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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록 공개, 북한이 쥐게 된 '두 가지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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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록 공개, 북한이 쥐게 된 '두 가지 카드'

[정욱식의 평화만들기] NLL 파동, 북한은 무엇을 얻었나?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로 6월 28일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를 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뽑은 뉴스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뉴스', '지식으로서의 뉴스'를 추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28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안녕하세요. <주간 프레시안 뷰>의 평화만들기 코너를 맡은 정욱식입니다. 매주 한 차례씩 한반도와 국제 사회의 중요한 뉴스를 평화의 시각으로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주엔 단연 노무현-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파문이 큰 관심사입니다. 대화록 전문이나 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글을 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이 선을 잠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한반도의 화약고를 평화와 번영의 바다로 만들 수 있을지를 놓고,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하려고 했던 것이죠.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번 대화록 파문은 정의와 불의, 법치와 탈법, 진실과 거짓, 그리고 진짜안보와 가짜안보 사이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관련 기사 :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대화록 파문은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을 텐데요. 저는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맥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는데요. 왜 북한과의 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된 것일까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뭔가를 밀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한미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문제성 독도 발언을 했을 때에도, 한일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그런데 왜 북한과의 정상회담 대화록은 공개하느냐 마느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실제로 공개된 것일까요? 적대 관계이기 때문에?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통일로 가는 특수 관계이기 때문에? 모두 아닐 겁니다. 그건 북한이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상대이기 때문이겠죠.

ⓒ청와대 사진단

북한 성명에 담긴 NLL 관련 세 가지 문장

이번 대화록 공개 파문과 관련해 많은 분이 궁금해 하신 것이 바로 북한의 반응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6월 27일 새벽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긴급성명이라는 형태로 입장을 내놨습니다. 대부분 언론은 북한의 대남 비난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제가 주목한 것은 NLL 관련 북한의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아래 세 가지 문장이 나왔습니다. (☞ 관련 기사 : "담화록 공개는 최고 존엄에 대한 우롱, 절대 용납 안돼")

"서해《북방한계선》문제로 말하면 그것을 그어놓은 미국 상전조차도 불법·무법성을 인정한 유령선으로서 그에 대해 《사수》요, 《고수》요 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이건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건데요. NLL의 역사적 의문과 진실에 대해서는 제가 미국의 비밀문서들을 분석해 쓴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관련 기사 :美 비밀문서 "NLL은 영토선 아니다")

"더욱이 서해해상경계선문제는 10·4선언에 그의 평화적 해결방도가 합리적으로 밝혀져 있으며 그것이 성실히 리행되였더라면 오늘날 아무 문제로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2차 남북정상회담 때 채택된 10·4 선언을 지키지 않은 남측 당국을 비난하면서도 이 선언에 기초해 NLL 문제를 풀자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 가장 중요한 건데요. 바로 이겁니다.

"이번에 공개된 담화록을 통해 괴뢰보수패당이 걸고 들던 문제들이 사실과 맞지 않는 억지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 여지없이 드러남으로써 결국은 남잡이가 제잡이격이 되었다."

쉽게 말해 새누리당이 "노무현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화록을 공개했다가 확인해보니 억지 주장이었고, 그래서 민주당을 잡으려다 제 발등을 찍은 격이라는 주장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고 또 하나의 당사자인 북한이 확인해준 셈입니다.

저는 북한이 이런 입장을 내놓는데 고심을 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NLL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속해서 무력화를 시도해왔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한 것이 맞다. 대통령이 포기한다고 했으니, 이제 새로운 해상분계선을 논의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남북한의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 반대를 선택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NLL 포기 발언이 맞다'고 입장을 내놓으면 북한이 '괴뢰패당'이라고 비난하는 새누리당을 도와주는 셈이 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 대화록을 보더라도 '포기'라는 발언은 고사하고 그런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저는 더 중요한 맥락이 담겨 있다고 보는데요. 그건 남북관계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것 같습니다. 'NLL 포기 발언'을 전제로 남북대화를 하려고 하면 대화 자체도 잘 안되고 대화를 해도 한 걸음도 진전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긴급성명의 전반적인 기조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조절한 것이 역력히 보입니다.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면 "남측 당국과는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 "국정원과 괴뢰패당, 보수언론을 정밀 타격하겠다"는 식의 위협성 발언이 수반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표현을 찾아볼 수 없거든요.

오히려 북한은 앞으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고 여길 공산이 큽니다. 북한은 대화록 공개 파문으로 두 가지 카드를 쥐게 되었는데요. 하나는 2002년 5월 박근혜-김정일 대화록 공개 카드입니다. '너희도 깠으니, 우리도 여차하면 깐다'는 식으로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려고 하겠죠. 또 하나는 어쨌든 남측 당국이 북한에 큰 결례를 했다는 겁니다. 북한은 이것도 적절한 시점에 이용하려고 할 겁니다.

5월 들어 전 방위적인 대화 공세로 전환한 북한으로서는 조만간 남북대화를 하고 싶어 할 겁니다.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하면 북한이 원하는 북미대화도, 6자회담 재개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김정은 체제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경제발전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라도 남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마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중재자로 나서겠지요. 시진핑은 남북한 모두에게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명박 5년간 악화한 한중관계의 복원을 원할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북중관계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고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일단 두고 보겠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음 주 주제는 '박근혜-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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