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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국일보> 정기 구독자가 되고 싶습니다

[기고] 한국일보 사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어떤 일이 상식적이고 어떤 일이 비상식적일까요? 살아가며 가끔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듯 세상에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비상식적인 일이 상식적인 일을 이기거나 덮어버리면 대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기에 아직도 이런 모습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근래 내가 본 일로는 두 가지가 그렇습니다. 하나는 지난 5월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터져 나온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고, 또 하나는 지난 6월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이 자신의 부도덕한 경영 활동에 항의하는 기자들을 깡패 용역을 동원해 편집국 밖으로 내쫓고 20일 넘게 여기저기 출처조차 불분명한 기사를 긁어모아 이상한 신문을 만들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앞의 사건은 문제의 대변인이 언론인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었고, 뒤의 편집국 폐쇄 사건은 어떻게 그런 비상식적인 사건이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사 편집국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충격적이었습니다. 그것은 독재 정권 시절 외부의 어떤 힘 있는 기관이 백주 대낮에 언론사 윤전실을 습격하여 자기들과 독재자에 대한 불리한 기사가 나오지 못하도록 완력과 폭력을 행사하는 일보다 더 비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군요. 기자들이 기사나 쓸 것이지 감히 사주에게 사주 개인의 빚을 갚는 데 회사 자산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항의했군요. 이런 것이 바로 사주의 비상식적 결단을 부르고, 깡패 용역을 불러 편집실을 폐쇄하는 일로 이어지는 것이군요. 아, 정말 슬프지만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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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그리고 진실로 이것이 우리 사회의 언론 토대라면, 그리고 이런 일이 시간이 지나 아무 일 없었던 듯 유야무야 지나간다면 우리는 정말 비상식적인 나라에서 비상식적 언론 토대 아래 비상식적으로 제작되는 비상식적인 신문을 읽으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비상식적 국민이 되어가는 것이지요.

이것은 거리에 나가면, 또 인터넷으로 접속만 하면 많고 많은 신문 가운데 어느 한 신문을 만드는 어느 한 회사의 일이 아닙니다. 어느 한 국가, 어느 한 사회의 상식이 허물어지는 것은 어느 한순간 그 사회의 도덕성이 일거에 약속이라도 한 듯 내려앉아 허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저기 허술하여 더러 물이 새는 곳이 있더라도 선진사회는 그래도 그 사회를 굳건하게 받치는 네 개의 기둥이 있습니다. 그 나라 정치의 도덕성과 일부의 탐욕이 전체의 삶을 압박하지 않는 경제의 순리, 상류층의 도덕적·윤리적 의무, 그리고 언론의 바른 역할입니다. 이번 한국일보 사태를 한국의 정치권과 다른 언론들은 물론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 내 일처럼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며칠 전 26개 언론사의 막내 기수 기자들이 성명을 내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은 비상식적인 편집국 폐쇄를 즉시 중단하고 보복 인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반가웠던 것도 이들이 이 사건의 심각성과 사회적 순리를 바로 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일에서 가장 나쁜 태도는 중간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불편부당한 태도라고 여기는 것인데, 그것은 불편부당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옳지 않은 쪽을 편드는 가장 비겁한 태도입니다. 이쪽과도 척을 지지 않고, 저쪽과도 섭섭한 관계를 만들지 않겠다는 태도들이 어쩌면 이제까지 이와 유사한 사건들을 만들어오고 키워왔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것은 우리나라의 많고 많은 신문사 중 어느 한 신문사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자유 언론의 가장 고질적이고도 상징적인 문제가 걸려 있는 일입니다. 정치권도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지키는 당장의 일로 관심을 가져야 하고, 매일 신문을 접하는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바른 생각으로 이 일이 바르게 처리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일보 편집국이 용역들이 점거하기 이전의 모습으로 원상회복되어야 하고, 신문 제작이 정상화되어야겠지요.

한국일보 30년 독자이자 오랜 기간 한국일보에 연재물을 써왔던 작가인 저는 7월 1일 그것이 며칠 기간일지 몇 달 기간일지 모르지만 한국일보 정기 구독을 끊었습니다. 그날 내 신문을 내가 스스로 끊는 것처럼 기분이 참담했습니다. 저는 제가 다시 한국일보를 기쁜 마음으로 정기 구독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

정기 구독을 끊고 오랜 버릇처럼 인터넷으로 한국일보에 접속하니 메인 화면 첫머리에 <정정당당한 신문 한국일보>라고 나오는군요. 한국일보의 캐치프레이즈이자 얼굴 같은 인사말이겠지요. 예, 그렇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정기 구독해 온 한국일보는 정말 <정정당당한 신문>이었고, 정치와 이념 진영에 휘둘리지 않는 중도지로서 우리 사회의 불편부당한 균형자와도 같은 신문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이 신문의 정기 구독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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