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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수상한 부동산 시장 군불 지피기…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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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수상한 부동산 시장 군불 지피기…효과는?

[오늘의 조중동] 거래세 낮추자? 문제는 보유세!

<조선일보>가 부동산 시장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연속 기획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 불황기 → 내수 침체 → 서민 고통 →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동산 거래세 감세'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차곡차곡 기사를 쌓아가는 모양새다. 25일 자에는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예상되는 '부동산세 감세'에 대해 주요 기사로 다뤘다.

<조선>은 이날 6면 '2년 내 팔면 투기꾼 모는 부동산세…세계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머릿기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집으로 돈을 번 사람이라면 고액의 세금고지서를 각오해야 한다"며 "개발 연대의 투기 억제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세제 탓"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은 "투자를 해서 이득을 봐도 양도세를 아예 물지 않는 주식, 채권과 달리, 부동산은 수익을 낼 가능성도 불투명한데 일단 수익이 나면 무거운 세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기의 원인을 현 세제 탓으로 돌렸다.

ⓒ연합뉴스

<조선>은 해외 사례와도 비교했다. <조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 다주택자, 구입 후 1~2년 내 주택처분자에게 중과세를 물리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네덜란드, 독일, 싱가포르 등은 아예 부동산에 양도소득세를 물리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조세수입 중 부동산 세금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넷째로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우리보다 비중이 높은 미국이나 뉴질랜드는 땅덩어리가 넓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실제 부동산세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은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말을 빌려 "부동산 세제가 투기를 막는다며 거래까지 막는 '개도국형'에서 낮은 세율로 부동산 거래 부담을 줄여 세수를 늘리는 선진국형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유세는 언급하지 않는 <조선>

<조선>의 주장은 현행 부동산 거래세가 세계 최고수준이라 부동산이 얼어붙어 있으니 부동산 활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조선>의 주장은 일정 맞는 부분이 있다. 크게 부동산세에는 부동산을 가지고만 있어도 세금이 붙는 보유세와 부동산을 거래할 때 내는 거래세가 있는데 이 중 우리나라에서 거래세의 비중은 상당하다.

선진국의 경우, 거래세가 거의 없거나 낮은 것도 사실이다. 거래세는 이론적으로는 민간 소비 활동을 저해하는 '나쁜 세금'의 하나로 간주한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조선>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부동산의 '보유세-거래세' 비율을 합하면 부동산세는 선진국과 비교해서 비슷한 수준이거나 약간 낮다. 이는 우리나라의 보유세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등의 '보유세-거래세' 비율은 90대 10인 반면, 우리나라는 45 대 65의 수준이다. 이는 다시 말해 선진국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상당한 세금, 즉 보유세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선진국에서 보유세 비율이 높은 이유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함이다. 가질수록 세 부담이 커지니 자연히 부동산이 '투기'의 목적으로 사용될 일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보유세보다 거래세가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조금이라도 부동산이 오른다는 '시그널'만 오면 부동산 시장이 들썩인다. 보유하고 있다고 세금폭탄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세가 높다 해도 부동산 활황기 때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통해 얻는 수익보다 높을 수 없는 것도 이유다.

거꾸로 가는 <조선>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율세율은 0.2%~0.3% 수준으로 1%를 넘는 나라에 비하면 훨씬 낮다. 이렇게 보유세 실효세율이 낮으면 고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이 부담되지 않기 때문에,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고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월 소득이 얼마든 대출을 받고 전세를 끼고서라도 크고 비싼 집을 구입한다.

이게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만들고 있다. 이에 그동안 주택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을 펼 때 낮은 보유세는 첫 번째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하지만 역대 정부 누구도 이것에 성공하지 못했다.

<조선>은 이러한 한국 부동산의 구조적 모순은 언급하지 않고 부동산 침체로 내수가 침체됐으니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의 주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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