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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 밑그림 나왔다…최장집 "중도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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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 밑그림 나왔다…최장집 "중도는 한계"

양당제 폐해 지적하며 '대안 정당' 필요성 역설

'안철수 신당'의 정치적 밑그림이 19일 공개됐다. 양당 독과점 체제를 뛰어넘을 제3정당의 정치적 노선으론 '진보적 자유주의'를 제시했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내일'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양당제 중심의 기존 정당정치의 폐해를 비판하며 '진보적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안 정당 모델을 제시했다.

현재까지 안 의원은 신당 창당에 대해 뚜렷한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정치 분야 발제를 맡은 최 교수는 대안 정당의 이념적 기반, 대안 정당의 구성 전략과 접근 방법까지 거론하는 등 신당 창당이 가시권에 다가왔음을 암시했다.

▲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19일 '안철수 신당'의 밑그림을 발표했다. 양당 독과점 체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진보적 자유주의'를 새 정당의 정치 이념으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한국정치에서 '중도 정당'은 목적 의식 없다는 뜻"

먼저 최 교수는 "정당에 있어 정치 이념은 필수"라고 전제하며 "한국 정치에서 중간, 중도란 말은 정치 언어나 수사로 널리 사용되지만, 적극적 이념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당과의 관계에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호성과 수동성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당들이 대체로 무이념적 특성을 갖는데, 무이념의 정당들 사이에 위치한 중도란 말은 하나의 정치적 결사체가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정당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 이상이기 어렵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이는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광주 방문 당시 "한국 정치에서 중도는 용납되지 않았다"며 향후 자신의 정치 노선으로 '중도'를 시사한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최 교수는 새 정당의 정치 이념으로 자신의 지론이기도 했던 '진보적 자유주의'를 제시했다.

그는 먼저 '자유주의'에 주목한 배경으로 "전후 국가 건설의 기본 이념이 민주주의와 더불어 자유주의였음에도, 한국에서 자유주의 전통이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것은 커다란 아이러니"라며 "보수는 자유주의를 냉전 반공주의와 동일한 것으로 이해했고, 혁명적 민족주의 전통을 따르는 진보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자유주의를 친미반공주의와 동일시하며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의 현재 조건에서 하나의 정치적 결사체가 자신의 중심 이념으로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강력한 국가와 대기업을 대면한 약한 시민사회라는 환경에서 개인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또 "자유주의는 자유를 향유할 인간의 평등한 권리에 바탕한 것으로, 국가가 정책을 결정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동반하는 온정주의를 거부하며 결사의 자유에 바탕을 둔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한국정치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향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자유주의 이념 수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진보적'이란 의미에 대해선 "신자유주의의 시장근본주의 원리와 그것이 만들어낸 사회경제적 결과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관점"이라며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에 따른 사회 해체 문제를 민주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겠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양당체제, 심각한 대표성 왜곡…단순다수제 통해 특권적 지위 유지"

양당 체제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최 교수는 "기존 양당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심각한 대표성의 왜곡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라며 "민주화 이후 급격히 하락해온 투표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정치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낮은 수준의 정당 제도화'를 꼽으며 권력 투쟁을 가열시키는 진영 간 대립의 정치, 정당의 대표성와 책임의 연계 약화, 무당파와 부동층의 증가를 현재 양당 지배체제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제도적으론 1위 득표자를 곧바로 대표로 결정하는 단순다수제를 정치적 양극화를 지속시키는 원인으로 보고 "이런 조건들로 인해 한국의 양대 정당은 낮은 제도화 수준에 머물며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진력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특권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새 정당, 민주당 무기력 넘어서려는 안팎의 충격에 의해 나타날 것"

아울러 최 교수는 '대안 정당'의 출현이 민주당에 대한 안팎의 '충격 요법'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해 관심을 끌었다. 최 교수는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정당 이론에 따르면 전쟁이나 혁명, 심각한 경제위기 같은 외부적 충격이 없는 조건에서 기존 정당체제는 잘 변하지 않는다"면서도 "한국 정치에서 새로운 정당정치로의 전환은 민주당의 무기력한 정체를 넘어서고자 하는 안팎으로부터의 충격에 의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비록 제3정당의 충격에 의한 전형적인 외생정당의 길이 아니라 할지라도 기존 정당체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동반하는 새로운 정당정치로의 전환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최 교수는 새로운 정당이 지향할 사회경제적 이슈로 경제민주화와 노동 문제를 제시하면서도 신당이 '노동자 중심 진보정당'이 될 것이란 관측에 대해선 "새로운 정당이 노동 문제를 중요 이슈의 하나로 설정하지만 그것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발제를 마치며 "기존 정당으론 안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도 얼마든지 대안 정당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을 위해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법의 변화에서부터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편, 안 의원 측은 이날 심포지엄을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과 정치 구상을 내놓겠다고 언급해왔지만 안 의원은 이날 구체적인 입장이나 정책을 제시하진 않았다. 안 의원은 인사말에서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법안과 정책을 만드는 것은 정치의 몫이고 제게 주어진 숙제"라며 "꼭 그렇게 실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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