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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걸려도 걱정 말라더니, 박근혜 국민 속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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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걸려도 걱정 말라더니, 박근혜 국민 속였나?

[시험대 오른 박근혜 복지‧下] 말 바꾼 4대 중증질환 공약

복지 공약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2010년 '무상급식' 이후 야권의 이슈였던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박 당선인은 자신의 이슈로 끌어들이는 탁월한 정치 감각을 선보였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 관련 공약이 휘청거린다. 특히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과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국가 보장', 이 두 가지 간판 공약이 모두 위기에 처해 있다.


선거가 급하다보니 공약이 졸속으로 제시된 데에 따른 예정된 수순이기도 하고 복지 정책이 새 정부 국정운영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는 것이 불편한 일부 언론과 기득권 세력의 반발 때문이기도 하다. 당선인 주변에 뚝심있는 '복지 전도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박 당선인에게 돌아간다. 복지 정책에 대한 체계화된 이해와 그에 따른 실천 의지가 과연 있느냐는 물음이다. 시대적 화두인 복지 문제가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축소·왜곡 조짐을 보이면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식어간다.

박 당선인이 이런 안팎의 저항을 견뎌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라고 했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전편에 이어 4대 중증질환 치료비 국가 보장 공약의 속내를 살펴본다. 편집자

설 나흘 전인 지난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짤막한 보도자료를 냈다. 내용은 "4대 중증질환 관련 공약 수정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현재 인수위는 공약 취지에 맞게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드리는 4대 중증 질환 공약 이행 계획을 수립 중이다"는 것이 전부였다.

인수위가 언급한 '공약 수정 보도'란 언론에서 크게 다뤄진 여권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지칭한다. 이날 언론들은 '인수위가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혜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본인부담금제는 현행대로 유지하며,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보험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는 거의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때문에 인수위의 보도자료는 이같은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것으로 비쳤다. 마침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도 "인수위에서 그같은 결정을 내린 바가 없음을 공식 확인한다"며 보도를 부인한 다음이었다.

그러나 2시간 후, 인수위는 보도자료를 수정해 다시 발송한다. 인수위는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 공약에는 당연히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며 "공약의 취지는 질병치료에 꼭 필요한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보장하는데 있으며, 필수적 의료서비스 외 환자의 선택에 의한 부분은 보험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본인부담금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적용되는 법정본인부담금 제도는 합리적 의료이용을 위한 장치로 보장성 확대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담금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결국 보도 내용을 시인한 것이다.

ⓒ연합뉴스

인수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 부분은 단지 '공약 수정이 아니다'라는 뜻이었던 셈이다. 왜? 원래 공약이 아니었기 때문이란다. 인수위는 "당선인도 보도자료와 언론 답변 등을 통해 이 점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대선 전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가 보낸 보도자료를 발췌해 첨부해 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당시 보도자료나 언론사의 정책질의답변, 당선인의 후보 시절 유세 연설 내용과 TV 방송연설, 야당 후보와의 TV토론 등에서 나온 발언들이 일반 유권자들에게 과연 그렇게 받아들여질 만한 것이었을까?

4대 중증질환 관련, 박 당선인의 공약집 내용 및 발언 내용

△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해 총 진료비(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포함)를 건강보험으로 급여 추진. 현재 75% 수준인 4대 증증질환의 보장률(비급여부문 포함)을 (2013년 85%,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로 확대 (박근혜 대선후보 공약집, 2012.12.10.)

△ 후보는 간병비가 진료비에 포함되지 않음을 명확히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음. 간병비는 개인이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것이며, 이는 진료비나 급여, 비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음. 다만, 비급여 항목인 선택진료, 상급병실료와 간병비와 같은 환자의 부담이 큰 항목에 대해 재원이 마련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분명히 밝힘. (박근혜 대선후보 보도자료, 2012.12.18.)

△문재인 : 간병비는 보험 대상이 되나?
박근혜 : 치료비에 전부 해당이 되니까 그런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문재인 : 지난번에는 기본급여는 해당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박근혜 : 왜요? 비급여를 커버해서 거기에 대해 100% 책임진다고 했다.
문재인 : 그런 간병비, 선택진료비를 다 보험급여로 전환하는 데에도 1조5000억으로 충당(가능)하나?
박근혜 : 네.
문재인 : 어떻게 충원하나, 암 질환만 갖고도 1조5000억인데?
박근혜 : 암 질환만 1조5000억 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3차 대선후보TV토론, 2012.12.16)


△ 암이나 중풍 같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100% 건강보험을 적용하게 하여 돈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병에 걸리면 가정경제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만들겠다. (박근혜 대선후보 서울 코엑스 유세 연설, 2012.12.15.)

△ 병원비 때문에 가장 경제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암과 같은 4대 중증 질환은 100% 건강보험이 책임을 지도록 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박근혜 대선후보 서울 마천시장 유세 연설, 2012.12.7.)

이같은 박 당선인의 발언을 '현재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주사비 등에 한해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되, 선택진료비와 간병비, 4인 이하 병실료 등은 지금처럼 알아서 각자 부담해야 하고, 본인부담금도 유지된다'라고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됐을지는 의문이다.

'4대 중증질환 공약'의 현주소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이른바 '3대 비급여' 항목이 중요한 것은 중증환자 발생시 가계에서 차지하는 부담이 가장 큰 항목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인 김종명 내과의사는 지난 4일 <프레시안> 기고에서(☞바로보기) "암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의 법정본인부담률은 현재도 5~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암질환의 보장률은 현재 70.4%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는) 높은 비급여 진료비 비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암질환의 비급여진료비 항목 비중은 선택진료비 34.6%, 병실료 14.4%, 치료재료비 11.4%, 처치수술료 10.4%, 주사료 8.3%, 초음파 6.6% 등이다.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드는 암 진료비 가운데 본인 부담분이 30%나 되고, 그 가운데 절반을 선택진료비와 병실료가 차지하는 것이다. 한 달 200만 원 수준인 간병비는 아예 비급여진료비에서도 빠져 있는 비보험 비용이다.

암을 포함한 '4대 중증질환'으로 넓혀 봐도 비슷하거나 더 나쁜 형편이다. 4대 중증질환 전체의 건보 보장률은 2010년 기준 71.4%(2009년 67.8%)다. 병종별 보장률은 심장질환 69.2%, 뇌혈관질환 66.1%, 희귀난치성질환 74.6% 등이다. 이들 질환의 비급여진료비 가운데 선택진료비와 병실료 비중을 보면 심장질환 환자의 경우 선택진료비가 41.4%, 병실료가 10.4%로 나타나 암과 마찬가지로 50%를 넘었고, 뇌질환의 경우 각각 33.1%-12.2%(선택진료비-병실료), 희귀난치성질환은 28.1%-14.2%였다.

이 때문에 김종명 운영위원은 "(선택진료비, 병실료, 간병비 등) '3대 핵심 비급여'를 제외하겠다는 것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약속에서 약간 후퇴하는 정도가 아니다. 사실상 공약 폐기에 가깝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다면 '예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중증질환 관련 공약 실천 방안이란 뭘까? 일부 언론에 따르면 현재 비급여 진료비로 돼 있는 치료재료대, 검사료, 주사료, 고가 표적항암치료제 등의 약제비와 같은 일부 항목을 보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행 200~400만 원(소득하위 50%는 200만 원, 50~80%는 300만 원, 상위20%는 400만 원)인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상한액의 경우 최소 50만 원~최대 500만 원으로 구간을 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과 마찬가지로 소득 수준에 따라 더 가난한 사람이 더 적게 부담하는 구조다.

이 방안대로라면 환자 부담은 얼마나 경감할까? 복지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부)는 7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분에 대해 "선택진료비나 상급병실료를 빼고 나머지 모두(식대, 주사료, 처치 및 수술료, 검사료, 치료재료대, MRI, 초음파, 기타)를 급여화해도 (의료비 보장률이) 현재의 75%에서 80% 정도(로 높아지는) 선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5개 의료단체들의 연대체인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도 "3대 비급여가 빠진 '전액국가보장' 이란 말은 있을 수 없다"며 "대부분의 중증질환 환자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며 남은 재산을 팔아 의료비를 대게 되는 이유는 3대 비급여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당선인의 말 바꾸기는 예견된 일?

하지만 박 당선인의 이러한 '말 바꾸기'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4대 중증질환 100% 무료 공약에서 3대 비급여 부분이 빠진 것을 두고 대폭 선회한 후퇴가 아니라 합리적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공약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막대한 돈이 들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전무했다는 게 이유다.

건강보험에 대한 재정부담액이 2010년 기준으로 6조3000억 원에 이르는데, 4대 중증질환을 100% 보장하려면, 지금보다 국가부담이 50% 가량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건강보험료 인상은 없음을 누차 강조했다. 복지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마련임에도 이에 대한 해법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셈이다.

더구나 이 공약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 계획도 미흡했다. 실제 지난 달 1일 통과된 2013년 예산안에는 '4대 중증질환 국가부담' 관련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박 당선인 계획대로라면 4대 중증질환을 위해 올해 최소 84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에 대한 예산 책정은 없었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의지가 없었다는 게 옳은 표현이다.

이번 공약 수정으로 박 당선인 복지정책에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정책은 큰 시각에서 '무상의료'가 아닌 '선별의료'다. 특정 질병에 한해 100% 보장을 해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총 진료비(비급여 포함)가 500만 원 이상인 고액 진료비 환자 중 45%가 일반 질환 환자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55%가 중증질환을 앓지 않는 환자인 셈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은 이들 55%를 배제한 공약인 셈이다. 참고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제시한 100만 원 상한제 공약은 질병에 상관없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기에 무상의료에 거의 접근했다고 평가됐다.

ⓒ연합뉴스

사라진 복지국가로 가는 교두보

그간 무상의료를 주장해온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이 마뜩잖으나 첫 술에 배가 찰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은 "아쉽긴 했으나 3대 비급여 부분을 급여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은 무상의료로 가는 교두보로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박 당선인의 공약을 평가했다.

하지만 비급여 부분이 빠지면서 중간단계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은 성명서을 통해 "4대 중증 질환처럼 특정질환 중심의 보장성 강화는 보편을 원칙으로 하는 건강보험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형평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과의 보장률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렇게 한계가 있는 공약이지만 그럼에도 의료비 부담의 주범인 3대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고 중증 질환부터 단계적 실현방안을 제시한다면 지지부진했던 건강보험 보장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기다 지금 비중이 큰 3대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시키지 않는다면 하루에도 몇 가지씩 새로 만들어지는 비급여 항목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종명 운영위원은 "수천가지나 되는 비급여 항목은 병원에서 작위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까지 이용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에서 지급하지 않고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은 현재 1~2인실 등 6인 이하 병실료나 특정 의사를 지정해 진료를 받는 선택 진료비를 비롯해 600여 개에 이른다. 김 위원은 "인수위는 여기서 몇 개의 비급여 항목을 급여항목으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3대 비급여 항목을 급여항목으로 개선하지 않는 이상은 병원에서는 지속해서 또 다른 비급여 항목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당선인이 3대 비급여의 급여화를 포기함으로써, 의료 복지로 가는 최소한의 교두보마저 사실상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냉랭한 여론, 임기 내내 발목 잡을 듯

이유야 무엇이든 3대 비급여의 급여화 공약 포기는 앞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발목을 잡을 듯하다. 이명박 정부도 5년 임기 내내 반값 등록금 거짓말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더구나 '약속은 지킨다'을 강조해온 박 당선인이기에 그 여파는 이전 정부보다 더 심하면 심하지 덜 하진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인수위는 설 연휴(9~11일) 이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주재하는 분과별 국정 과제 토론회를 마무리하고 이달 중순께 100개 안팎의 국정 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정 과제에는 그동안 박 당선인이 국정 과제 토론회에서 강조했던 복지와 직접 연관된 정책들이 대부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복지 관련 핵심공약인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공약이 원상 회복되지 못할 경우 새 정부는 여론의 상당한 질타를 감수하고 출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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