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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인은 슈퍼맨이 아닙니다

[돌봄노동 연속 기고 ④] 장애인 활동보조인이 띄우는 편지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하지만 많은 가정들이 정부가 직접 책임지지 않는 시장화된 사회 서비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사회 서비스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서비스 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은 사회 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세 명의 사회복지사가 연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는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시달립니다. 보육교사도 한 명당 너무 많은 아이들을 돌보며 인건비 착취까지 당하고 있습니다. 간병인들은 병원 배선실에서 서서 밥을 먹고,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쪽잠을 잡니다. 요양보호사들은 12시간 맞교대, 때로는 24시간 맞교대라는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시달립니다. 장애인 활동 보조인은 과중한 노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으면서 최저임금도 안 되는 저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두라는 이용자의 말 한마디면 바로 실업자가 되는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인격적인 모욕감마저 느끼며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지원한다는 보람을 잃고 있습니다.

'사회 서비스 시장화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각 돌봄 노동자들이 이용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방식으로 문제점들을 알리고자 합니다. 이에 사회 서비스의 공공성 확대, 정부 책임 강화와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연속 기고를 4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돌봄노동 연속 기고
①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학습지 시키는 지옥같은 현실"

② "사회복지사는 공무원이 아니라고 어떻게 설명할까요?"
③ "시급 2700원…어르신, 간병비로는 생활이 안 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편지를 통해 인사를 드리려니 기분이 참 묘하네요.

우연히 아는 분의 소개로 시작한 활동보조일. 이렇게 오래 할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벌써 4년이 되었네요. 그동안 여러 가지 사연도 많았지요. 귀엽고 엉뚱한 지적 장애 친구, 지하철만 타면 마구 이 칸 저 칸 옮겨 뛰어다니는 발달 장애 친구, 중도에 사고로 지체 장애가 된 '깔끔쟁이' ○○씨, 또 활발한 시각 장애 친구…. 4년 동안 참 여러 친구들과 인연을 맺어왔지요. 어려움도 많았지만 또 그만큼 재미있고 보람도 많았지요.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이 가사 지원 서비스. 아, 이게 웬일인지요? 정말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게 드네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팔에 안겨주는 무거운 이불 덩어리. 집에 있는 이불을 모두 꺼내주시는지, 이것저것 왜 그리 털어야 할 것이 많은지요. 또 싱크대에 가득한, 식구들이 먹고 나간 설거지 그릇들. 요즘 손빨래하는 집이 어디 있다고 굳이 손빨래를 만들어서 시키시나요. 먹거리 상자, 음식물 쓰레기…. 잠시도 쉴 겨를 없이 왔다 갔다, 휴우~.

저를 부를 때 호칭도 날마다 다르지요. 기분 좋을 땐 선생님, 어떨 때는 자매님, 가족들과 언짢은 일이 있는 날은 거침없이 "아줌마! 아줌마!" 정말 당황스럽고 늘 긴장된답니다.

활동보조인은 슈퍼맨이 아니랍니다. 우린 선생님 혼자서 하기 어려운 불편함을 최선을 다해 주어진 시간 내에서 도와드리고자 하지만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 식구들이나 보통 사람들이 힘든 일은 저희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식구들에게 하듯이 배려하는 마음을 활동보조인에게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오죽하면 장애인 활동보조일을 하겠어?" 이런 말을 간혹 들을 때가 있습니다. 저희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지요. 우린 적대적 관계가 아니랍니다. 정부의 정책과 제도 설계가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노동자와 이용자 선생님 모두 불만족스럽고 힘든 관계를 유지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이용자 선생님과 우리 활동보조인 노동자들이 서로 풀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서로 도움이 되는 좋은 인연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활동보조인들은 상호 존중과 배려 속에서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글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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