은 총액 기준으로 어느 정도입니까?
⇨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르면 종사자 300인 이하인 기업이 중소기업, 그것을 넘어서는 기업이 대기업입니다. 그리고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업체는 모두 335만 개(2010)이고, 이 중 대기업체는 3291개입니다. 또 국세청에 따르면 과세표준(보통 법인 세전 소득의 90% 수준)이 50억 원 이상인 기업체 수가 3193개(2011)입니다. 물론 대기업체라 하여도 적자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법인세 과세표준 50억 원을 대기업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논리 전개의 편의를 위해 이들을 대기업이라 간주하고 계산해 보면 [표-3]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표-3]에 따르면 MB정부의 기업 감세로 대기업들은 연간 6조1599억 원의 감세 혜택을 누렸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이 누린 혜택은 1조9624억 원에 그쳤습니다. MB정부의 기업 감세 또한 명백한 '부자 감세'였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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