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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소득공제 확대? 박근혜 정부의 설익은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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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월세 소득공제 확대? 박근혜 정부의 설익은 코미디

[정책쟁점 일문일답] <49> 주택 바우처가 대안이다

1. 지난달 28일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이 중에는 월세 소득공제를 확대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경우에 따라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하고, 또 경우에 따라 세입자에게 그림의 떡이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우선 먼저 월세 소득공제가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 소득공제란 세금 산출의 기준이 되는 소득을 낮추어 주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월세 소득공제란 월세 주택에 살고 있는 세입자의 세금 산출의 기준이 되는 소득을 낮추어 주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2. 정부가 8.28 전월세 대책에서 월세 소득공제를 확대했다고 하는데요. 어느 정도 확대했나요?
⇨ 지금까지는 월세의 50%를 소득공제에 포함시켰으나, 앞으로는 월세의 60%를 소득공제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또 지금까지는 월세 소득공제 한도를 300만 원으로 정해 놓았으나, 앞으로는 그것을 500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3. 지금까지 매달 월세로 30만 원을 내고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의 혜택을 보고 있었나요?
⇨ 매달 월세로 30만 원을 내고 있는 사람은 연간 360만 원의 월세를 내고 있는 사람인데요. 현행법상 소득공제율이 50%이기 때문에 360만 원의 50%인 180만 원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월세가 30만 원으로 같고 소득공제액이 180만 원으로 같다고 해도 연봉에 따라 감세 혜택은 많이 다르다는 겁니다. 연봉 3000만 원의 경우 과표(평균적으로 1000만 원 내외)에 적용되는 세율은 보통 6%이기 때문에 180만 원의 6%인 약 11만 원의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봉 5000만 원의 경우 과표(평균적으로 2000만 원 내외)에 적용되는 세율은 보통 15%이기 때문에 180만 원의 15%인 27만 원의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4. 월세는 30만 원으로 같은데 연봉 3000만 원이면 11만 원의 감세 혜택을 받고 연봉 5000만 원이면 27만 원의 감세 혜택을 받는다? 연봉 1억 원이면 더 많은 감세 혜택을 받겠군요?
⇨ 월세가 30만 원으로 같은 경우 연봉이 1억 원이면 과표(평균적으로 6500만 원 내외)에 적용되는 세율은 보통 24%이기 때문에 43만 원의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5. 앞에서 언급한 예시에서 정부의 월세 소득공제 확대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소득공제율이 50%에서 60%로 확대되면 이들의 감세 혜택은 어떻게 달라집니까?
⇨ 앞의 예시에서는 현행법상 소득공제율이 50%이기 때문에 360만 원의 50%인 180만 원을 소득공제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이 바뀌어 소득공제율이 60%가 되면 360만 원의 60%인 216만 원을 소득공제 받게 됩니다. 그리고 정부 안대로 법이 바뀌면 월세가 같은 경우 각 계층의 감세 혜택은 20%씩 늘어나게 됩니다. 연봉이 3000만 원인 경우 11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늘고, 연봉이 5000만 원인 경우 27만 원에서 32만 원으로 늘며, 연봉이 1억 원인 경우 43만 원에서 52만 원으로 늘게 됩니다.

6. 월세 소득공제라는 것은 주로 저소득층을 겨냥한 것인데 고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군요?
⇨ 그렇습니다.

7. 모든 정책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따져보아야 하는데요. 월세 소득공제, 순기능이 더 큽니까? 역기능이 더 큽니까?
⇨ 결론부터 말하면 역기능이 더 큽니다. 혹자는 그래도 혜택을 주지 않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항변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어떤 정책이든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기회비용'입니다. 즉 월세 소득공제와 다른 대안인 주택 바우처(저소득층에 대한 임대료 보조 제도)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성과 형평성에 부합하는지 반드시 따져보아야 합니다. 역시 결론부터 말하면 월세 소득공제는 주택 바우처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성과 형평성이 낮습니다.

8. 월세 소득공제가 주택 바우처에 비해 효율성과 형평성이 낮다는 증거가 있나요?
⇨ 증거는 많습니다. 첫째, 소득세 면세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월세 소득공제는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소득자는 모두 1750만 명입니다. 또 국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중 소득세를 내는 사람은 1000만 명 정도입니다. 결국 소득세를 내지 못할 만큼 소득이 낮은 750만 명에게 월세 소득공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소득공제는 소득세를 낼 수 있을 만큼 소득이 있는 중간층과 상류층에게만 의미가 있는 겁니다.

9. 그런데 중간층의 경우에도 월세 소득공제를 둘러싸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심하다고 합니다. 이들이 갈등하는 이유가 뭡니까?
⇨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연봉이 5000만 원인 집주인과 연봉이 3000만 원인 세입자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리고 세입자는 월세 30만 원을 내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때 세입자가 월세 소득공제를 신청하면 앞에서 소개했듯이 연간 13만 원(최대) 정도의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집주인은 월세 소득 360만 원이 국세청에 포착되어 360만 원의 15%인 54만 원을 소득세로 내야 합니다. 집주인이 월세 소득 360만 원에 대해 15%의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연봉 5000만 원의 과표(평균적으로 2000만 원 내외)가 15%의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입니다.

10. 월세 소득공제 신청으로 집주인은 54만 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되고, 세입자는 13만 원의 감세 혜택을 받게 되는군요. 원칙론적으로 말하면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집주인들은 세금을 안 내려고 세입자들에게 월세 소득공제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특약을 요구하는 이유가 뭡니까?
⇨ 집주인 입장에서는 면세자가 세입자로 들어오면 그가 월세 소득공제 신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월세에 대한 세금을 안 내도 됩니다. 반면 면세자 아닌 사람이 세입자로 들어오면 월세 소득 세원이 노출되고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들과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월세 소득공제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11. 800만 명에 달하는 면세자 근로자에게 월세 소득공제는 그림의 떡이고, 면제자 아닌 근로자에게는 월세 소득공제를 신청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요구되는 현실,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제대로 된 전월세 대책을 만들려면 사전에 기준과 원칙, 그리고 목표를 분명히 세워야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각 계층의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어느 선까지 낮출 것인지 목표를 분명히 세워야 합니다. 국토부가 발표한 '주거 실태 조사'(2012)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계층 5분위 중 최저소득층 1분위의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은 20.4%였습니다. 그리고 2분위는 11.5%, 3분위는 8.8%, 4분위는 7.7%, 5분위는 6.3%였습니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이것들을 일차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낮출 것인지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 목표에 도달하도록 그것들을 적절히 배합해야 합니다.

12. 주택 바우처가 월세 소득공제에 비해 유리한 점은 무엇입니까?
⇨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월세 소득공제는 저소득층을 수혜 대상에서 배제하지만, 주택 바우처는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에게 많은 혜택을 줍니다. 둘째, 월세 소득공제는 면세자를 수혜 대상에서 배제하지만, 주택 바우처는 면세자 여부와 무관하게 임대료 보조를 해 줍니다. 셋째, 월세 소득공제는 소득에 비해 주거비가 과다한 비합리적 소비층에게 많은 혜택을 줍니다. 그러나 주택 바우처는 비합리적 소비층을 사전에 수혜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습니다.

13. 월세 소득공제든 주택 바우처든 세입자들이 이것을 신청하면 집주인의 임대료 소득이 노출되고 양자 간의 갈등이 유발됩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 각 계층의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을 어느 선까지 낮출 것인지 그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시뮬레이션(모의 실험)을 하다 보면, 집주인에게 어느 정도의 부담이나 혜택을 주고 세입자에게 어느 정도의 혜택을 줄 것인지 세부적인 정책 목표가 나옵니다. 국토부의 주거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자가 주택 거주자의 거주비가 의외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거주비에 주택 유지관리비, 각종 세금, 그리고 기회비용(자가 주택 거주에 따른 수 천만 원~수억 원의 현금 활용을 포기하므로 인해 발생하는 정기예금 이자 손실)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각 계층의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 목표를 세우고 부담과 혜택을 조율하다 보면 다주택자들에게도 과다한 부담을 주지 않고 임대소득 세원 포착과 세입자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14. 그와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나치게 투박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합니까?
⇨ 비유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교사들을 보면 두 가지 유형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학생이 잘못을 했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몽둥이를 드는 유형이었고, 다른 하나는 일단 학생의 해명을 듣고 처벌 수위를 고민하는 유형이었습니다. 후자가 더 현명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무턱 대고 다주택자들에게 몽둥이만 들이대는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다수 다주택자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정책을 만들고, 그러고 나서 그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특히나 지금은 다주택자들이 투기 광풍의 주범 역할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그들을 적대시하면서 몽둥이만 들이대는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15. 그런데 지금 여야 정치권과 정부 정책을 보면 주먹구구식 정책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 그들이 지나치게 권력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권력에 집착하다 보면 정책에 대해 고민을 하기보다 세 불리기에만 집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세 불리기에만 집착하다 보면 정책적 아이디어가 나올 수가 없고, 정책적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으면 국책 연구소 등에 좋은 연구를 의뢰할 수도 없습니다. 좋은 질문을 하는 기자가 좋은 기자이듯이 국책 연구소 등에 좋은 의뢰서를 보내는 정치인이 좋은 정치인입니다. 문제는 좋은 질문을 하고 좋은 의뢰를 하려면 질문자와 의뢰자가 그만큼 많이 알고 있어야 하고 또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 그들의 머릿속에는 어느 정도의 고민과 아이디어가 들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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