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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8시간 일하고도 빚지는 내가 바로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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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8시간 일하고도 빚지는 내가 바로 노예"

[현장에서 본 '경제민주화'] '벼랑 끝' 중소상인 3인 방담 <1>

2012년의 화두 중 하나는 경제 민주화다. 논자마다 그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분모는 격차를 줄이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삶을 낫게 만든다는 것이다. 대자본의 탐욕과 양극화를 이대로 방치하면 사회가 폭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

총선을 치르고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한 해를 돌아보면 경제 민주화에 관한 말이 참 많이도 나왔음을 새삼 절감한다. 여당도, 야당도 모두 경제 민주화를 말했다. 대선 후보들도 너나없이, 자신이 경제 민주화의 적임자라고 자임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뤄진 건 거의 없다. 단적으로, 국회에 제출된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 100여 개 중 열매를 맺은 건 단 하나도 없다. 무성한 말이 무색할 정도다. 정치권의 경제 민주화 담론은 득표를 위한 말의 성찬일 뿐이며, 선거가 끝나면 경제 위기론을 앞세워 경제 민주화 요구를 질식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 민주화는 경제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경제 민주화 주장은 시쳇말로 혁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품위 있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 사항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것마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폭발하도록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

<프레시안>은 현장에서 경제 민주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3명의 전‧현직 중소 상인들로부터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무엇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지, 그리고 경제 민주화를 입에 달고 사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상황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경제 민주화를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기에 마련한 자리다.

방담은 11월 29일 참여연대에서 이뤄졌다.

"근접출점으로 매출 격감…가게를 접을 수도 없다"

프레시안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민인숙 : 춘천 석사동에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한다. 영업한 지 2년 됐는데, 근접출점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김진철 : 망원시장에서 즉석두부, 그러니까 손두부를 만들어 팔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15년 정도 했다. 우리 시장 주변에서 대형 마트인 홈플러스 월드컵경기장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망원점 등 홈플러스 매장들이 성업 중이다. 그것도 반경 2.3킬로미터 이내에서. 그런데 670미터 떨어진 곳에 또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오려 하고 있다. 그래서 비대위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다섯 번의 철시도 했고, 집회도 했다. 오늘(11월 29일)이 비대위를 결성한 지 딱 1년째다. 천막농성을 한 지는 100일이 넘었고. 난 비대위 총무를 맡고 있다.

송용한 : 반포에서 BBQ치킨점을 했었다. 2001년에 시작해 2008년에 그만뒀다. 본사의 강압적 조치로 인해 가맹점주협의회가 만들어졌을 때, 총무를 맡았었다. BBQ를 그만둔 후 호프집을 했는데 상황이 안 좋아, 지금은 영업용 택시기사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 (민인숙 씨에게) 근접출점 현황에 대해 말해달라.

민인숙 : (내 편의점이) 조그마한 주택가에 있는데, 60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또 있다. 그게 세워진 후 100미터 조금 넘는 곳에 CU 편의점이 생겼다. 거기에서 80미터쯤 떨어진 곳에 GS 편의점이 있다. 석사동에만 편의점이 8개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셈이다.

프레시안 : 편의점을 시작할 때는 몇 개였나?

민인숙 : 이쪽 골목엔 내 편의점 하나밖에 없었다. 조금 건너서 또 하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런데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도니까, 새 건물이 생겼다 하면 무조건 쑤시고 들어오더라. 지방은 서울에 비해 세(貰)가 좀 싼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쑤시고 들어오면서 세를 터무니없이 올려놓은 것도 문제다.

프레시안 : 매출에 타격을 받았을 것 같다.

민인숙 : 지장이 많다. 내가 제일 많이 했을 때 하루 매출이 150만-160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편의점 수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매출이 하루 50만-60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 최근 하루 평균 20만-30만 원 정도 줄었다. 이걸 한 달로 계산하면 600만-900만 원이다. 1년으로 보면 어마어마한 돈이다.

본사는 손해 볼 일이 없다. 편의점에서 손실이 나든 그렇지 않든 매출의 35퍼센트(이 비율은 매장마다 다르다)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위약금 등의 문제 때문에 편의점을 접을 수도 없다.

▲ 편의점을 운영하는 민인숙 씨.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근접출점으로 상황이 많이 나빠졌다고 했는데, 본사로부터 보상받을 길은 없나.

민인숙 : (계약서를 펼쳐 보이며) 여기 보면 '50미터 이내에 가맹점을 개설하는 경우에는 이를 을(기자 : 기존 가맹점주)에 통보하여야 하며, 을이 개점에 동의할 수 없을 때에는 상호 협의하여 처리해야 한다', 이렇게 나와 있다. 애매하게, 협의한다고만 돼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준다는 이야기는 없다. 솔직히, 우리 같은 서민들은 이런 계약서를 보면 머리가 아프다. 자세히 읽어보면 세븐일레븐 측에 유리하지 점주들에게 유리한 게 없다.

새 편의점을 열 때 쉬쉬했다. 문을 연 다음에야 알았다. 공사를 할 때 그게 편의점 공사인지 아닌지 모른다. 주위 사람들이 이야기하기에 회사에 전화해 물어보니, '편의점 안 들어선다, 그럴 계획 없다'고 하더라. 그래놓고 똑같은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열었다.

보상을 요구했지만 본사는 '생각해보겠다, 배려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시간만 끌었다. 그래서 얼마 전 본사에 근접출점으로 인한 매출 감소 및 피해 보상과 관련해 내용증명을 보냈다.

프레시안 : BBQ도 마찬가지였나?

송용한 : 거의 비슷하다. 딱 잘라 말하진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프레시안 : 본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런저런 제재를 받는다고 명확히 돼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애매하게 돼 있다는 뜻인가?

송용한 : 그렇다. 내가 시작할 때는 지금처럼 두루뭉술하게 돼 있었는데, 2007년인가 가맹사업법이 바뀌면서 본사에서 상당한 부피의 책자 형태로 계약서를 만들었다. 그중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조건이 수십 가지 있었고, 공정위에서 불공정약관이라고 결정한 것도 있다.

프레시안 : 본사의 강압적인 행태 때문에 그만뒀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떠했나?

▲ BBQ 치킨점을 운영했던 송용한 씨. ⓒ프레시안(최형락)
송용한 :
본사 방침에 따라 과도하게 판촉 행사를 해야 했다. 가게 이전도 문제였다. 치킨집은 배달 위주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대개 골목에 조그맣게 5-8평 정도로 가게를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큰길가 같은 곳에 15평 정도의 카페 형태로 가게를 확장 이전하도록 본사에서 유도했다. 자연스럽게 진행되면 좋은데, 강압적으로 계약서를 쓰라는 식으로 이뤄졌다. (사실상) 시점을 정해 언제까지 하라는 식이었다. 인테리어 비용도 점주들이 다 책임져야 했다.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을 다 합치면 최소 몇 천만 원에서 억 단위까지 드는 일이었다. 난 옮기지는 않았는데, 만약 (본사 방침대로) 했다면 강남 쪽이어서 1억 5000만 원은 들었을 것이다. (본사 방침대로 하려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만큼 수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본사가 치킨업체를 여러 개 운영하다 보니 상권이 겹치는 것도 문제였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집회를 했는데, 그 후 계약 만료 시점에 계약이 종료됐다.

프레시안 : 제너시스는 BBQ 외에도 BHC, 비비큐치킨앤비어 등 여러 개의 닭 관련 브랜드를 갖고 있다. 본사에서 BBQ 가맹점을 하나 낸 후 그 옆에 BHC를 또 내는 것 때문에 그동안 논란이 많았다.

송용한 : 그렇다. 창업할 때 그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BHC는 내가 BBQ를 시작한 후인 2004년 본사에서 인수한 것이다. BBQ 매장 옆에 BHC 같은 게 더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시작한 게 아니다.

"끝없이 치고 들어오는 홈플러스…어떻게 먹고살라는 것인가"

프레시안 : 시장은 프랜차이즈 쪽과 상황이 다소 다를 것 같다.

김진철 : 경제가 너무나 침체에 빠져 있다. (비교하자면) 지난번 태풍이 왔을 때 나무들이 많이 쓰러졌다. 잔뿌리가 튼실한 나무는 버텼는데, 그렇지 않은 나무는 나가떨어졌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영세 상인들이 그런 잔뿌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대기업 50군데 정도 빼면 그 밑에는 뭐 있나? 그들이 나가버리면 우리나라 지금 거지 된다. 이런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이런 구조를 만든 게 누군가? 재벌 위주 정책을 펼친 정치인들 아닌가. 새 대통령이 중소 상인들을 돕지 않으면 우리나라 진짜 어렵다.

홈플러스는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합정동은 좀 오래됐고 최근엔 관악, 오산 세교, 경주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홈플러스 회장) 이승한 씨가 체인스토어협회장으로서 지경부하고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만들었는데, 이게 꼼수라는 게 바로 드러났다(기자 : 홈플러스는 대형 마트의 신규 출점 자제 등 상생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발표한 당일에 오산, 그 다음날엔 관악에 점포 등록 신청을 했다). 그런 사람이 지금 상생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나?

프레시안 : 대형 마트와 SSM이 연이어 들어오면서 매출이 어느 정도 줄었나?

김진철 : 장사를 시작했을 때는 대형 마트가 하나도 없었다. 그때 하루 매출이 200만 원 정도였다. 2002년 월드컵경기장에 까르푸가 들어왔다. 그때만 해도 대형 마트의 영향력이 이렇게 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우리도 거기 가서 애들 옷도 사 입히고 영화도 보고 다 했다. 우리도 소비자였다.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까르푸와 홈에버는 그렇게 공격적으로 경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굉장히 공격적으로 경영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목마다 설치했다.

우리 시장에 제일 영향을 많이 준 게 망원역에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다. 시장 입구에서 한 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100평 남짓한 그 매장 하나가 우리 시장 매출의 20%를 잠식했다. 20%면 어마어마한 것이다. 지금 내 가게 매출이 하루 120만 원 될까 말까다. 예전의 60퍼센트 정도다. 그런데 합정동에 새로 들어오는 건 4300평짜리 대형 마트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매출의 30퍼센트는 줄어들 것이다. 120만 원의 30%면 얼마냐? 그런 상황에서 과연 벌어먹고 살 수 있겠나?

▲ 망원시장 상인 김진철 씨. ⓒ프레시안(최형락)
합정 홈플러스에 대해 서울시에서 의뢰해 실시한 상권 분석 결과가 있다. 주변 상권은 초토화되고 영업이익률이 66.8퍼센트 감소할 것이라고 나온다. 살아남으려면 경쟁해야 하는데 무엇으로 경쟁하나? 재래시장 상인들, 가격을 다운시킬 수밖에 없다. 이익이 제대로 나겠나? 거저 넘기다시피 해야 손님이 붙을 테고 현실적으로 이윤은 훨씬 더 감소할 것이다. 시장이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마저 없어지면 마포에는 대형 마트만 남을 것이다. 과연 그때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이 생길까? (민인숙 : 그렇죠.) 독과점 현상이 일어날 텐데, (대형 마트에서) 비싸게 팔면 거기서 따질 건가?

그리고 이 사람들은 판매 이익금을 영국 본사로 송금한다. 지역에서 돈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돈 벌면 옆집 가서 옷도 사고 먹을 것도 먹고 하면서 주변에 돈을 쓴다. 같이 먹고사는 것이다. (민인숙 : 맞다.) 돈이 회전한다. 그런데 지금 계속 빨대 꽂아놓고 물 빨아먹듯이 쫙쫙 빨아대니, 돈이 지역에서 증발한다. 돈이 그 지역에서 자꾸 돌아줘야 편의점도 되고 치킨집도 되고 술도 한잔 마실 수 있는 건데, 지역에서 돈이 없어지니까 치킨을 사먹고 싶어도 못 사먹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가 생겼다. 그렇다고 경기가 좋아 노동자들의 지갑이 두둑해지고 그런 노동자들이 시장에 와서 사먹고 하나? 그런 분위기가 아니지 않나? 이것을 어떻게 살려야겠나? 결국 이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게, 대형 마트들이 장난 못 치게 펜스를 쳐줘야 한다. 보호해줘야 한다.

프레시안 : 대형 마트를 규제하면 사람들이 전통 시장으로 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편의점 등으로 간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철-민인숙 : (목소리가 커지며) 그건 전혀 아니다.

민인숙 : 춘천은 인구가 마포구보다 적다. 그런데 대형 마트만 홈플러스 1개, 이마트 1개, 롯데마트 3개가 있다. 그런 대형 마트로 사람들이 많이 가니, '편의점을 하면 조금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그만 슈퍼마켓에서 편의점으로 옮기는 상인들이 있다. 이전할 때 본사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24시간 하면 못 해도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은 넘으며, 개인 슈퍼마켓보다 편의점이 훨씬 낫다'고 과대광고를 한다.

프레시안 : 대체로 언론에는 회사를 다니다 퇴직하고 편의점에 뛰어드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것 말고도 동네 슈퍼마켓을 하다 편의점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나?

민인숙 : 많다. 편의점으로 바꾸는 만큼 돈을 더 벌면 좋은데 그렇지가 않다.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맹점들이 죽어 나자빠지는 것이다. 돈은 대기업에서 다 가져간다.

"가맹점주는 죽어라 일하지만 돈 가져가는 건 대기업"

프레시안 : 아르바이트비를 주면 남는 게 없어서 가족이 편의점 쪽방에서 자며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사례도 들었다.

민인숙 :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내게도 편의점은 생활 터전이다. 나 혼자 벌어 애를 키우고 학교에 보낸다. 처음에 큰돈을 바라고 시작한 게 아니다.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만 됐으면 해서 불이 나게 뛰었다.

프레시안 : 한 달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민인숙 : 아르바이트비 주고 나면 가게세도 못 준다. 마이너스다. 보험을 해약하고 적금을 해약해서 끌고 나갔다. 주변에 편의점들이 많이 생기면서 이렇게 됐다.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하겠나. 매출의 35퍼센트를 본사에 주는 건, 운영이 잘 안 되면 본사에서 잘되게 해주고 점주들이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본사 쪽에서는 말뿐이다.

난 죽어라 일한다. 하루에 많으면 혼자 18시간 일하기도 한다. 나머지는 아르바이트생이 가게를 보고. 건강에도 문제가 많다. 어떤 때는 아르바이트생이 '점장님 들어가서 쉬세요'라고 하는데, 물건 발주처럼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길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쉬는 날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쉰다고 해봐야, 가게에 나가서 5-6시간 정도 일하고 들어와 잠자고 다시 나가는 정도다. 24시간 운영하지 않으면 회사 영업규칙에 걸린다. 무조건 열어야 한다.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안 나오면 내가 가서 밤새 일하고 그 다음날까지 가게를 봐야 한다. 이게 무슨 노릇인가.

송용한 : 챙길 건 본사에서 다 챙기고…. BBQ를 7년간 하는 동안 비슷한 상황이었다. 우리 같은 경우 영업하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다만 본사에서 강압적으로 하는 부분이 심해 우리끼리 단체를 하나 만들었다. 하지만 (가맹점마다) 계약 일자가 다 달라서 단체 행동을 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민인숙 : 계약 당시 회사에서 써준 건데, 교육비가 한 300만 원 든다. 가맹비가 700만 원이었고 계약 기간은 5년이다. 상품 보증금이 1300만 원인데, 난 담보 대출을 해서 이자가 7% 나간다. CU와 GS에 비해, 세븐일레븐은 지원금이라고 해서 초기에 더 준다. 다른 곳에 비해 특별히 더 악독한 건 아니지만, 실질적으론 점주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을 위한 것이다. 초기 자금을 주는 것도 가맹점마다, 해마다 다르다. 처음에 오픈할 때 아르바이트생을 못 구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못 구했어도 무조건 말일에 오픈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1주일 만에 인테리어 공사를 다 했다.

김진철 : 족쇄를 채우는구나, 족쇄를.

민인숙 : 그렇다. 완전히 노예다. 5년 동안 닫지도 못하고, 무조건 열어야 하고.

ⓒ프레시안(최형락)

"솔직히, 대기업이기 때문에 믿었는데…"

프레시안 : 편의점 하기 전엔 어떤 일을 했나?

민인숙 : 회사에 다녔다. 그 전엔 동네에서 개인 슈퍼마켓을 했다. 그런데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GS가 들어온 후 슈퍼마켓이 어려워지더라. 그래서 슈퍼마켓을 7년 정도 하다가 그만뒀다. 슈퍼마켓도 장난이 아니었다. 힘들었다. 편의점을 시작할 때 '아무리 힘들어도 슈퍼마켓만 하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대기업이기 때문에 믿었다. 기본은 보장이 된다고 하기에 그 말을 믿었다. 그러나 열고 보니 노예도 이런 노예가 없더라. 막말로 개인 사업자는 하루에 10만 원을 벌면 그 돈을 마음대로 쓸 수라도 있지만 편의점은 그럴 수도 없다. 회사에 송금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송금으로 몇 백만 원을 물어본 적이 있다는 사람도 있더라.

담배권이 50미터 간격으로 나온다. 그 담배권만 나오면 편의점을 세운다. 내 편의점에서 100미터쯤 되는 곳에 CU가 들어왔는데, 거기는 본래 담배권 문제 때문에 편의점이 들어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기존 가게의 담배권을 사버렸다. 2000만 원인가 2500만 원인가를 주고. 처음에 난 이해를 못했다. 장사도 안 되는 곳인데 왜 회사에서 그 돈을 들였을까? 이해가 안 됐다. 한참 지난 후 그 CU 점주를 만났을 때 물어봤다. CU 점주는 '회사에서 돈은 대줬지만 매달 이자를 쳐서 빼간다'고 하더라. 난 어이가 없어서 '그런데 왜 했어요?'라고 물었다. CU 점주는 회사에서 '여기는 개발 지역이고, 하루에 못 벌어도 100만-150만 원은 벌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해서 들어왔다'고 하더라. 그 점주, 지금 울고 있다. (헛웃음) 나도 울고 있지만. 그 점주에게 '참 답답하다. 나한테 와서 물어보기라도 하지'라고 말했다. 경쟁사이고 나도 그 사람 때문에 매출이 줄어들긴 하지만, 답답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사람은 친정아버지와 함께 한다. 아르바이트비를 주기도 어려워 아르바이트생도 잘 못 쓴다더라.

프레시안 : (김진철 씨에게) 홈플러스 입점 계획에 맞춰 옮겨온 입주매장 점주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도 영세 상인이고 힘든데 홈플러스가 들어와야 사는 것 아닌가'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진철 : 그분들도 피해자다. 그렇지만 홈플러스가 그걸 이용하고 있다. 상인들 간의 싸움으로 홈플러스가 유도한다. 애초에 자기들이 안 차렸으면 그 사람들이 안 들어왔을 것 아닌가? 홈플러스가 만든 문제이니 책임도 홈플러스가 져야 한다. 그리고 홈플러스가 있건 없건, 예컨대 음식점은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 홈플러스 꽁무니만 쫓아다니며 살 건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시장에서 20-30년 일하며 상권을 일궜다. 수십 년간 상권을 일궈온 시장 상인들이 다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는 말인가?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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