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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거짓말, 그리고 마힌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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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거짓말, 그리고 마힌드라

[기고 ②] '먹튀'에 또 당하지 않기 위해 투쟁은 계속된다

2월 27일은 쌍용자동차 송전탑 고공 농성 100일을 맞는 날입니다. 이에 '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 복직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이튿날인 28일 평택 쌍용차 공장 앞에서 '100일 문화제'를 열기로 했습니다. 쌍용차지부는 고공 농성 중인 문기주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회장,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 지부장이 건강하게 하루빨리 내려올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기 위해 <프레시안>에 2차례에 걸쳐 기고를 게재합니다. <편집자>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경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사 문제 자율적 해결'과 '불법 관행에 대한 단호한 대처'라고 노사 관계 정책의 원칙을 밝혔다. '대화와 상생의 목표를 가져야 한다'라고도 했고, '극단적인 불법 투쟁,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도 했다. 전체 맥락상 이 발언은 노조에 대해 보내는 경고 메시지로 읽혔고 그렇게들 보도되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고공 농성 등을 중단시키라는 메시지로 공안 기구들이 읽었을 법도 하다.

필자는 이 기사를 읽으며 쌍용차 노동자들을 맨 먼저 떠올렸다. 회계 조작 논란을 일으킨 불법적 정리해고에 의해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내쫓겼으니 박근혜 당선인이 그 불법 해고 관행을 단호하게 대처해서 바로잡으려는 건가? 노사 문제 자율적 해결 원칙을 위반하고 이명박 정권이 경찰 특공대를 동원하여 군사 작전을 하듯이 노동자들을 잔혹하게 진압했으니 그 진상을 규명해서 책임자를 처벌하려는 건가? 대화도, 상생도 외면하고 있는 쌍용차 경영진과 대주주 마힌드라 그룹에게 태도를 바꿔 쌍용차 노동자들을 만나라고 촉구하려는 건가?

노동자

당연히 이런 질문은 순진한 발상일 것이다. 당선인이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고작 한 것이라곤 여론에 떠밀려서 대선 시기에,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거짓 약속을 했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에 쌍용차 문제의 진상 규명을 바라고 정리해고자 복직을 원하는 이들은 무엇을 했나? 2011년 말의 겨울부터 2013년 초의 겨울 사이만 떠올려 보아도, 네 번의 희망텐트와 역시 네 번의 범국민대회, 두 번의 범국민 행동의 날, 41일간의 쌍용차 지부장의 단식 농성, 100일 가까이 된 공장 앞 철탑 고공 농성에 이르기까지 안 해 본 게 없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소환장이 발부되었고 '벌금 폭탄'이 쏟아지고 있고 그중 한 명은 구속되어 징역까지 살고 나왔다. 평범한 노동자에서 거리의 투사가 된 쌍용차 노동자들은 스물두 번째, 스물세 번째, 스물네 번째 동료의 희생을 겪어야 했다. 희망과 절망이 순식간에 바뀌기도 하고 쓰라린 상처는 아물 듯하다가도 덧났다.

그런, 드라마보다 더한 드라마가 매 순간 벌어지며 노동자들은 '함께 살자'고 노력해 왔는데, 소위 나라를 통치한다는 여당과 제1야당은 국정조사 하나 실시하지 않았고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사람도 문제 해결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 1월 26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인근 철탑 고공 농성장에서 열린 '희망버스'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마힌드라

정치와 사회가 노동의 문제를 외면할 때, 자본은 탐욕의 도를 더하기 마련이다. 마힌드라 그룹은 '먹튀' 전략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마힌드라의 속내는 신형 엔진을 개발하여 그 기술을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고엔카 사장도 신차와 신형 엔진 개발비용 1조 원 가운데 최근 이사회에서 결정한 800억 원 증자 이외에 인도 본사에서 추가 투자는 없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것은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미래 전망에는 관심 없고 기술만 빼가거나 기술 사용권을 획득해 가는 방식으로 '먹튀'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향후 4~5년간 매년 2000억~2500억 원대 자금이 필요한데 본사에서 투자는 없다면 쌍용차 자체적으로 부동산 등을 담보 삼아 빚을 내야 할 터이다. 빚을 내서 개발을 해서 기술은 가져가고 빚은 고스란히 쌍용차에 부담을 지우는 '먹튀'는 이미 상하이차에서도 본 바 아닌가. 오죽 했으면 쌍용차 해고 노동자 누군가는 "상하이차 때문에 중국집에 안 가고 마힌드라 때문에 카레를 안 먹는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했을까. 자본이 제 뱃속을 채우고 떠나간 뒤에 무엇이 또 남을까.

당신과 나의 투쟁

그래서 글 서두에 언급한 순진한 질문을 박근혜 당선인에게 그대로 돌려주기 위해, 국정조사가 실시되고 쌍용차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가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먹튀'를 꾀하는 마힌드라에 농락당하지 않기 위해 당신과 나의 투쟁은 계속된다.

28일 저녁 7시 평택 쌍용차 공장 앞에서 열리는 '쌍용차 투쟁 승리 100전 100승 문화제' 어느 한쪽, 어느 깃발 아래에서 당신과 내가 서 있을 것이다. 우리는 건강 안부도 묻고, 정부·정치권 및 자본의 상황에 대해서도 두런두런 주고받고, 노래도 듣고, 쌍용차 노동자들의 얼굴도 보고, 발언도 들으며 올해 싸움의 결의를 다시금 마음속에 새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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