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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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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연속 기고 – 론스타 ③] 28년 전, 콜트사에 판정패한 대한민국 정부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지난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소송당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책도 펴냈다. <편집자 주>


[연속 기고 - 론스타]
① "론스타 소송, 패소하면 전 국민이 5만 원인데…"
② ISD,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투자금 내놓으라는 격

지난 기고의 마지막은 "이제 투자자-국가 소송(ISD)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정보에 있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과거의 얘기 하나 해보자. 론스타 사건 이전에 대한민국은 한 번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ISD 소송을 당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 그동안 객관적인 사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자연스레 론스타가 첫 번째 ISD 소송이라고 말한다. 한미FTA로 전국이 떠들썩하던 2011년 11월 21일에 발간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 관련 주요 분쟁 사례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봐도 "우리나라가 체결, 발효 중인 85개 BIT 중 81개 협정에 ISD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발효된 7개 FTA 중 6개 FTA 협정에 ISD 제도 관련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부가 ISD의 분쟁 당사국으로 제소되거나, 우리 기업이 투자 유치국 정부를 제소한 사례는 없음"이라고 밝혔다.

사실이 아니다. 1984년, 대한민국은 국제투자중재재판소(ICSID) 설립 이후 제18번째 ISD 피소국으로 등재됐다. 아시아 국가로는 인도네시아를 이어 두 번째였다.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미국 투자자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총기 회사인 콜트(Colt)사다. 사건명은 "Colt Industries Operating Corporation, Firearms Division v.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ICSID Case No.ARB/84/2)"이다.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ICSID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제까지 종결된 사건들과 현재 계류 중인 사건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Korea라는 단어를 ICSID 사건 검색창에 쳐보면 이 사건이 뜬다. 곧 론스타 사건도 뜰 것이다.

▲ ICSID 홈페이지. ⓒICSID

콜트사 사건은 ISD가 아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외교부 주장

사건은 합의로 끝났기 때문에 사건의 내용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나마 알려진 내용은 대한민국과 미국의 총기사인 콜트사가 무기 생산에 관한 기술과 라이선스 협약(Technical and licensing agreements for the production of weapon)에 관한 분쟁을 했다는 정도이다. 디테일이 가려져 있으니 궁금증은 커간다. 그래서 2012년 7월 18일 외교통상부에 이 사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하였다. 소송의 사유는 무엇이었으며, 소송의 전개 그리고 합의금의 실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외교통상부는 자신들이 소관부서가 아님을 들어 법무부로 신청을 이관하였고 이어 법무부는 7월 29일, 신청한 정보가 부재하다는 짤막한 답을 내놓았다.

그런데, 2012년 8월 12일, 이 문제에 대해 한 일간지가 "김익태 미국 변호사가 최근 펴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소송 당하는 대한민국>에 의하면 "대한민국이 투자자-국가 소송을 당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그러자 외교통상부는 바로 다음날인 2012년 8월 13일, 대변인 이름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미국 콜트사의 중재는 무기 생산 관련 라이선스 계약에 관한 일종의 상사분쟁으로 투자보장협정(BIT)이나 FTA 등에 근거한 ISD가 아님. 통상 국가가 일방 당사자가 되는 상사계약에서도 분쟁 해결을 위해 중재 조항을 삽입하는 경우가 많아 그 외형이 투자자-국가 간 분쟁처럼 보이나 그 본질은 상사분쟁이지 ISD가 아님. 참고로 상기 분쟁 제기 시점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간에는 투자보장협정이나 FTA가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음."

한 달 전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을 때는 소관부서가 아니라던 외교통상부가 언론 보도가 나자 즉시 상세하게 사건에 대해 해명했다. 해당 부서가 이 사건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정보 독점이 빚은 해프닝으로 볼 수 있고 좀 더 심각하게 볼 때 정보공개 요청에 대한 행정부의 직무유기이다.

외교통상부의 설명을 단순하게 요약하면, 콜트사 사건은 별게 아니고 ISD와는 무관하다는 말인 것 같다. 그렇다면 진즉에 공개하면 되었을 텐데, 언론 보도가 나가자 부랴부랴 해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나마 외교통상부의 성명에서 밝힌 내용을 최대한 우호적으로 해석해 봐도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ISCID 협약 제1조 제2항에 의하면, ICSID라는 국제투자중재재판소는 "ICSID 조약에 의거하여, 투자자와 국가 간의 투자분쟁, 즉 ISD를 해결하기 위하여 설립된 기구"이다. 원문은 이렇다. "The purpose of the Centre shall be to provide facilities for conciliation and arbitration of investment disputes between Contracting States and nationals of other Contracting States in accordance with the provisions of this Convention."

ICSID의 재판 관할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조항이다. 일반적인 무역 분쟁은 WTO에서 담당하며 기타 국제통상에 관한 분쟁 또한 상이한 여러 국제 중재기구에서 담당하고 있다. ICSID는 특별히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소하는 투자 분쟁을 관할하기 위하여 만든 국제기구이다. ISD는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투자보호협정(BIT)를 통해서만 제기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BIT나 FTA의 급속한 확대를 통하여 ISD 소송의 수가 증가했다는 것이지, ISD가 BIT나 FTA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 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해 ICSID를 중재재판소로 지정할 수가 있다. 그리고 ICSID를 중재재판소로 지정할 수 있는 당사자 자격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투자자와 국가 간의 관계일 때만 가능하다.

또한, 외교통상부 성명에서 밝힌 상사분쟁이라는 것은 별종의 특별한 분쟁이 아니다. 일반적인 상사계약에서 발생하는 분쟁일 뿐이다. 상사계약이라 함은 상업적인 계약, 즉 commercial contract이며 상사분쟁은 commercial dispute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분쟁이 중재를 통하여 해결된다면 그것이 바로 상사중재, commercial arbitration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이 밝힌 상사중재의 당사자 자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 상사중재(commercial arbitration)의 경우 중재 절차의 당사자는 해당 계약의 당사자이면 충분하고 달리 특별한 제한이 없으나, ICSID 중재의 경우에는 협약 규정에 따라 '일방당사자는 체약국이거나 또는 그 하부조직(constituent subdivision), 기관(agency)이어야 하고, 상대방은 다른 체약국의 국민이어야' 한다. 따라서 분쟁 당사자가 모두 체약국이거나 또는 모두 투자자인 경우에는 ICSID의 관할이 미치지 않아 중재 신청은 접수가 거부된다."

외교통상부는 차라리 다음과 같이 변명하는 편이 나을 뻔했다. "이 사건은 국방산업의 일부인 무기 제조 사업에 관련된 것으로서 미국 콜트사의 대한민국에 대한 투자적인 성격이라기보다는 기술 이전 내지는 기술 사용에 관한 사업이므로 투자자가 국가를 제소하는 ISD와는 성격이 다른 사건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 투자의 본질과 성격에 대한 규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광범위하다. 투자자인 기업의 처지에서 볼 때는 자본이나 설비 투자 이외에도 기술 이전이나 사용 또한 투자로 규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ICSID 관할 사건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콜트사 사건의 핵심 쟁점인 라이선스(Licence)는 한미FTA 제11장 제28조에서 규정한 투자의 한 범주이다.

'피라미드 사건'을 통해 본 ISD

1984년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 언론은 통제되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정보는 차단되었다. 사안이 국방사업인데 과연 사건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더욱 궁금하다. 이 베일에 싸인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합리적인 추론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국제재판소에서 소송을 당한다면 국격 수호 차원에서라도 끝까지 소송에 임하여 승소하려고 할 것이다.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사건에 대한 선례를 남기는 차원에서라도 더욱 그럴 일이며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해서도 그렇다. 지금의 론스타 사건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를 봐도 그렇다. 한데, 콜트사 사건은 합의로 끝났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1992년에 발생한 유명한 "피라미드 사건"(S. Pac. Properties Ltd. V. Arab Republic of Egypt, 3 ICSID (W. Bank) 45, 46 (1992))이라는 것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집트의 고대 유적인 피라미드 근처에 리조트를 짓기 위해 이집트 정부에 허가를 요청하였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건축 허가를 내주었던 이집트 정부는 이후 반대 여론에 밀려 허가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투자자들은 이집트 정부를 상대로 ICSID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양자는 일단 합의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비밀로 진행된 합의의 내용은 은밀하게 제스왈드 살라쿠제(Jeswald Salacuse)라는 외부학자에게 알려졌다. 최초 합의금은 미화 1000만 불이었다. 이집트 수상에게 합의금의 액수가 보고되자, 수상은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와 국가의 위신을 고려하여 소송을 진행하도록 지시하였다. 소송은 진행되었고 1993년에 ICSID는 미화 2760만 불과 소송 비용 500만 불을 원고인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것을 명령하였다. 결국, 이집트는 투자자에게 굴욕적으로 판결 액수에 대한 인하를 요청하여 최종적으로 1750만 불을 지급하면서 사건은 막을 내렸다. 최초 합의금보다 750만 불, 한화로 약 80억 원 이상을 더 지급한 것이다. 사건이 불리했음에도 이집트 수상이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와 국가의 대외 이미지 때문에 내린 결정의 대가치고는 너무 비싼 대가였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과 국격 상실을 감수하고도 합의를 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합의는 피고가 불리할 경우 한다고 보면 된다. 예외적인 경우는 소 제기 후 전혀 예상치 못하게 피고에게 유리한 증거가 발견될 경우이나, 원고의 처지에서는 모든 것을 주도면밀하게 검토한 후 승소 가능성을 타진하고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에서 패할 경우 본인의 소송비용이나 피고의 소송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소송에서도 이러한 원칙이 분명히 적용되는데 일국을 상대로 하는 소송에서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위에서 설명한 이집트 피라미드 소송의 경우 1992년 기준으로 원고의 경우 미화 500만 불의 소송비용이 들어갔다. 아무리 돈이 많은 투자자라고 할지라도 패소 시 감당해야 할 본인의 소송비용과 상대방의 소송비용은 한화로 100억이 넘어가는 액수이다. 함부로 할 수 있는 소송이 아니다.

▲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1984년 콜트사 사건 정보, 국민에게 공개해야

다시 1984년 콜트사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ISD 소송으로 돌아가 보자. 합의로 끝났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미국의 콜트사에게 합의금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졌다는 얘기다. KO패가 아니니 무승부라고 말할 것인가? 물론 KO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판정패다. 합의로 끝난 사건들은 제외한 채, 미국의 ISD 관련 승소율이 높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통상의 관점에서 나온 시각일지 모르나, 법 실무의 관점에서 볼 때는 합의된 사건은 원고 승소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은 이미 오래전에 ISD 관련 제소를 당하여 패한 적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정보를 감추려는 행위는 정보가 공개되면 유리하지 않은 무엇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ISD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추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감춘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드러난 진실은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이제라도 인정하고 그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어떨까? 변호사인 나도 궁금하다. 도대체 5공화국 시절에 미국의 무기 회사와 어떤 분쟁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사건의 합의를 위해 혈세가 얼마나 쓰였는지도 궁금하다. 과거에 국민들 모르게 ISD 소송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렇게 감춰야만 할 대단한 사건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과거의 사건을 공개하고 분석하여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한다면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다.

당장 닥친 론스타의 ISD 소송과 미래의 ISD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존 소송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합의의 내용은 당사자들의 원(願)에 의해서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국민들의 알 권리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 합의 당사자인 정부만 알고 있는 정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신뢰를 회복할 때만 이후에 진행할 추가 FTA에 대한 국민적 지지 또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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