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현대 사회에서 통치자 개인이나 권력 집단이 마음대로 국가를 운영하는 '독재'와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언론 자유의 정도'를 꼽게 된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유롭게 '표현'해야 여론이 형성되고 여론에 따라 법과 정책이 만들어지는데, 국민은 '알아야' 표현을 할 것이고, 현안에 대한 사실과 정보는 주로 '언론'을 통해 알게 되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언론의 자유를 독립적인 기본권으로 보기보다는 '표현의 자유에 부속되는 권리'로 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는 '언론인의 자유'나 '언론사의 자유'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줘야 하는 언론인이나 언론사의 '책임과 의무'라고 해야 타당할 것이다. '언론의 자유'라는 개념은 국가 권력이나 이익 집단, 자본 등 언론을 탄압하거나 조종·통제하려는 존재들을 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현재 언론사를 소유한 언론 자본도 당연히 포함된다. 힘이나 돈으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 언론인은 이를 알리고 이에 항거해야 한다. 헌법에 명기된 '국민의 권리'를 맡아서 대신 수행하는 '수권자'로서 당연한 의무요 책임이다. 일반 회사에 근무하는 일반 직장인과 저널리스트 사이의 차이점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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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언론 감시 단체인 프리덤하우스의 '2013년 언론 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세계 197개 국가 중에서 64위에 머물러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함께 '부분적 언론 자유국'에 속하는 치욕을 당했다. 아마도 한국일보 사태의 처리 지연은 이 순위를 더욱 떨어트릴 것이다. 그 전까지는 '국가 권력에 의한 언론 자유 탄압'이 주된 문제였다면, 한국일보 사태가 '언론사 소유 자본'의 언론 자유 침해라는 새 영역을 개척해 대한민국의 언론이 종합적‧다각적으로 통제되고 억압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6월 28일에 있었던 사상 초유의 '17개 언론사 막내 기자의 공동 성명'이다. 주로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뿐만 아니라 보수 성향을 대표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소속 기자들까지 성명에 동참했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져 가고 언론이 상업주의에 물들어 지나친 경쟁과 자극적 기사 경쟁에 내몰리는 '저널리즘의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거액의 회사 돈을 횡령한 의혹을 받는 언론사주가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해 편집국을 폐쇄하고 용역 경비들을 동원해 기자들을 몰아내고 회사 밖에 별도의 편집실을 만들어 '짝퉁 신문'을 만들어내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는 용감하면서도 상식적인 공동 선언이다.
그동안 우리 선조와 선열과 선배들이 피와 땀으로 일구고 지키고 발전시켜 온 민주주의, 그 한가운데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고, 권력은 부패할 수 있으며, 부정과 불의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런 불완전한 인간들이 맡아 운영하는 국가와 사회를 믿고 가족과 생계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가 있다면 '언론이 알려줄 것'이란 공적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그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트려 버린 한국일보 사태, 법원의 명령조차 제대로 이행하길 거부하는 한국일보 사측의 민주주의 말살 폭거를, 국가는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 조속한 해결과 한국일보의 정상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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